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안 먹는 삶 두 달 - 굿바이 육식

육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걸까?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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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두 달 좀 넘었어요. 고기를 끊은 지가요. 그렇다고 생선까지 끊은 건 아니에요. 생선과 해산물은 가끔 먹고 있어요. 신기하죠? 예전엔 누가 고기를 안 먹는다고 선언하면, 유난 떤다고 생각했거든요. 인류가 진화를 하면서, 육식도 선택한 거예요.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기까지 육식의 공도 엄연히 있는데 말이죠. 비참한 동물의 삶을 걱정해 주는 건 좋아요. 하지만 먹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너무 나간 거 아닌가요?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채식부심을 꼴사나워했어요. 고기를 먹을 권리, 안 먹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건 선언이나, 운동처럼 요란해서는 안 된다. 예전의 제 입장이었죠.


고기를 끊어 볼까? 계기는 소화 불량이었어요. 젊을 때의 강철 위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채식에 관심 두지 않았을 거예요. 살던 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먹을 때마다 체기가 괴롭히니까, 채식을 해보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소화가 더 쉬울 테니까요. 뭐든지 초기엔 효과가 엄청나요. 플라세보 효과인 거죠.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과 시작하니까, 채식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많이 먹어도 피곤하지도 않고, 피부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만성 치질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요.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더군요. 채식도 과식을 하면 더부룩하고요. 지금은 딱히 피부가 좋아진 것 같지도 않아요. 좋아진 건 맞는데, 초반의 뚜렷한 개선에 비해선 미미해졌달까요?


그런데도 저는 다시 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아요. 왜 그럴까? 고기를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즐겨 먹지는 않았어도요. 가장 사랑하는 만두를 못 먹는 게, 제일 서운해요. 그것 말고는 딱히 불편함을 못 느끼겠어요. 늙어서일 거예요. 왕성한 나이에는, 자연스럽게 고기가 당겼을 거예요. 소시지나 스테이크의 유혹을 절대 못 떨쳐냈을 거예요. 못 먹어서 괴롭다. 이런 금단 현상이 신기할 정도로 없어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고기가 역겹다는데, 전 그 정도는 아니고요.


고기를 끊고 체력이 말도 못 하게 좋아졌어요. 이건 좀 놀라운 부분이에요. 체력은 고기 먹은 사람이 좋아야 맞는 거죠? 저만의 특이 현상일까요? 유튜브로 운동 영상을 틀어 놓고 따라 해요. 어제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진행하는 유튜버조차 힘들어서 쉬는데, 저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해냈어요. 솔직히 그렇게 힘든가? 갑자기 초능력자가 된 기분인 거예요. 1분간 맨몸 스쿼트, 1분간 푸시업, 1분간 윗몸일으키기, 1분간 버피 테스트고요. 사이사이 20초 쉬어 주는 구성이었어요. 내가 더 체력이 좋은데, 왜 저 사람보다 몸은 더 후질까? 그건 좀 열 받더군요.


치질 때문에 좌욕을 자주 했는데, 좌욕도 안 해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요. 화장실에서 끙끙대던, 공포의 시간도 지금은 옛이야기가 됐어요. 윤리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좀 들더라고요.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던 건가? 그런데도 열심히 먹었다면, 인류가 좀 매정하게 느껴지기는 하더라고요. 그래서 육식을 반대하냐고요? 전혀요. 이제 두 달 채식하고, 할 말은 아니죠. 육식이 즐거우신 분들은 즐기셔야죠. 그런데 인류가 진화하는 것처럼, 개개인의 진화도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태어나서부터 큰 고민 없이 먹어들 왔죠. 대부분이 그랬을 거예요. 예전에는 흔한 병이 아니었던 아토피, 비만, 당뇨 등이 말도 못하게 폭증했어요. 음식에 혐의를 두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가 시도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연한 사람이고 싶어요. 뭐가 정답이다. 끝까지 우기고 싶지도 않고요. 채식을 오래 했더니, 몸이 더 안 좋아졌다. 그런 때가 오면, 고기 먹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얻은 게 많아요. 그래서 누군가에겐, 저처럼 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오지랖 한 번 부려 봤어요. 먹는 것뿐이겠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의심해 보는 것. 그게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줄 거라 믿어요. 채식이 그 시작이 될 수도 있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매일 하나의 도전이고, 성취가 됐어요. 쓸 수 있을까? 어, 쓰네? 어라? 다 썼네. 그걸 매일 하고 있어요. 매일 절망하고, 매일 뿌듯해하는 삶. 괜찮지 않나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쓸 수 있어요. 제가 하는데, 여러분도 못 하실 이유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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