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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Aug 03. 2019

조지아 물가가 싼가요? - 아니요

여행은 타이밍, 약간은 늦었다

심쿵 사진이죠? 메스티아헤서 하츠벨리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요런 인생샷 찍으시죠


조지아! 내 심장이 쿵쾅댔던 건 사실 물가였어요. 풍경은 그다음이었죠. 사람들이 조지아 조지아 할 때,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조지아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나만 모르는 횡재를 의심했죠. 그 비밀이 물가였죠. 싸다면서요? 엄청 싸다면서요? 한 달 살기 최고의 나라라면서요?


house Of Monamie 밥은 미쳤다니까요


1. 식당 밥 만 원, 숙소 밥 8천 원


어떤 식당에서 먹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나요? 이런 질문에 당연하죠라고 답해야 하는데, 아니요. 그냥 만 원 정도 생각하셔야 해요. 단품으로 먹은 케밥은 5라리(2천 원) 정도로 해결 가능해요. 그런데 케밥집은요. 식당이라기보다는 싸가서 먹거나, 후딱 먹고 일어서는 곳이라서요. 메뉴판이 있고, 앉아서 여유 있게 먹는 식당 중에 10라리(4천 원)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없다고 보시면 돼요. 뭐 이리 자신만만해? 조지아에 고작 한 달 보름 정도 있었을 뿐이잖아요. 그런 식당도 어딘가엔 있겠죠. 서민들이 찾는 비밀의 맛집까지 없다고 장담은 못 드려요. 그리고 어떤 식당이든지요. 2,3천 원에 한 끼도 가능해요. 김밥천국처럼요. 기본 김밥 하나 먹으면 2천 오백 원 나오듯이요. 저렴한 거 하나만 먹고 나오면 되죠. 여행자로서의 기본적인 호기심으로 둘이서 서너 메뉴 시키면요 인당 만 원입니다. 와인 마시면 좀 더 들고요. 우리나라는 인당 6,7천 원에 다양한 끼니가 있잖아요. 조지아인들 한 달 월급이 삼사십만 원이에요. 식당 물가가 살인적인 수준이죠. 여행자, 상류층들만 오라. 딱 그 느낌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진짜 맛집 같은 경우예요. 푸짐하게 먹고 인당 8천 원 정도 냈어요. 8천 원이 가능했던 건 총 다섯 명이었거든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저렴해지죠. 그 식당은 정말 바글바글해요. 현지인들로요. 그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다는 반증이고, 그보다 싸면서 더 좋은 식당은 희귀하다는 거겠죠?


2. 숙소 밥 8천 원의  마술


밥만 맛있나요? 이런 풍경은 뭐냐고요?


물가가 안 싸다. 그 이야기만 할 줄 아셨죠? 사실 제가 머무는 숙소 Monamie 얘기를 하려고요. 처음 머물던 숙소에 빈방이 없어서 그 옆 숙소로 옮겼어요. 이름이 두 개였는데 하나가 넬리 게스트 하우스, 하나가 House of Monamie. 부킹닷컴에서는 House of Monamie로 검색하시면 돼요. 넬리가 살림과 요리를 도맡는 안주인이에요. 저녁 식사는 20라리(8천 원), 아침 식사가 15라리(6천 원). 평균적인 조지아인 월급 생각하면요. 집밥 해주면서 8천 원도 싼 게 아니죠. 강조하지만요. 저는 조지아에 물가 싸다고 해서 왔어요. 아니 뭐가 이렇게 싸? 매 끼니 감격할 줄 알았거든요. 숙소 집 밥 8천 원은 저에겐 비싸요. 매우 비싸죠. 식사 시간을 미리 이야기하면 정갈하게 딱 차려놔요. 한 상 거하게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는요. 괴로운 거예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아시죠? 까칠하게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저요. 특히 가격에 대해서는요. 저 혼자 먹는데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새로 요리를 몇 개를 한 거냐고요. 빵도 직접 구워요. 버터도, 치즈도 직접 만들 거예요(거의 확실). 어떤 때는 차가 나오고, 어떤 때는 생과일주스가 나와요. 빵 안에 치즈, 빵 안에 고기 넣은 조지아 전통 파이도 늘 같이 나와요. 수프도 항상요. 가지 요리, 볶음 요리, 조지안 전통 샐러드, 제철 과일 등을 며칠 머물면서 다 맛볼 수 있었어요. 이걸 좋아해야 하나? 죄책감이 밀려들어요. 정말 인간의 노동력을 갈아 넣은 거예요. 진심으로 주문을 안 해야겠다. 주문한다고 해서 얼마나 남겠어요? 그거 남기겠다고 반나절을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하루는 주문을 안 했어요. 사실 몸이 안 좋으니까요. 이 많은 음식이 부담스럽더라고요. 스페인(정확히는 바스크 - 바스크는 스페인에서 여러 번 독립을 시도했어요. 실패했지만요) 친구 아리츠가 저녁을 시키더라고요. 같이 시킬까? 하다가요. 하루만 쉬자. 장염으로 속이 뒤틀린 상태라서요. 안주인 넬리가 제 방으로 찾아와요. 남은 요리를 먹으래요. 수프와 빵과 딸기를 갈아 넣은 주스가 있더군요. 아리츠가 남긴 거(손을 댄 음식이 아니라, 퍼주고 남은 거요)를 먹으라는 거예요. 공짜로요. 얼마나 고마워요. 아픈 몸에 따뜻한 국물에 과일이라뇨? 아리츠와 드디어 한 상을 같이 했던 날은요. 조지아 최고의 코스 요리를 먹은 기분이더군요. 호텔 뷔페 안 부럽더군요. 식당에 갈 이유가 없어요. 이곳에 삼사일 머무시면서 저녁밥을 드세요. 조지아 물가는 싼가요? 일반 식당이라면 비쌉니다. House of Monamie라면요? 싸요. 말도 못 하게 싸요. 제가 메스티아에 다시 온다면요.  House of Monamie에 밥 먹으러 올 거예요. 설산 보러 오는 게 아니라요.  


3. 교통비는요? 통신비는요?


택시비는 정말 저렴해요. 웬만한 거리는 2천 원을 안 넘겨요. 메스티아 같은 경우는 관광지잖아요. 대도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디를 가든 차를 대절해야 해요. 이건 또 안 싸죠. 목적지마다 달라요. 인당 1,2만 원은 생각하셔야 해요. 이건 교통비라 생각하지 마시고,  여행 경비로 치세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거리만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외지고, 험난한 산길을 일부러 가는 거고요. 풍경을 마주하는 거니까요. 풍경을 보려고 일부러 외진 곳을 찾는 거잖아요. 외진 곳의 모든 도로가  잘 닦여 있으면요. 오성급 호텔에 워터 파크 들어서고요. 불야성이 돼요. 그땐 이 감사한 호젓함, 낭만은 사라지죠. 장거리를 이용할 경우 미니 버스, 마르슈카를 이용하게 돼요. 6시간 거리도 만 원 정도니까요. 싸죠. 엄청 싸죠. 대신 불편해요. 관광버스 같은 대형 버스가 아니니까요. 안전벨트도 대부분 없어요. 싸지만요. 딱히 대단한 장점은 아니죠. 기차도 저렴하긴 해요. 죽 디디(메스티아에서 바로 가는 기차는 없어요)라는 도시에서 메스티아로 가는 야간 기차 1등석이 35라리(15,000원)니까요. 잠도 재워주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훌륭하죠. 통신비도 한 달 만 원 정도면 해결 가능해요. 매일 데이터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분들은 모르겠어요. 와이파이 있을 때 와이파이 쓰고, 나머지를 데이터로 쓸 경우 한 달 5기가면 충분하지 않나요? 가장 평이 좋은 막티(Magti) 5기가가 12라리. 유심칩 가격 3라리. 합치면 15라리(6천 원)에 훨훨 나는 데이터 라이프를 즐기실 수 있어요. 대중교통은 0.3~0.5라리. 200원 내외. 시내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이래요. 거의 공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  과일 값은요?


토마토가 너무 예뻐서 그냥 올려요. 이런 토마토 사진 어디서 찾겠나이까? 푸하하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우리나라엔 없는 복숭아 같은 살구, 우리에겐 귀한 생물 블루베리, 산딸기, 체리 등을 실컷 드세요. 이건 시세를 말씀드리기가 좀 힘들어요. 블루베리는 kg당 5천 원도 하더라고요. 확실한 건 우리나라에선 이 가격에 이런 과일을 드실 수 없다는 겁니다. 매일 바꿔가며 과일 섭취를 해주시면 여행 내내 컨디션 조절에도 좋으니까요. 저처럼 천 원, 2천 원에 벌벌 떨지 마시고, 과일 양껏 드세요. 체리는 2천 원 정도면 1kg 드실 수 있어요. 재래시장 가면 더 싸고요. 조지아에서 과일만 드셔도, 본전 뽑는다고 생각해요.


5. 숙소비는요?

house of monamie 다리미가 감각 좀 있어 보이죠?


숙소는 싼 편이라고 생각해요. 인당 만 원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곳에서 잘 수 있어요. 그럭저럭이라고 한 이유는요. 매트리스가 좀 후져요. 삐걱삐걱 매트리스요. 단단한 매트리스, 만 원대에는 흔치 않아요. 이것 빼면요. 저는 평균적으로 괜찮은 곳에서 잤어요. 개인 욕실과 화장실이 필요하시면 3,4만 원 정도는 생각하셔야 하고요. 에어비엔비는 훨씬 폭이 넓어서요. 대도시인 트빌리시만 보면 2만 원대에도 방은 많아요. 여름이면 에어컨이 있는지, 짧게 머무시면 위치가 시내와 가까운지 꼭꼭 체크하시고요. 이제 막 문을 연 새 숙소는, 일단 좋은 평이 급해서요. 굉장히 싸게 내놓을 때도 있어요. 저는 그런 것도 노려요. 나름 재밌더라고요. 후기가 적으니 당연히 위험도 감수해야 하지만요.


6. 조지아는 싼 맛에 가야 하는 나라가 맞나?

결론적으로는 맞아요. 지금도 할인 중인 나라인 건 확실해요. 물가가 많이 오른 건 맞지만, 더 오를 거예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핫한 나라거든요. 이 가격으로 누릴 수 없는 풍경이에요. 분위기도 남다르고요.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친구에게요. 굳이 여기까지 왜 오냐고 물었어요. 유럽에 출중한 산들이 좀 많나요? 알프스, 피레네 등등요. 너무 비싸대요. 이 가격에 이런 풍경을 어떻게 보냐고요. 여전히 자본의 때가 덜 묻 것도 큰 장점이래요. 조지아 물가는 선택적으로 비싸다고 말씀드릴게요. 식당은 비싸다기보다는 싸지는 않다 정도고요. 관광지는 관광지 물가가 적용되지만 여전히 가성비는 뛰어난 편이고요. 저처럼 엄청난 숙소에서 머문다면요. 이런 어마어마한 한 끼를 경험하실 수 있어요. 저라면요. 하루 한 끼는 맛있는 걸 먹고요. 한 끼는 케밥 같은 간단한 걸 먹을래요. 나머지 한 끼는 과일이나 현지에서 파는 러시아 도시락면으로 해결하고요. 이렇게 먹으면 큰돈 안 들이고 풍요로울 수 있어요.  


PS 매일 글을 써요. 저만의 오체투지 방식입니다. 글로 더 많은 분들께 닿고 싶습니다. 지금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아, 지역 도서관에 제 책이 없다면, 제 책을 추천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제게 날개를 달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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