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나의 아집이 더욱 굳어져 가는 걸 수도 있죠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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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벌일 때, 전문가가 등장하면 논쟁의 긴장감은 한 번에 와해돼요. 전문가의 말 한마디가 답이 되니까요. 세계 3대 미식 국가는 어느 나라인가? 사실 정답이 어디 있겠어요? 우기는 사람마다 기준이 각양각색인데요. 그런데 세계적 요리학교 선생이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이다. 이렇게 말해 버리면, 아무도 반박할 수가 없어요. 전문가가 그렇다잖아요. 매일 요리만 하고, 연구한 사람 앞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바락바락 당신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배우 서예지의 성형 전 사진을 보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한 성형외과 원장이 있었죠. 코수술을 그렇게 잘한다고 소문난 곳이더라고요. 조목조목 분석을 해요. 아예 다른 사람이라면서요. 성형으로 나올 수 없는 얼굴이라고요. 한두 명 수술한 사람도 아니고,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성형외과 원장이 그렇다는데요. 재밌는 건, 중학교 동창의 서예지가 맞다는 주장도 묻혔다는 거예요. 평범한 사람이면 동창이어도 소용없어요. 의사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사람들은 의사가 맞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요. 나약한 사람은 권위를 사랑해요. 그래야만 덜 초라해지거든요. 함부로 권위를 부정했다가,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죠. 그런데 결국 성형전 사진은 서예지가 맞았어요. 유명한 서예지 성형 판별 영상은 내렸더라고요. 그들을 비난하는 댓글들도 열심히 지워지고 있다더라고요.


이때다 싶어서, 누군가의 실수를 비웃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저는 뭐 완벽한가요? 사실 저 의사의 모습이 제 모습이기도 해요. 내가 얻은 정보와 철학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하죠. 타인의 권위에 쩔쩔매는 못난 모습은 또 왜 없겠어요? 진중권 같은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서, 조목조목 반박하면 저는 덜덜덜 떨 거예요. 어설프게 반박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겠지? 기에 눌려서, 말실수만 연발하겠죠. 평범한 대학생과의 논쟁이라면, 저도 좀 어깨에 힘이 들어가야죠.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 살아 보렴. 인생이 그렇게 평면적인 게 아니란다. 더 살아보고, 책도 더 읽으렴. 다리 꼬고, 세상 거만하게 충고했겠죠.


최소한의 공부 좀 하고 오세요. 그 책은 읽으셨죠? 그 책 제대로 읽은 거 맞아요? 논쟁을 벌일 때, 이런 반격은 필살기죠. 상대방의 모든 논리가,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거든요. 나는 그 책을 읽었거든. 그 책을 안 읽은 너와 생각이 다르다면, 누가 맞겠니? 그러니 더 이상 힘 빼지 말고, 네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렴. 조금은 야비해 보일지 몰라도, 이것만큼 효과적인 대응이 없어요. 그런데 많이 공부한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유연함이 없다는 거예요. 지식이 확신이 되는 순간, 타인의 지식을 얕잡아 봐요. 그냥도 아니고 투철하게 공부를 했으니, 자신의 자부심이 허물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해요. 자신이 옳으려면, 타인은 틀려야 해요. 그러다 보니, 들으려는 여유가 없어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죠. 그림을 볼 때,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일생을 알면, 그림은 갑자기 이야기가 돼요. 하지만 지식은 어느 순간, 견고한 성이 되기도 해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툼한 성벽을 짓고, 타인의 생각과 새로운 정보를 공격이라고 생각해요. 더 배우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죠. 나는 틀렸다.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걸 너무 두려워하면, 꼰대가 되기 쉽죠. 나는 불완전하다.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빛나는 사람인데 말이죠. 저도 말만 이렇게 하지, 꼰대예요. 저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불편해요. 배알이 꼴려요.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나불대? 망신 주고 싶어요. 아무 이유도 없이요. 그래서 굳이 이런 글을 쓰는 거예요. 일부러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걸 저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요. 이 불완전함을 열심히 드러내고, 강조하다 보면 어떻게든 겸손해지지 않겠어요? 누군가의 말을 소중하게 듣고, 새기지 않을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완벽한 저를 꿈꾸지 않아요. 대단한 업적은, 누군가가 알아주는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거죠. 그 자유를 얻기 위해 하루를 씁니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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