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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05. 2021

연락을 지지리도 안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백 프로 제 이야기입니다


저처럼 해외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멀어지기 마련이죠. 안부도 한두 번이지, 당장 만날 수도 없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기란 쉽지 않아요. 너무 가까운 사람끼리는, 닭살 돋게 무슨 안부냐 싶고, 가깝지 않다 싶으면 어려워요. 용무라도 있으면 모를까, 이유 없이 연락하는 게 오버라고 생각해요. 이래저래 잊고 사는 게 제일 속 편하기는 해요. 


저 절대 연락 먼저 안 해요. 왜냐면 지는 거니까요. 저 박민우예요. 정말 답답들 하시네. 저, 박민우라고요. 박민우가 누구냐고요? 누군데 목소리만 크냐고요? 이러시긴가요? 저 모르시겠어요? 먼저 손 내밀지 않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박민우라고요. 나는 외롭지만, 지지 않았다. 너절한 승리감에 도취되려면, 절대 먼저 연락해서는 안 돼요. 심지어 한국 가서도 나 왔다고 알리지 않아요. 오는 연락만 기다려요. 박민우가 한국에 왔으면, 알아서들 기어야지. 내가 일일이 알려야 해? 나야, 나! 박민우라고. 어떤 인간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자존감이 형편없는 자가, 없는 자존감을 모래 위에 쌓고 있어요. 허물어지면 어때요? 어차피 인생 자기만족 아닌가요? 아무 연락도 안 했으니, 신경 쓸 일이 없어서 개운해요. 기껏 연락했더니 성의 없이 한 줄로 답한다든가, 바쁘다며 먼저 끊는다든가, 누구? 이 지랄하는 친구들요.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먼저 연락을 했을까? 끙끙 앓기 싫어요. 누구에게 하소연해요? 저란 놈도 눈치는 있어요. 뒷담화 거리도 안 되는 걸로는 혼자 삭히기 싫어요. 얼마나 맘이 편하냔 말이죠. 고립된다고 죽어요? 아침까지 술자리도 옛말이죠. 찌들 대로 찌든 간으로 쌍화차나 마시자고요?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쓸쓸한 자부심에 메달이라도 좀 걸어 주실 분! 


혼자서도 잘 지냅니다. 가끔씩 텅 빈 원통에서 혼자 챗바퀴를 굴리는 느낌이지만, 그게 뭐요? 챗바퀴를 둘이 굴리면, 뭐가 달라져요? 혼자가 쓸쓸하다고, 둘이 안 쓸쓸한 게 아닌데 말이죠. 거추장스러움은 생각 안 하고, 외로움의 가치를 폄하하시면 안 되죠. 외로워서 홀가분한 거예요. 홀가분하니까 외로운 거예요. 그 신비로운 뫼비우스 띠를 꼭 이해해야 해요? 홀가분하다가 외롭고, 외롭다가 홀가분해요. 미친놈 아니라, 흐르는 감정은 원래 그렇게 다채로워요.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유별나게 외로워하고, 소주잔을 찾나요? 나는 괜찮다를 백 번씩 암송하면 잠은 오던데요?  


연락 뜸한 친구들 있으시죠? 저처럼 점수표를 만들고, 실점 안 하려고 기를 쓰는 놈들일 거예요. 그런 것들과 누가 이기나 자존심 싸움하실 필요 없어요. 무시하고, 잊으세요.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죠. 그런 놈들도 사람이라고, 언젠가는 기어 나오게 되어 있어요. 좀 덜 어색하게 인사하는 법을 몰라서, 숨어 다니는 거예요. 거울을 봤더니, 오늘따라 더 늙고, 쪼그라든 것 같아서 주저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세요. 자랑할 것도 없고, 질문에 대한 답도 완비되어 있지 않아요. 왕자병도 있어서, 나에게만 시선이 꽂히나 싶어서 안절부절을 못해요. 욕을 먹든 뭐하든, 나 좀 편하고 보자. 그렇게 외떨어진 삶을 살아요. 화석처럼 굳어가고 있어요. 제가 '암모나이트지만 괜찮아' 커뮤니티 총무라서요. 암모나이트들 상황을 다 꿰고 있어요. 약한 사람들은 지지리 궁상이라도 떨어야 해요. 자유, 가벼움, 홀가분함을 등짝에 짊어지고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벗을 용기가 없어 그렇게 기어 다녀요.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천천히, 비밀스럽게 끙끙대며 그늘진 곳을 기어 다니고 있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상처와 공감에 관심이 많아요. 상처가 없는 사람은 공감의 가치를 몰라요. 그래서 상처와 어둠이 섞인 사람들과 비밀스럽게 연대하는 감정적 케미를 반가워합니다. 반가워요.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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