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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04. 2021

코로나 시국, 태국 방콕 방구석 상념

나는 곧 떠날 것이다

태국에서 관광 비자로 1년 넘게 머물고 있네요. 코로나 때문이죠, 뭐. 코로나 이전엔 석 달마다 다른 나라에 다녀와야 했어요.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되고 나서, 외국인들은 두 달마다 재연장을 해야 해요. 두 달만 더 있게 해 주소서. 매달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그런 심정으로 이민국을 다녀와요. 과장이 아닌 게, 지난달에 이민국 직원이 싸늘하게 더 이상 비자 연장은 없다고 했거든요.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거예요.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지, 뭐.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까요. 여행자로 해외에 오래 머물면, 서러울 때가 많아요. 비자 연장만 해도 그래요. 1,900밧(약 7만 원) 냈으면, 도장 쾅쾅 박아주면 좀 좋아요? 2주 후에 다시 오래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 따라야죠. 그래도 사람 왔다갔다 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요. 요즘엔 코로나로 여행까지 제한하는 마당에, 한 번 가도 될 일을, 꼭 두 번씩 오라고 하냔 말이죠. 어쨌은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연장이 됐어요. 7월까지는 방콕에 머무를 수 있게 됐어요. 이젠 다른 걱정이 돼요. 연로하신 부모님도 너무 오래 뵈지 못했어요. 원래 나와야 하는 코카서스 여행기도 미뤄지고 있고요. 두 달마다 연장되는 것만 신경 썼더니, 이러다간 올해도 한국 못 가겠더라고요. 올해는 가야죠. 꼭 가야죠. 코카서스 여행기도 내고, 만날 사람도 만나고요. 


올해 안에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긴 힘들겠죠? 한국에 가면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와 울릉도 다녀오려고요. 그동안 코로나로 많이 답답하셨을 테니까요. 저도 여기저기 좀 다녀야죠. 한국에 좋은 곳들이 정말 많이 생겼더라고요. 열심히 가고 싶은 곳들을 저장해 놓고 있어요. 떡볶이 맛집, 해산물 맛집, 산채 정식 맛집 등을 착실히 모아놓고 있어요. 열심히 돌아다녀야죠. 속상한 게 예전만큼 술을 못 마셔요. 기적의 명약 같은 게 있으면, 그런 거라도 먹고 술자리 좀 가져 보려고요. 특히 어린 작가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요. 작가님 괜찮으시겠어요? 걱정해 주는 척, 자기는 끄떡없다. 잘난 척하는 어린것들을, 술로 당당하게 제압하고 싶어요. 나, 안 죽었어. 나, 박민우야. 제가 아직도 이렇게 철이 없어요.  


아르헨티나 상황이 좀 괜찮아지면, 부모님 모시고 아르헨티나 가려고요.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 사막을 갈 거예요. 요즘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보면, 힘들 것 같기는 해요. 부모님과의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포르투갈, 그리스, 몰타를 혼자 가보고 싶어요. 시간적 여유가 되면 터키까지도요. 지금 방콕은 창살 없는 감옥이에요. 식당, 카페도 포장 주문만 가능해요. 방에만 갇혀 있으니, 시간이 참 안 가요. 이렇게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만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제일 손해가 컸어요. 이젠 슬슬 움직여 봐야죠. 방에서 보이는 풍경은 지루한 반복이라, 에게해 크레타 섬을 떠올려요. 리스본의 전차를 떠올려요. 몰타는 바다밖에 아는 게 없어요. 미지의 나라라서, 아무 상상이나 해요. 지도를 보고, 숙소를 검색하면서 답답한 시간을 견디고 있어요. 과거의 내가 누렸던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어요. 그 비싼 자유를 대충 쓰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행복은 정지된 채, 늘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니라요. 왔다가 사라지는, 모래 같은 것이죠. 하지만 행복이 썰물처럼 사라진 시간도, 되돌아올 행복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쓴다면 우린 평생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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