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평소의 제 글과 다르게 한 번에 쓸 거예요. 고치지도 않아요. 왜냐면요. 지금 제 몸은 거덜났거든요. 이틀 연장으로 퍼마셨어요. 맞춤법도 나중에 볼게요.
쪽지가 왔더라고요. 일주일 전에 제 글을 처음 봤대요. 네이버도 그때 최초로 가입했대요. 한국 전화가 없으니, 가입도 일이더래요. 바투미에 사는 1호 한국 부부라면서요. 한국에서 안 살고, 바투미에 사는 젊은 부부라. 감이 오시나요? 평범하지 않고, 무난하지 않죠. 한 때 이탈리아 와인은 쎄오가 책임지다 시피 했대요. 와이너리 사장들이 쎄오만 찾는 거죠. 같이 한국에 와서 와인을 판 거죠. 좀 있어 보이는 애들이죠? 그러니 제 글에 반하죠. 바투미에 총 다섯 명의 한국인이 사는데, 그중 두 명이래요. 야호,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 반갑고, 고마웠지만, 간만에 집밥을 먹는다는 게 더 컸죠. 그래도 남의 집 방문이니까요. 큼직한 자두 몇 알 사가지고 가요.
바투미에 사는 부부는요. 어떻게 눈이 맞았냐면요. 마누라 쎄오랑 남편놈 한태기랑 일로 만났는데요. 쎄오는 이탈리아 통역을 했던, 스무 살 이후로는 거의 이탈리아에 머물렀던 멋쟁이고요. 한태기는 수학이 제일 쉬웠던 모범생 엔지니어어였죠. 일산 킨텍스에 자판기가 그렇게 많다면서요? 쎄오가 자판기 손을 하나씩 넣더래요. 한태기가 반했어요. 아니, 당신도 그런단 말이요? 둘 다 혹시 남은 동전이라도 있을까 봐 자판기만 보면 손을 집어넣었던 거죠. 그러면 실제로 동전 몇 개씩 건지기도 하나 봐요. 허허. 저는 나중에 폐지 안 주울랍니다. 모든 자판기와 공중전화기에 뒤지며 용돈 벌랍니다. 술병 났습니다. 배달 생수통 하나 분량의 술을 셋이 마셨습니다. 센척하던 쎄오가 먼저 나가떨어지고요. 알코올 성애자 한태기랑 저는 끝까지 달렸습니다. 와인에 차차(조지아 코냑)를 두루두루 조졌습니다. 길바닥에서 술까지 주웠습니다. 한태기가 발견하고, 한 모금씩 먹다가, 한태기가 떨어뜨렸습니다. 개박살이 났죠. 술 줍고, 술 병 깨트리고, 대관람차 타겠다며 또 거기까지 가고. 쎄오는 똥 마렵다며 그 와중에 똥똥거리고. 오빠. 저 이탈리아 있을 때는요. 똥 싸면서 오바이트도 했어요. 이탈리아 비데 아시죠? 변기 옆에 있는 거요. 저 거기다 허리 숙여서 오바이트 했어요. 똥은 똥대로 싸면서요. 안 궁금한 이야기 참 처절하게도 합니다. 저는 복학생, 저 연놈은 신입생. 이 느낌으로 미친 듯이 이틀을 달렸습니다. 한태기 저 새끼는 또 대학 후배기까지 하더군요. 제 가방에 도시락면, 초코파이는 또 왜 넣어준답니까? 이제 다시 볼일 없다. 내 몸을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무슨 낯짝으로 얼굴 볼 생각을 하니? 나무젓가락까지 챙겨 준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냐? 얘네들이 바투미에서 에어비엔비를 해요. 요즘 러시아 손님이 뚝 끊겨가지고요. 거지 딸딸이 신세랍니다. 딸딸이? 전 모릅니다. 이런 단어를 쓰는 신혼 부부를 본 적이 없어요. 오빠, 거지가 딸딸이 치는 거 상상해 봐요. 정말 처절하잖아요. 우리 지금 거지 딸딸이에요. 이런 또라이들입니다. 방에서 보는 뷰가 끝장납니다. 이런 방을 요즘엔 십만 원도 못 받고 빌려준대요. 제가 약간만 더 잘 산다면, 여기서 눌러살겠습니다. 이런 예쁜 방으로 거지 딸딸이라뇨? 침대 시트 향기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방에서 제대로 한 번 더 말리더군요. 요것들 봐라. 이런 작은 것들까지 신경 쓰는 애들이라면요. 사실은 호텔 재벌 되어야죠. 여기에 묵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네가 너희들 용서는 못 하겠다. 지금도 속 울렁거리고, 뭔가 당한 느낌이다. 이 몸으로 글을 쓰는 내가 새삼 대견하고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아니다. 이렇게 얻어 머셨으니, 딱 한 권 있는 제 책은 줘야겠군요. 진짜 이 또라이들. 영광인 줄 알아라. 이 책 읽고 방콕 오지 마. 나를 얼마나 퍼마시게 하려고. 제 간장, 위장은 근 몇 년 최악으로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좀 더 자겠습니다.
부부 술주정꾼 에어비엔비고요. 프로필을 보면 방이 세 개가 나와요. 거지 딸딸이용, 중간 딸딸이용, 부자 딸딸이용. 이렇게 세 개 랍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방이 부자 딸딸이용입니다. 강력추천합니다.
PS 매일 글을 써요. 오늘은 진짜 오체투지로군요. 오바이트하고 싶네요. 매일 작은 글로, 여러분께 닿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저의 우주입니다. 깨달음입니다. 매일 책 한 권이 더 팔리면 족합니다.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한 권은 부부 납치단에게 기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