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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24. 2021

짜서 못 먹겠어요 - 식당 사장님들 어찌 장사하시나요?

이토록 다른 입맛들을 설득하고, 성공하는 사장님들의 위대함

하얀트리라는 유명 유투버가 이번에 또 사고를 쳤나 보더라고요. 식당 리뷰를 주로 하는 유튜버예요. 국숫집 육수가 물을 섞어서 끓인 것 같다고 아쉬워해요. 허락도 없이 몰래 촬영을 해놓고, 사장님 해명 댓글은 다 지웠나 보더라고요. 육수에 물을 탔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이리 말하면, 사장님은 미치고 팔짝 뛰죠. 사장이 억울해서 댓글을 달았으면, 해명을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해야죠. 저는 주인의 해영 댓글도 충격이더군요. 진하다, 심심하다 손님의 요구에 맞춰 준다. 이 대목이요. 너무 짜다고 하면 싱거운 육수를, 싱겁다는 손님에게는 더 진한 육수를 부어 준다는 거잖아요. 주인이 억울해했으니 물을 더 부어 주는 건 아닐 테고요. 오, 그럼 육수를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서, 손님의 입맛에 맞게 부어 준다는 건가요? 국수 한 그릇 팔겠다고요? 육수 한 번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거든요. 성공한 맛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여러분은 평균의 입맛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라면이 입에 맞으면 평균 입맛이겠죠. 전 국민에게 팔려야 먹고사는 산업이니까요. 라면을 봉지 뒷면대로 끓였는데, 짠 사람은 싱겁게 먹는 사람일 테고, 그게 싱거우면 짜게 먹는 사람이겠죠. 저는 딱 맞아요. 컵라면을 먹으면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충격을 좀 받았어요. 달걀 프라이에 소금을 넣는 제가 소수파더군요. 설마 해서 페이스북에 간단 설문을 했더니, 소금을 안 넣어서 먹는 사람이 더 많더라고요. 이미 달걀 안의 짠맛이 충분하다는 사람까지 있더라니까요. 달걀 자체의 염분을 충분하다고 느낀다면, 식당 음식을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식당을 가면, 짜다고 인상을 찌푸리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더군요. 콩국수는 아예 심심하게 나오잖아요. 각자 알아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요. 간도 안 된 콩국수를 한 친구가 아우, 짜 이러는 거예요. 그때 저는 일종의 공포심을 느꼈어요. 식당 사장님들은 어찌 장사를 할까? 저에겐 심심한 맛조차,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리다니. 인구의 절반은 불평하지 않는, 그런 '간'이 한국에 과연 존재할까? 건강 걱정하면서 소금이 공공의 적이 된 거죠? 백해무익한 소금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다. 소금이 혐오 물질이 되면서, 짠맛도 덩달아 불쾌해진 거죠? 


부암동 자하 손만두 있잖아요. 줄 서서 먹는 집이요. 국물에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건 제가 간을 해서 먹으면 되는데, 만두소도 너무 심심하더라고요. 참고로 비비고 만두는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 먹은 거라서, 더 외로운 거예요. 저만 황당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내 입맛이 이렇게나 마이너구나. 그래서 가본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안 싱겁냐고요? 


-그 맛으로 먹는 거예요. 


아, 심심한 맛, 재료 자체의 맛. 그 맛으로 드시는 거구나. 그러면 할 말은 없죠. 그런데 치킨이나 햄버거, 짬뽕을 먹으면서 싱겁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주로 한식, 한식 중에서도 국물 요리가 밍밍할 때가 많더군요. 그게 대세니까 손님 입맛을 따라가는 거겠죠. 하지만 첫맛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은 짭짤함이거든요. 소금이 안 들어간 피자를 역시 밀가루 맛이 최고. 이러면서 먹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소금 없는 포테이토칩이 출시되는 날도 결국 올까요? 케이크나 비스킷처럼 다디 단 것들도 다 소금이 들어가는데 말이죠. 소금 덕에 풍부한 단맛이 느껴지는 건데요. 입맛이라는 게 길들여지면, 그 맛이 또 최고가 되니까요. 저도 한국에 오래 살면, 심심한 맛을 받아들이겠죠. 식당 하시는 분들 진심 존경합니다. 어찌 그 각기 다른 입맛들을 만족시키면서 영업을 하세요? 특히 줄 서는 집은 누구를 기준으로 입맛을 맞추시나요? 예를 들면 라면의 염도가 표준인가요? 그것보다 약간 싱겁게 맞추시나요? 라면보다 약간 싱거운 맛이 지금 대중이 원하는 입맛이 아닐까요? 십 년 후에는 진라면도, 신라면도 지금보다 싱거워질 확률이 높겠군요. 저는 물을 조금 적게 잡아서 끓여야죠. 그때가 되면요. 하하


PS 매일 글을 씁니다. 지금 이 세상은 지옥일까요? 천국일까요? 지옥이기도 하고, 천국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시간이라는 에스칼레이터에서 모두 지나가 버리니, 시간 앞에선 지옥도, 천국도 아무것도 아닌 거죠. 모든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그게 시간이라는 파도를 타는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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