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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16. 2021

공감받지 못하면 상처가 된다

어떤 사람에겐 아주 큰 상처가 되기도 해요

벌써 2년 전이네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다가,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더 못 보겠다는 글을 썼어요.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드라마잖아요. 캐릭터들도 독특하고, 현실적인 면도 있어서 내 이야기도 겹쳐 보이고요. 저에게는 좀 어중간했어요. 아예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파격적으로 꼴통스럽지도 않은 중간쯤의 드라마였어요. 


-멜로가 체질 더 이상 못 보겠어요 


이 글을 올렸다가, 댓글로 욕을 한 사발 거하게 먹었어요. 인신공격까지 하더라고요. 저라는 인간 자체가 글러 먹었으니, 그따위로밖에 보지 못한다. 이런 식의 댓글로요. 백 명이 모두 사랑하는 영화가 있을 수 없고, 모두가 예쁘다, 잘생겼다 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음을 그들도 알 거예요. 하지만 특별히 아끼는 대상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큰 상처가 돼요. 자신을 공격하는 것만 같아요. 저도 다르지 않아요. 제가 재밌게 봤던 영화를, 보다 잤다는 사람을 보면 열이 확 받아요. 절절하게 감동한 나는 뭐가 되냐고요? 안목이 그 따위면, 나랑 이야기가 통하기나 하겠어? 정도 떨어지고, 말할 기분도 안 나요. 그런 덜 떨어진 이해력으로 뭘 보고, 제대로 느끼겠냐고요? 마음속으로 X 표시를 해요. 겉으로야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잘도 떠들지만, 속으로는 철저하게 응징하고 싶은 마음뿐이죠. 


그런데 감동이라는 게, 자신의 삶과 화학반응이더라고요. 각자의 감동 스위치가 다 달라요. 야구 규칙을 모를 때, 매일 야구만 보시는 아버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웠어요. 만화 영화도 보고, 음악 프로도 봐야 하는데 한 대뿐인 TV는 야구 중계에 늘 고정이었죠. 아버지와 제가 보는 야구가 어떻게 같겠어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으르렁대는 드라마를 중학생이 재미나게 볼까요? 게임 속 세상, 요정들의 세상에서 주인공이 계속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판타지 소설을 중년의 아저씨가 몇 페이지나 볼 수 있을까요? 살아온 삶이 다르면, 보는 눈도 다르고, 즐기는 포인트도 다 달라요. 그래서 이런 문화, 저런 문화가 생기는 거고, 덕분에 다양성의 세상에 사는 거죠. 


제가 재미나게 봤던 드라마에 누군가가 욕을 하면, 여전히 반감이야 들죠. 하지만 내가 스팸을 먹지 않는다고, 스팸 먹는 사람들을 혐오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선지를 안 먹는다고, 선지 먹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이요. 아재 개그가 뒤집어지게 웃기다는데, 그 사람의 멱살이라도 잡을까요? 웃기면 웃어야죠. 안 웃기면, 안 웃을 자유가 있듯이요. 그러니까 저는 놔주려고요. 내 사랑을, 당신도 사랑하라고 눈 부라리지 않으려고요. 대신 내 사랑을 더 사랑하려고요. 그게 제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줄 테니까요. 그렇다고 저를 욕하는 분들을 원망하거나, 그만두라고 호소하는 건 아니에요. 글을  세상에 내놨을 땐,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죠. 그렇게 저도 반성하고, 성장해요. 내가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욕먹지 않은 삶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를 욕할 때, 자신까지 파괴하지는 마시라고요. 끝을 보자는 식으로 욕을 하면, 결국 본인이 황폐해지더라고요. 원하는 감정의 전달도 이루지 못한 채요. 제가 '울랄라 시스터즈'라는 영화를 그렇게 재미나게 봤거든요. 거의 20년이 다 된 영화네요. 극장에서 빵빵 터졌다니까요. B급 쌈마이 개그 코드를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세상은 잠잠하더라고요. 그런 걸작이 사람들 입에조차 오르내리지 않는 세상을 한동안 저주했더랬죠. 지금 봐도 그렇게 빵빵 터질까요? 한 번 각 잡고 다시 봐야겠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저는 제가 좋습니다. 더 완벽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열심히 반응하고, 듣고, 방황하고, 움직이고,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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