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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05. 2021

채식을 하면서 발견한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들

고기 안 먹는 삶도재미있네요

엄격한 채식을 하는 건 아니에요. 생선이나 해산물은 먹어요. 가끔 달걀도 먹고요. 안 먹는 건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정도겠네요.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혁명적으로 달라진 건 맞죠. 한국인이 삼겹살을 안 먹고, 양념 치킨을 안 먹는 거니까요. 사 먹는 것보다, 요리해서 먹는 게 편해졌어요. 뭘 넣은 건지도 모르는 음식보다는, 내가 확인한 재료로 해 먹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채식 반찬 가게는 태국에 많아요. 재래시장마다 하나씩은 있어요. 금세 질리더라고요. 콩기름이 몸에 좋은 게 아니라면서요? 저 몸 생각 엄청 하죠? 남들처럼 쌩쌩하면, 저도 이렇게 안 살죠. 채식도 건강 생각해서 하는 거예요. 동물의 생명권까지 걱정해주는 착한 채식주의자가 못돼요. 그렇게 식생활이 바뀌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 


1. 채식이라도 다 좋은 게 아니었어? 렉틴이라는 성분 


채식만 하면 건강해진다? 몸에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채식 정보를 살펴보다가, 렉틴 성분을 알게 됐어요. 동물만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더라고요.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렉틴 성분이라는 게 있대요. 밀가루, 오이, 파프리카, 토마토, 가지, 콩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인데, 많이 먹으면 소화를 방해한대요.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죠. 자연의 신비가 아니고 뭐겠어요? 신비는 신비고, 안 맞는 사람은 영 괴로운 물질이라는 거죠. 채소는 무조건 좋겠지. 그랬던 편견이 이렇게 또 깨지더라고요. 렉틴 성분은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으로 새삼 주목받게 된 경우인데요. 저자가 예일대 출신 의사라고는 하지만, 논란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글루텐(렉틴 성분의 일종)이 들어간 밀가루도 누구는 먹자마자 배가 고프고, 누구는 종일 얹힌 느낌 때문에 괴롭듯이요. 


2. 고기 하나 안 들어간 카레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나? 


비밀은 배춧잎과 고구마예요. 배춧잎과 감자 대신 고구마를 넣었더니, 달달하더라고요. 고기 한 점 안 들어간 카레도 얼마든지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고기 맛이라는 게, 짭쪼름한 감칠맛이잖아요. 그 맛이 입에 들어가면, 혀 돌기들이 즉시 반응을 하는 거고요. 일종의 자극인 거죠, 뭐. 고기가 안 들어간 카레를 할 때는, 좀 더 오래 낮은 불로 끓여 줘요. 양파나 고구마에서 단맛이 쑥쑥 뽑아져 나오라고요. 아주 깊은 맛이 나더라니까요. 다음날에는 더 맛있어요. 원래 모든 카레가 하루 묵히면, 더, 더 맛있어져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카레는 카레도 아니다. 그랬던 편견이 깨졌어요. 일단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채소만으로 끓인 카레도 얼마든지 맛있을 수 있어요. 


3. 버섯의 재발견, 버섯은 거의 고기다 


버섯이 없었다면, 채식 불가능했을 거예요. 버섯이 아주 요물이더라고요. 버섯이 또 종류가 많잖아요. 송이버섯 같은 경우엔, 동전 모양으로 자르면 떡볶이나 떡국의 떡 대용으로도 괜찮더라고요. 국물을 낼 때도, 버섯의 기여도가 상당히 높아요. 채식 고기에도 버섯을 많이 쓰더라고요. 버섯을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해요. 어릴 때는 버섯 참 싫어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모든 버섯이 다 맛있어요. 향도, 식감도 만족감 백 프로예요. 

4. 아보카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긴 한데요. 저는 아보카도가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예전에 남미 여행할 때, 아보카도에 소금, 후추 뿌려서 빵에 발라 먹는 게 큰 낙이었어요. 천연 마요네즈가 따로 없더라고요. 아보카도로 구아카몰레를 만들 수 있어요. 멕시코의 대표적인 살사(영어로는 소스)죠. 고수, 토마토, 레몬즙, 양파, 소금 등으로 만드는 거예요. 나초칩을 구아카몰레 소스에 찍어 먹으면, 행복 지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저는 구아카몰레 소스에 면만 비벼 먹기도 하고요. 밥도 비벼서 먹어요. 잘 익은 아보카도에 간장만 한두 스푼 넣고 뜨거운 밥과 비벼도 꿀맛이에요. 아보카도가 마요네즈, 버터, 마아가린을 완벽하게 대체해 줘요. 비싼 게 흠이죠. 다른 데 쓸 돈 아껴서, 아보카도만 매일 먹고 싶어요. 아보카도는 사랑입니다. 


5. 육수 말고, 채수. 채수도 생각보다 맛있어요 


육수 하면 말 그래도 육(고기)에서 뽑아내는 거죠. 돼지고기, 소고기, 멸치, 새우 등으로 국물 맛을 내잖아요. 그런 게 아예 없어도, 맛있는 국물 맛이 날까? 가능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브로콜리 대와 당근을 선호해요. 브로콜리의 딱딱한 부분 있잖아요. 그걸 채수 낼 때 써요. 당근, 무, 버섯, 배추, 미역 등을 넣어서 우려내면 감칠맛이 상당하더라고요. 심심하실 수도 있어요. 그때는 채식 조미료를 써요, MSG 안 들어간, 말린 채소 가루를 태국 마트에서 팔더라고요. 한국에서 연두라는 걸 써 봤어요. 그것보다 태국에서 파는 채소 가루가 더 진하더라고요. 한국에 가져가서 팔고 싶을 만큼, 맛 내기 능력이 상당해요. 


6. 후무스, 가스파초. 신기한 음식에 손을 대고 있어요 


요즘엔 많이들 아실 거예요. 후무스와 가스파초는 입맛 살려주는 기특한 아이템이에요. 후무스는 병아리 콩을 삶아서 만드는 중동식 스프레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빵에 보통 발라 먹어요.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정말 정말 맛있어요. 저절로 손이 가는 맛이에요. 대신 병아리콩을 오래오래 삶아야 해요. 압력밥솥 쓰시면 훨씬 쉽게 삶으실 거예요. 저는 태국에서 자취 중이라서, 압력 밥솥이 없거든요. 가스파초는 스페인식 토마토 냉수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더운 여름 원기 회복에 딱이에요. 둘 다 마늘, 레몬즙, 올리브유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네요. 비슷한 맛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재료를 보면 분명한 연관성이 있어요. 가스파초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이 원조예요. 이슬람 지배를 받을 때 전해졌어요. 후무스 역시 최초의 기록은 13세기 이집트의 요리책이에요. 두 음식 다 이슬람에서 온 음식이네요. 그러고 보니. 


7. 한국은 은근 채식 선진국 


조선시대 음식은 사실 풀떼기 중심이었죠. 고기가 귀하기도 했고요. 수백 가지의 나물이 있는 나라예요. 요즘 만만할 때 먹는 게 비빔면이네요. 그렇게 간단하고, 맛있을 수가 없어요. 비빔면, 비빔밥, 나물, 김치(새우젓이 들어가긴 하지만) 류, 된장, 고추장 등 장류. 먹을 게 정말 많죠. 게다가 맛도 있고요. 앞으로 채식 인구가 폭증하면, 채식 한류가 붐을 일으킬 거예요. 채식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대요. 채식주의자들이 식탐이 또 그렇게 많아요. 먹을 것들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걸 어떻게든 더 열심히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채식은 보물과도 같죠. 한국 채식을 영어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만들어 보세요. 대박 날 거예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내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글이 나오려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죠.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착한 사람 말고,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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