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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16. 2021

네가 내 뒷담화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배신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물어뜯는다면

직장 생활이라고 해봤자 고작 1년 했어요. 마음고생이랄 것도 없죠. 힘들 때쯤 알아서 떠났으니까요.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긴 했어요. 


-민우 선배 인상이 별로잖아요


이 이야기를 직접 들었겠어요? 들은 사람이 전하는 거죠. 인상 별로다. 그 말 자체보다는, 평소 그 친구의 공손함 때문에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세상 모범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누구도 적을 만들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렇게까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줄도 몰랐죠. 나와 일로 엮일 일도 별로 없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흥미롭더군요. 일단 그런 사실이 전달되면, 아득한 기분이 들어요. 배신감의 충격이 그런 건가 봐요. 같은 공간에 있는데, 상당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만 하면, 그걸 빌미로 시비를 걸고 싶고요. 시간이 약이라고, 언제 그랬냐 싶게 무덤덤해질 때가 오긴 하더라고요. 저도 뒷담화를 아예 안 한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저도 하거든요. 해서는 안 되는 거 알지만,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회사 생활이 왜 힘들겠어요? 사람 때문이죠.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직접 따지기도 쉽지는 않고요. 직접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회사 나올 생각이 아니면 하극상은 안 되는 거니까요. 


뒷담화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죠.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확신이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배신의 배신, 뒷담화 대참사가 일어나요. 꼰지르는 거죠. 말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전해요. 이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보통 이렇게 시작을 하죠. 제가 무슨 수로, 저를 험담한 사람을 알았겠어요? 밀고자들 덕이죠. 자신은 한 패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아니었던 거예요. 악의를 가득 담은 경우도 있지만, 푸념의 뒷담화가 더 많죠. 순간적 짜증을 느낄 때, 예쁜 말이 나오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짜증은 대게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고요. 예전에 분당에서 파스타집을 할 때, 제가 사장이었어요. 형과 공동 사장이 되어서, 배달 전문 독특한 파스타집을 열었죠. 주방에서 일하던 친구가 형에게 제 험담을 한 거예요. 가족끼리 비밀이 어디 있겠어요? 담담한 척했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지는 않더라고요. 회복되기 힘든 균열이 생겨 버려요. 저는 그때 가게에서 손을 놓게 돼요. 좁은 공간에서 불편한 사람끼리 있느니, 내가 나가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제가 일을 못 하기는 했어요. 배달도 느리고, 빠릿빠릿하지도 못하고, 장사가 좀 안 된다 싶으면 으쌰으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다 귀찮고, 집에 들어가서 눕고만 싶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기운 빠졌을 거예요. 그래도 당시엔 그냥 서운해요. 나를 객관화해서 보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기도 하고, 그걸 타인에게, 나보다 어린 친구에게 평가받는 건 피가 거꾸로 솟는 열 뻗치는 일이기도 하고요. 


욕먹어도 싸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받아들여지더라고요. 확실한 건 뒷담화가 발각되면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반성도 하고, 개선의 노력도 할 수는 있지만, 뒷담화 당사자를 용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죠. 들키지 말든가, 눈 앞에서 직접 하든가요. 인간관계 배신의 연속인 거 모르는 거 아니지만, 당사자가 되는 것과 아닌 건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요. 그러니 뒷담화를 하실 거면, 여러분도 전부를 거셔야 해요. 들키는 순간,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저처럼 다들 밴댕이는 아니겠죠. 나를 욕한 너도 내 친구, 내 동료. 이런 사람이 흔하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겠죠. 뒷담화 공들여서 하세요. 부메랑이 생각보다 무서워요. 저도 누군가를 뒤에서 흉봤고, 그 이유로 나와 단절한 사람이 분명 어딘가에서 저를 저주할 테죠. 우리는 그렇게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면서 늙어가고 있어요. 


PS 늘 착하게, 항상 바르게 사는 건 어렵지만 조금씩 나은 사람은 될 수 있어요. 아주 조금씩만 성장해요. 그 조금씩이 쌓여서, 꽤나 괜찮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피죤이나 다우니를 쓰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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