여러분의 여행에 미미하고 미미한 참고 사항이 되기를 바라면서
1. 가성비 1위는 현시점 단연 터키
지금 터키 물가는 말도 안 돼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터키는 화폐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제가 조지아에 있을 때 잠깐 터키로 넘어가서 밥만 먹고 왔어요. 호텔에서 디저트까지 포함에서 풀코스로 먹고 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냈어요. 오만 원 정도는 나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물가가 어땠냐면, 큼직한 수박 한 통이 2,500원, 복숭아 1킬로에 800원, 체리 1킬로에 1,500원, 포도 1킬로에 천 원이었어요. 팔뚝만 한 바게트 빵이 300원, 우유 1리터가 1,100원 정도요. 이렇게 저렴한 나라가 아니었어요. 웬만한 유럽 싸다구 날리는 비싸디 비싼 나라였단 말이죠. 그만큼 좋은 나라니까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치안도 그 정도면 꽤나 좋은 편이에요. 폭락했다고 파리떼처럼 달려드는 게 염치없어 보이지만, 하나라도 더 팔아 주는 게 터키에게는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코로나가 끝나면, 터키를 1순위로 고민해 보세요.
2. 가장 아름다운 대도시 1위는 터키 이스탄불
대도시 중에서 이스탄불이 가장 아름다웠어요.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지만, 최대 도시는 이스탄불이죠.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절묘한 위치,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융합, 과거 대제국의 위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가 있어요. 인류 문화가 통째로 녹아든 박물관 그 자체인 도시죠. 이스탄불로 불리기 전에는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타니노플이었죠. 유럽의 문화를 그냥 끼얹은 게 아니라, 유럽 문화의 중심이었어요. 소피아 대성당은 비잔틴 제국(혹은 동로마 제국) 최고의 건축물이죠. 비잔틴 제국을 끌어내리고, 이스탄불을 차지한 오스만 제국은 또 얼마나 대단했나요? 아시아,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영토를 확장한 나라였어요. 오스만 제국 14대 왕 술탄 아흐메드는 소피아 대성당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으라고 명령해요. 소피아 대성당 맞은편의 블루 모스크는 그렇게 탄생하죠. 한 장소에서 두 종교의 충돌을, 경쟁을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시가 이스탄불 말고 또 있을까요?
3. 치안이 가장 불안했던 도시 1위 - 과테말라 시티
중남미의 대도시는 다 위험해요. 소매치기 한 번 안 만났으면, 운 좋았다고 생각하셔도 돼요. 저는 과테말라 시티가 제일 무서웠어요. 과테말라 시티 피살률은 2018년 기준 십만 명당 65명이에요. 참고로 같은 해 우리나라는 십만 명당 0.6명이에요. 우리나라보다 백 배나 위험한 도시예요. 차가 너무 막혀서 왜 그런 거냐고 과테말라 친구에게 물었더니, 버스 강도 때문에 차들이 못 가고 있다는 거예요. 실시간 뉴스로 나오는 사건 때문에, 교통이 마비된 거더라고요. 제가 황당해했더니, 너네 나라는 버스 강도가 없냐는 거예요. 어릴 때 어울렸던 친구들은 다들 죽었대요. 보통 총 맞아서 죽는대요. 보통 위험하다고 하는 도시도, 막상 가보면 크게 위협적으로 안 느껴지거든요. 과테말라 시티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고요. 웬만한 가게나 식당 앞에선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고 서있어요. 구멍가게들도 철조망으로 다 막아 놓고요.
4. 한식이 가장 저렴했던 도시 1위 - 베트남 달랏
인도도 한식이 정말 저렴하긴 해요. 인도 현지인이 하는 한식집이 꽤 많거든요.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해요. 그런데 콕 집어서 베트남 달랏이라고 한 이유는, 음식도 상당히 괜찮아서예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한식은 비싸요. 김치찌개나 백반류는 만 원 전후가 가장 일반적이에요. 방콕도 그 정도는 줘야 먹을 수 있어요. 달랏에는 풍기친구라는 식당이 있어요. 베트남 현지인이 하는 한식집인데요. 3천 원 짜리 물냉면을 시켜 봤어요. 3천 원 물냉면에 삶은 달걀까지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감동했어요. 그런데 꽁꽁 얼린 육수가 제대로인 거예요. 양은 좀 적었지만요. 평일에도 늘 긴 줄이 대기하고 있는 식당이에요. 그 어떤 메뉴를 시켜도 기본은 해요. 가격까지 생각하면, 지구 최고의 한식 맛집 맞아요. 진짜 놀라운 식당이에요.
5. 아름다운 설경 1위 - 한국 삼척
2014년에 친한 태국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어요. 태국 사람들에게 눈은 평생 볼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예요. 유니콘이나 용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죠. 그 눈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한국을 찾았어요. 따뜻한 나라에서 왔으니, 한국의 추위가 얼마나 매섭겠어요? 그래도 신기해하더라고요. 전혀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마침 2월에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어요. 운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요. 저도 그렇게 아름다운 눈은 처음 봤네요.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했으니, 눈이란 눈은 지긋지긋하게 봤는데도요. 여행도 다 운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삼척에서 봤던 그 설경은 지금도 눈에 밟혀요. 한국에 살면 이런 설경은 겨울마다 볼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저도 처음이라고 자주 강조해 줬어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못 본 설경을 이 친구들은 매일매일 지긋지긋하게 봤다니까요.
6.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가 있는 도시 - 태국 칸차나부리 카페 mulberry Mellow
세상에 얼마나 많은 카페가 있겠어요?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겠어요? 전 세계 천 개 정도의 카페는 다녀 봤다고 생각해요. 이 카페가 저에겐 1등이에요. 카페 하나만 보고, 일부러라도 가라고 추천해 줄 만큼 충격적이었어요. 좀 불가사의한 게, 카페 하나 열려고 저런 거대한 나무들을 심어 놨나? 의심이 들기는 해요. 그렇잖아요. 카페 오픈하려고 십 년, 아니 이십 년 전부터 조경을 한다고요? 원래 목적은 공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뉴욕 센트럴 파크나 런던 하이드 파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거대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그곳에서 눕거나, 앉아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콤한 한때를 보내요. 더 큰 카페도 가보고, 거대한 나무 중간에 만든 카페도 가봤어요. 하지만 이곳이 진정한 카페 종결자예요. 방콕에서도 세 시간 거리인데요. 또 가야죠. 다섯 시간이 걸려도 가야죠.
7.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닭백숙 1위 - 중국 호도협 트레킹 차마 객잔
말도 마세요. 호도협 트레킹이 쉬운 트레킹이라면서요? 저도 트레킹 할 만큼 한 사람이니 우습겠구나 했죠. 눈물, 콧물, 땀 다 쏟아가면서 겨우겨우 끝냈던 트레킹이요.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이 28 밴드라는 곳인데요. 꾸불꾸불 28개의 휘어진 길을 쉼 없이 올라야 해요. 28 밴드가 아니라 분명 280 밴드일 텐데요. 누굴 속이려고요? 저에겐 뫼비우스 띠 같은 악마의 길이었어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게 탈진해서는 차마 객잔이라는 숙소에 도착했어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면 닭백숙이 다 있더라고요. 남의 나라에서,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걸은 후에 닭백숙 드셔 보셨나요? 세상 최고 요리 비결은 노동이라는 걸, 개고생이라는 걸 그날 깨달았지 뭡니까? 별이 쏟아지는 밤에, 푹 삶아진 닭다리 한 번 뜯어보세요. 앞으로 생길 병까지 미리 다 치유해 주는 맛입니다. 닭백숙 먹으려고 트레킹을 또 해야 하나요? 그럴 가치는 충분하다고 봐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어떤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일까요? 그걸 궁금해하지 않는 삶이겠죠? 타인의 삶은 내 삶이 아니니까요. 내가 나를 더 사랑해주는 게, 남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지혜롭다는 걸 제가 알았으면 해요. 말만 쉽지, 실천은 또 그렇게 쉽지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