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경을 지금까지 숨겨놨던 거야?
풍경은 이제 그만.
파키스탄 훈자를 다녀오고선, 풍경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어요.
이보다 더한 풍경은 이제 없지 않을까?
더한 걸 기대하는 건, 슬픈 욕심이다.
투어를 하게 되면요.
너무 수동적인 인간이 돼요.
좋은 풍경에 대한 감사함도 덜하더라고요.
돈은 돈대로 들면서요.
아름다운 우연히 보고 싶어요.
작정하고, 얼마나 좋은지 보자.
힘주고 싶지 않아요.
이번엔 투어를 합니다.
하루 3만 5천 원 투어니 까요.
싼 투어도 아니죠.
구두괴 박민우가 왜?
제가 아르메니아에 빠졌잖아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지는 거예요.
탐구하고 싶은 거예요.
타테브 수도원으로 가는 투어를 골랐죠.
케이블 카 때문에 비싸요.
케이블 카 타는 가격이 거의 절반.
금줄에 매달았냐?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자.
이런 풍경이 짠(참고로 동영상에 음악도 좀 예쁘게 깔아 봤어요)
구름 그림자 짙게 깔린 거 보이시나요?
처음 구름 그림자를 본 게 어디더라?
키르기스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가는 길이었을 거예요.
구름도 그림자가 있구나.
웅장하기로는 교향곡 같고
아름답기로는 푸른 바다의 흰 수염고래 같은(아, 흰 수염 고래를 본 적은 없습니다 ㅠㅠ)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나 봐야 드러날 것 같은
기묘하지만, 정리된 그런 풍경이 짠하고 드러나더란 말입니다.
오늘 투어는 이미 돈값을 했군.
본전은 이미 뽑았습니다.
마음이 편해져요.
노라뱅크 수도원에 일단 들러요.
여기가 첫 코스라고?
무슨 메인 요리를 먼저 줘?
이거보다 더 굉장한 풍경을 숨겨놨다고?
에이, 그럴 리가?
그렇게 대단했다면, 사람들이 조지아만 이야기했을 리가 없지.
아르메니아에 꼭 가보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
이 여행사 장사 못하는구먼.
메인 요리를 처음부터 확 까버리는구만.
타테브 수도원으로 들어가려고 케이블 카를 기다려요.
오늘의 메인 요리인데요.
케이블 카를 타고 들어가기 전에 이미 충격을 받습니다.
여행사가 장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아르메니아 관광청이 장사를 못하는군요.
아니, 말이 되냐고요?
이런 풍경을 왜 그렇게 꽁꽁 숨겨놓고, 아는 사람만 오게 했을까요?
투어로 와야 할 게 아니라요.
차 렌트해서 천천히 머물고, 먹고, 즐기면서 느긋하게 있어야 할 곳이잖아요.
어마어마한 인파로 바캉스 시즌 난리가 나야 하는 거잖아요.
아르메니아 장사 못하네요.
덕분에 저는 입을 못 다물어요.
느긋하게 밥 먹는 사람들을 질투해요.
케이블 카를 타고요.
이런 협곡을 지나쳐요.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긴 케이블카래요.
엉?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탔는데?
케이블카도 종류가 나뉘나 봐요.
이게 중간 지점 없이 한 번에 연결된 거로 제일 길다나요?
어쨌든요.
아르메니아가 너무 유명해지기 전에 와서 저는 행복해요.
여러분들은 이제 고민이 늘겠군요.
조지아만 갈려던 사람들은 큰일 났어요.
여길 안 와도 되겠어요?
안 보셔도 노상관입니까?
그만, 그만하라고.
아르메니아인의 자랑 타테브 수도원
그냥 평범해도 풍경이 받쳐주니까 그냥 대충 좋으라고.
뭘 또 이렇게 웅장하고
뭘 또 이렇게 신비롭고 그래.
다듬고, 개보수해서
옛날 느낌 다 사라진 말끔한 성당이 아니라서
더 신비롭잖아.
더 진짜 같잖아.
어허, 여기 안 오고 아르메니아를 뜰 뻔했다니.
안 보면 그만
그런 나의 돼먹지 못한 태도가 이번만큼은 정말 섬뜩하군요.
아니, 하다 하다 무슨 무지개까지 넘실대고 그러셔?
애쓰지 마.
이미 멘털 나갔어.
좀 나눠서 해.
한 번에 이렇게 주입식 감동으로 몰아세우지 좀 말라고.
넌 할 만큼 했어.
세상에 알릴게.
호들갑 좀 떨게.
풍경은 이제 좀 쉬어도 돼.
뭘 또 구수하게 관광버스 구색까지 맞추고 그러세요들.
네, 우리나라에선 이제 불법이죠?
안전벨트도 다들 안 매고, 춤, 노래에 빠졌네요.
아르메니아 노래에 어깨 들썩 언제 또 해보겠어요?
참고로 전 강남스타일로 국위 선양했습니다. 푸하하
영어 가이드가 편하신 분들도 계시죠?
제가 이용한 여행사입니다.
여러분 착하게 사시고요.
아르메니아에 꼭 오셔서 상으로 이런 풍경 꼭 보세요.
PS 매일의 여행기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나를 낮추고, 더 많은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어요. 여러분이 저의 우주이고, 깨달음입니다. 매일 책 한 권이 더 팔리면 족합니다. 지금은 '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