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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l 21. 2019

여자 혼자 여행해도 될까요?

길 위의 안전, 장담 좀 해주세요

자전거 타이어 쯤이야. 못하는 게 없는 애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가 여자가 아니잖아요. 사고가 난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 안전하다? 그것도 어째 좀 무책임한 답이죠. 무수한 범죄 속에서 살아요. 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어요. 외국 여자가 제게 한국 여행은 안전한가요 묻는다면 저는 어찌 답할까요? 준비해 놓은 답이 없어요. 남자니까요. 남자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요. 여자는 다르잖아요.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실제로 느끼는 공포가 어찌 같을 수 있겠어요? 제가 여자라면요. 쉽게 짐을 싸지 못했을 거예요. 낯선 곳, 낯선 방에서 쉽게 잠이 오겠어요? 한갓진 곳이라면 더더욱요. 숙소 사장이 술 한 잔 하라며 권한다면요. 이미 눈동자는 벌겋게 충혈된 채 혼술을 하고 있다면요. 밤중에 문이라도 두드린다면 온몸에 소름이 쫙 돋겠죠. 덜컹 소리, 바람 소리, 사람 소리에 일일이 곤두서야 하니까요. 그리 피곤한 여행을 뭐하러 자처할까요? 비싸도 호텔이 최고고요. 노화에 백해무익한 햇빛도 꼼꼼히 차단해 줘야죠. 행복하려고 떠나는 거잖아요. 치명적인 사고는 상상만으로도 살 떨리죠. 정떨어지죠.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많이 봐요.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눈에는요. 한 번만 여행하고, 끝. 이런 여행자들도 없어요. 또 가요. 뭐가 그렇게 좋을까요? 왜 끝도 없이 짐을  쌀까요?


여자 혼자 여행해도 될까요?


애나가 자전거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네요. 스위스 아가씨고요. 간호사예요. 자전거로 중앙아시아를 거쳐서요. 조지아에 왔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이런 곳을요. 자전거를 타고 횡단했어요. 조지아에서 배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걸 거예요. 스위스 집까지 또 배에 싣고 간 자전거로 영차영차 가야죠. 바람을 넣다가 빵 터진 타이어를 교체 중이에요. 날씨가 흐리지만요. 폭우가 쏟아지지 않으니까요. 예정대로 떠날 거래요. 조지아 개비라는 곳에 병원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대요. 스위스에서는 주로 정신 병동에서 일을 했대요. 집에서는 곯아떨어지기 바빴고요. 병원 일이 늘 피곤했대요. 1년 정도 자전거를 타니까요. 스위스 집이 그립대요. 병원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대요. 텐트를 펼치고 길에서 자요. 숲에서 자죠. 안 무섭냐니까, 솔직히 편하지는 않대요. 예민해진대요. 그래도 포기할 마음은 없대요.


키르기스스탄에서 제가 만났던 프랑스 아가씨도 기억나네요. 신비롭게 생긴 아가씨였어요. 타지키스탄에서 말을 사서요. 말을 타고 키르기스스탄까지 가요. 키르기스스탄에서 말을 팔아요. 피붙이 같아서 말을 팔 때 정말 가슴이 아팠대요.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이 실제로 있는 아가씨 같았어요. 보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다면 믿을 수나 있었겠어요? 말을 타고 국경을 넘다니요. 한 나라를 관통하다니요? 벨기에 친구 스티븐은 터키에서 일본 아가씨를 만났는데요. 중국 시안에서부터 터키까지 걸어서 왔대요. 두 발로요. 두 발로 걷고, 맨몸으로 노숙을 해요. 안 위험해요? 그녀는 뭐라고 답을 할까요?


한비야 작가를 비판하는 글을 종종 봐요. 허언증이다. 안전 불감증이다. 순진한 여자들이 한비야 글만 읽고 인도로, 아프리카로 간다. 흉한 꼴을 본다. 못 읽게 해야 한다. 그런 글들이요. 흠! 여러분은 자동차를 살 때는 어떤 마음인가요? 사고가 나고, 장애인이 된다고 현대차를, 기아차를 비난하나요? 광고를 실은 방송사를 비난하나요? 세상 모든 광고는 허언증의 각축장인데요. 엄청난 사고의 피해자가 되겠습니다. 마치 각서라도 쓴 양, 차를 사지 않나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닐까요? 그들이 한 사람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눈 감고, 귀 닫고 여행을 준비할까요? 과도한 비판은 과도한 공포로 이어지죠. 뉴스는 드문 일을 찾아서 보여줘요. 흔한 일에 누가 눈 하나 깜짝할까요? 화재가, 자연 재해가,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고 그곳이 24시간 위험한 곳일까요? 우리나라는 남북이 총을, 대포를, 미사일을 겨누고 있어요. 그래서 안 오는 사람 실제로 많아요. 그들의 준비된 조심스러움에 동의하시나요? 위험한 한국을 영원히 밟을 일 없는 그들이 지혜로워 보이나요? 누군가는 공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는 좀 더 가깝게 느끼죠.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평생 조심하며 살아요. 세상을 믿는 사람은 좀 더 과감해져요. 수많은 사람들이 평생 복구되지 않는 교통사고를 당해도, 여러분은 전혀 동요되지 않잖아요. 우리는 충분히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세요. 여행한 사람을, 도전을 한 사람을요. 정보로, 글로 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제 저도 슬슬 자전거 여행에 흔들리고 있어요.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니까요. 이젠 저도 용기를 내 보려고요. 애나는 버스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해요. 결국 자전거를 끌고 나가네요. 너무 늦어져서, 딱히 잘만 한 곳도 없는, 어정쩡한 곳에 갇히게 되겠죠. 개가 컹컹대고,  텐트가 자신의 을 불길하게 쓸어대는 밤이 올 테죠. 해보지 않은 사람은 진저리를 치고, 해본 사람은 담담해요. 정보로 덧칠된 공포는 과장된 거예요. 작은 것부터 해보세요. 저도 그래 보려고요. 한국을, 아니면 대만을 자전거로 한 번 돌아보려고요. 저는 남자니까 쉽게 말한다고요? 맞아요. 제가 여자에게 공감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하지만 용기를 주고 싶어요. 새로운 도전이, 새로운 생명을 준다 믿거든요. 안전은 본인이 장담해야 해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스스로 선택한 비행기를 타고, 스스로 선택한 새 차를 뽑는 그 마음으로요. 우린 모두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수혈받은 것처럼요.


안전히, 건강히 애나! 굿럭


PS 매일 여행기를 써요. 저만의 오체투지랄까요? 영혼에 닿는, 우주에 닿는 나중을 꿈꿔요. 여러분이, 독자가 저의 영혼이고, 우주입니다. 지금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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