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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02. 2021

유명 코미디언의 죽음, 극에 달한 태국 코로나 공포

도로에 차가 보이지 않아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까지 도로에 차가 없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아무리 긴 여휴여도, 이렇게 고요하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에요. 코로나로 방콕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요. 포장만 가능해요. 그러니 외출해 봤자, 딱히 갈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럴수록 시장이나 쇼핑몰로 사람들이 몰리거든요. 코로나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은 뉴스와 상관없이,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그래요. 매일 공포에 절어서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세계에서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 방콕의 일요일 도로 모습 - 충격적입니다

오늘은 쇼핑몰도 한산하네요. 일요일 마트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저도 처음이에요. 태국 유명 코미디언 '컴'의 사망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해요. 감염된 후에도 밝은 얼굴로 병원으로 가는 모습이 방송을 탔어요. 그의 딸과 매일 화상으로 통화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가 됐죠. 사람들도 그가 죽은 후에 알았어요. 그가 글자 자체를 못 읽는다는 걸요. 대본도 옆에서 누가 불러주면, 즉흥적으로 외워서 연기를 했다는 걸요.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아이삿'이이었어요. 아이삿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개새끼 정도 될 거예요. 무례한 표현이죠. 그런데 이 코미디언이 '아이삿'을 외치면, 사람들이 뒤집어져요. 악의 없는 유쾌한 개그가 돼요. 뉴스에서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한 그를 전화 연결을 해요. 


-콤,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개새끼들아, 나는 잘 지낸다. 하하하


이렇게 인터뷰를 끝마치고는, 사경을 헤맨 거예요. 평소에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었어요. 뇌혈관 쪽에도 문제가 있었고요. 하지만 그가 무사히 퇴원하리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올해 예순세 살의 이 코미디언은 너무 밝은 모습을 보여준 탓에, 태국인들의 충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에요. 평소에 자선 행사 등 좋은 일도 많이 해서, 국민 친구 같은 코미디언이었어요. 태국은 코로나로 사망하면, 시신을 세 겹으로 싸서 절로 보내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절에는 화장장이 다 있어요. 코로나 시신은 그날로 소각을 해야 해요. 오전에 사망했는데, 오후에 화장장에서 재가 됐어요. 순식간에 국민 코미디언이 재가 된 거예요. 애도의 기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허무한 죽음에, 태국 사람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요. 지병이 있는 사람만 죽는, 운 없는 사람만 죽는 좀 심각한 감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태국에는 없어요. 태국 사람들은 코로나를 엄청 무서워해요. 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암에 필적하는 위험한 병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로 태국인의 코로나 공포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요. 그래서 방콕은 전쟁터처럼 고요해요. 저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면,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현재 코로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해요.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매일 이천 명 안팎인데요. 천 명 아래로는 내려가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아요. 이래저리 심란한 태국의 5월입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따뜻한 나라 태국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어요. 저의 소소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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