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조지아는 웃음을 잃었어!

조지아 여행의 빛과 그림자

by 박민우
우리 나라 7,80년대 변두리 풍경과 비슷한 트빌리시 뒷골목


-네가 본 게 맞아. 조지아 사람들은 웃음을 잃었어. 원래부터 그랬다기보다는, 지금 삶이 너무 팍팍해. 우리 부모님만 해도 소련 시절을 그리워해. 공산주의가 훨씬 나았다는 거야. 먹여 주지, 집 주지, 생활비 주지. 여행 가고 싶을 땐 여행도 언제고 갈 수 있었어. 풍요의 시절이었지. 안 믿기지? 조지아의 노인들은 공산주의 시절을 그리워해. 지금 조지아 사람들은 웃을 일이 없어.


사모(saamo) 카페 웨이터 타미는 영어가 유창했다.


-조지아 사람들은 친구를 정말 좋아해. 손님을 초대해서 종일 먹고, 떠드는 게 인생의 낙이야. 대가족이 모여사는 걸 좋아해. 가족과 친구가 전 부지. 지금은 먹고살아야 해. 살아남아야 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해. 매일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을 계산하면서 한숨을 쉬어.


한 달 살기를 하려고 월세 가격을 알아봤다. 트빌리시에서 좀 살고 싶다 싶은 곳은 오육십만 원대였다. 조지아 사람들 평균 한 달 임금은 삼사십만 원이다. 현지인 가격이 여행자와 같은 가격은 아닐 것이다. 좀 누추한 곳은 훨씬 쌀 것이다. 그래도 십만 원은 이상은 줘야 한다. 그런 방은 에어컨이 없다. 7,8월 조지아 찜통더위를 벽 얇은 방에서 견뎌야 한다. 조지아 젊은이들이 매년 수십만 명씩 빠져나간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집안을 책임져야 하니까. 지하철에서 역도 선수가 아닐까 싶은 큰 덩치의 조지아 청년 둘이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둘은 쌍둥이였다. 저게 설마 밥일까? 간식으로 먹는 걸 수도 있다. 여러 개를 먹었는지 껍질이 여러 개 포개져 있었다.


네이버 조지아 여행 카페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구다우리 가는 길에 봉변을 당했어요.


카페 회원이 추천한 양꼬치 집을 온 가족이 일부러 찾아갔다. 택시를 빌려 카즈베기로 가는 길이었다. 일단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을 물었다. 야외 화장실을 쓰게 해 줬다. 양꼬치가 없었다. 조지아의 국민 치즈 빵 하차 푸리 만 있었다. 실망한 가족은 미안하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때까지 친절하던 여사장은 욕을 했고, 4라리(1,700원)를 내놓으라며 소리 질렀다. 거구의 남자가 칠십 대인 아버지의 어깨를 밀치며 위협했다. 그때까지 통역해주고, 농담하던 택시 기사는 택시 안으로 숨어버렸다.


현장에서 보지 않은 이상 함부로 누구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류의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돈맛을 본 조지아 인들의 돌변. 무뚝뚝한 조지아 인들의 냉대. 팍팍한 삶, 누구라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런 조지아인의 현실을 헤아리기엔 너무나도 약자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돈맛을 알아버린 장사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 정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행은 타이밍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현재 시점에서 여행하기에 훨씬 쾌적하다. 어디가 볼 게 더 많나요? 그건 내가 답할 수 없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바쿠 여행기를 한 번 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이 더 좋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난 아직 조지아의 일부, 일부의 일부도 보지 못했다. 조지아에 한껏 부푼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어서다. 그래서 오지 말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여전히 조지아를 다녀온 이들 80%가 조지아 편이다. 20% 정도는 실망한다. 누구든 80% 안에 들 확률이 높다. 20%가 될 수도 있다. 20%가 아니어도, 불쾌한 순간과는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다. 도난 사고나, 인종적 차별은 적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아시아인에 대한 기본적인 호감은 있다. 현지인들이 사는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누추하다. 날씨라도 흐리면 정말 우울한 풍경이다. 여행자만 해맑기엔 염치없는 칙칙함이 있다. 여행은 타이밍이다. 라오스가 그랬다. 생각보다 무뚝뚝하고, 바가지도 흔했다. 루앙프라방에선 하루아침에 국숫집 가격이 전부 올랐다. 천 원 하던 국수가 천오백 원이 됐다. 태국보다 가난하지만, 태국보다 최소 2,30% 이상 물가가 비쌌다. 라오스는 변변한 공장이 없어 죄다 수입해서 쓴다. 그래서 비싸다. 라오스 탓만은 아니다. 죄책감 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여행업자들이 많았다. 대단한 풍경을 기대하며 간 게 아니라서, 상처는 컸다. 나의 이 찬물은 필요하다. 조지아인의 무뚝뚝함이 이해될 것이다. 조지아인의 친절은 더 큰 감사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핫한 나라 중 하나가 지금 이 시점 조지아다. 올 가치는 충분하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나는 조지아 편에 일단 서겠다. 아름다운 풍경과 정직한 조지아 사람에게 한 발짝 다가가겠다. 내가 누군가? 나를 열 받게 하면 욕 한 사발 시원하게 하겠다. 얼마든지 돌아설 준비도 되어있다.


후회를 각오하고, 사랑 한 번 해보겠다.


트빌리시 우울 지하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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