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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03. 2021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냐고요?

저 역시 누구보다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이에요. 에어 프랑스에 킵해 놓은 티켓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코로나로 포르투갈행 비행기가 아예 뜨지를 못했어요. 티켓을 환불 안 해주고, 바우처로 주겠다. 처음엔 갑질 횡포처럼 느껴졌지만, 환불받았으면 또 어디에다 다 썼겠죠. 코로나만 끝나 보세요. 포르투갈도 가야 하고, 형님 사는 아르헨티나에도 부모님 모시고 갈 거예요. 아르헨티나 간 김에 멕시코, 과테말라도 다녀오려고요. 오랫동안 쓰지 못해, 거의 죽어버린 스페인어도 기사회생시켜야죠. 친구들과 침 튀기며 아침까지 술도 퍼마셔 볼래요. 눈을 뜨면 바닷가 모래사장이었으면 좋겠어요.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서, 다시는 술 마시나 봐라.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하면서, 마침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싶어요. 진짬뽕을 끓여서 해장을 하고, 어제 얼마나 추하게 취했는지를 친구들에게 들어가며 후회하고 싶어요. 


그런데요 


코로나가 끝나도, 우린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코로나가 전부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코로나는 일부가 돼요. 새로운 고민들이 생기고, 마스크 없는 삶도 그냥 그래요. 되게 고맙지 않고, 되게 홀가분하지도 않아요. 일주일 정도 반짝 좋다가 말아요. 우리가 그렇게 얄팍한 존재들이에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네, 맞아요. 자영업자들을 위해 코로나가 하루빨리 끝나야죠. 그런데, 매출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거예요. 코로나 때 빼앗긴 고객들은, 코로나가 끝났다고 배달 음식 끊지 않아요. 코로나로 변한 취향을 찾아, 신선한 가게들로 몰릴 거예요. 즉 잘 되는 곳만 잘 될 거예요. 늘 그랬듯이요. 


코로나가 없다고,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까요? 더 건강해지거나, 더 젊어질까요? 보행이 좀 자유롭다는 거,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는 것 정도죠. 여행이 주는 기쁨을 어찌 과소평가하겠어요? 제가 여행하며, 글 쓰는 사람인데요. 하지만 여행만 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그때가 되면 여행 상품들 가격이 폭등할 거예요. 비행기 값이며, 숙소 값이며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비싸질 거예요. 참을 만큼 참은 여행 욕구가 빵 하고 터지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욕 나올 정도로 비싸질 거예요. 그동안 입에 풀칠도 못했던 여행업자들은 그래도 성에 안 차요. 생각 같아선 두 배, 세 배 올려서 코로나 손실 다 만회하고 싶어요. 코로나만 끝나면 여행 재미에 푹 빠져 살 것 같아도, 장삿속만 밝히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고, 시들해질 거예요. 두고 보세요. 세상은 일직선이 아니고, 입체이자, 곡선이에요. 화살처럼 직선으로 흐르지 않아요. 그래서 내일이 훨씬 흥미롭기는 하지만요.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않으려고요. 대단한 환상은 늘 상처가 돼요. 코로나가 없는 세상은 천국. 그런 공식은 절대 실현되지 않아요. 그때 되면 알아서 느낄 텐데, 왜 미리 초를 치냐고요? 지금을 외면하고, 코로나가 끝나기만 바라며 살지는 말자고요. 혹시 지금이라서 더 누릴 수 있는 건 없나? 영리하게 챙기자고요. 태국 방콕은 하늘이 유난히 깨끗해졌어요. 늘 손을 깨끗이 씻어서인지 감기가 안 걸리네요. 식당에서 음식을 자주 못 먹으니, 요리 솜씨가 늘었어요. 꼭 해야만 인생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던 술자리, 교류, 여행이 사라졌지만 그 시간에 글을 더 썼고, 내 안의 나와 자주 대화를 나눴어요. 평생 이런 재난이 또 안 올까요? 좋은 훈련이라는 생각도 해요.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중이죠. 


나중에 보란 듯이 행복해지셔야 해요. 입바른 소리 한 제가 무안해지도록요. 예전보다 더 가족을 챙기고,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커지는 시간이에요. 코로나는 어서 빨리 끝나야겠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질문들은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해요. 누구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던 욕망 시계가 멈췄어요. 대부분의 욕망은 포기해야 했죠. 더 적게 누리는 삶이 과연 해로운 삶일까? 더 많은 것들을 누리는 것만이 맞는 방향일까? 그런 질문들을 자주 하게 돼요. 불필요한 욕망을 가지 칠 수 있는, 인생 유일의 기회일 수도 있어요. 코로나 시대가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2021년의 6월을 살고 있어요. 6월의 마지막 날도 금세 찾아오겠죠. 멍청해지면 12월도, 우리의 마지막 날도 빛의 속도로 찾아올 테니, 글을 쓰면서 시간을 늘려 보려고요. 글 안에 머물면서, 멍해지는 순간을 줄여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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