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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Aug 07. 2019

엄청난 악플들, 감사합니다.

굿바이 내 소중한 친구들

제이콥, 다리안, 니콜라. 그리고 세바스찬, 박민우

하아아


제가 술 마시고 글을 쓴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또 술이야? 찌푸려지시나요? 네, 이틀째 과음했어요. 폭음했어요. 아름다운 산을 다녀왔으니까요. 산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카즈베기 풍경에 압도된 순간을 그려야 하잖아요. 퍼마셨어요. 후회요? 후회해요. 왜 그랬을까요? 마지막 밤이었어요. 뿔뿔이 흩어져야 해요. 그래 봤자 이틀 같이 다닌 건데요. 꼭 다시 봐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을 하는 건가요? 우리는요. 흔한 여행 친구죠. 이별할 때 흔한 포옹조차도요. 힘이 들어가요. 잘 지내야 하고, 꼭 다시 봐야 해. 의미를 담아서 안아요. 어떤 지점에서 확 풀어졌어요. 솔직해졌어요.


제가요, 이런 인생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랍니다. 에헴

-너네만 다녀와. 우린 여기서 쉴게


세바스찬과 제가 잠시 앉아요. 젊은 친구들을 못 당하겠어요.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요. 산을 잘 타는지요. 뜬금없이 저는 크리스마스 때 뭐할 거냐고 물어요.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있고요. 어머니는 새 남자 친구와 룩셈부르크에 있대요. 친 형이 한 명 있고요. 크리스마스는 주로 형네 가족과 보낸대요. 놀아주지 않고, 돈을 잘 주는 아빠였대요. 나가서 놀아라. 제발 나가라. 술을 더 마셔야 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불편했던 거죠. 착하고, 순한 아버지였대요. 살갑게 학교 생활을 묻지 않아서, 그게 좀 아쉬웠대요. 최근 5년 기억은 완전히 사라져서요. 형의 첫째 아이만 기억한대요. 담담하게요. 풍경을 보면서요. 벨기에 친구,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들어요. 주말에는 클럽 바텐더로 일을 해요. 저는 겐트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가서요. 세바스찬이 만들어 준 칵테일을 마셔야 해요. 또 다른 독일 친구 제이콥은요. 목수 일을 하다가요. 다시 공부를 시작할 거래요. 진즉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요. 가장 먼저 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숙소가 걸어서 한 시간 거리라서요. 저를 꽉 끌어안으면서요. 바바리아에 오면 꼭 자기를 찾아야 한대요.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서요. 술 마시면 시비도 곧잘 거는 싸움꾼이래요. 패싸움도 꽤 해봤대요. 바바리아 사람들이 다혈질이라네요. 다리안과 니콜라는요. 자기네랑 같이 다니재요. 같이 트빌리시 갔다가, 아르메니아로 가재요. 아르메니아를 그렇게 그리워하면 또 갈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요. 참 예쁘고, 따뜻한 친구들이에요. 이 친구들을 소개한 글이요. 지금까지요. 30만 명이 넘게 봤어요. 카카오 브런치에서요. 제목부터 자극적이었으니까요. 역대급 비주얼 커플이라고 했잖아요. 글을 읽고 화를 내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요. 외모지상주의죠. 외모 칭찬은 일기에나 써야죠. 매일 쓰는 저의 일기는 어떤 일기여야 할까요? 좀 덜 솔직해도, 조금은 더 바람직한 글로 채워야 할까요? 실망스러운 저의 사고도 더 드러내야 할까요? 세상 공짜는 없어요. 지구 끝까지 도달하려면요. 이런저런 부대낌은 각오해야죠. 놀라워요. 삼십만 명이 읽다니요? 혼도 나야죠. 이걸 글이라고 쓰냐는 댓글들이 흥미로워요. 일단 낚여서라도 들어오면 제 글발에 반할 줄 알았어요. 박민우를 더 알고 싶어 할 줄 알았죠. 클릭했더니 구질구질 여행 이야기냐? 누가 너 이야기 듣고 싶대? 화난 댓글들이 줄줄줄 달려요. 저는 그 지점이 아파요. 저는요. 더 성장해서요. 그 누구도 끄덕끄덕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해요. 더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마실 수밖에 없었던 지난밤을 귀신처럼 묘사할 수 있어야 해요. 새벽까지 취해서는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요.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아요. 우린 다시 볼 수 없어요. 우리의 생은 짧고, 허락된 인연은 영원하지 않아요. 여행을 와서야 명심해요. 아파야 내 생이 또렷해지듯이요. 어떻게 숙소를 찾아왔을까요? 어떻게 그 많은 술을 퍼마셨을까요? 백 명도 넘는 손님 중에 왜 식당 주인은 저에게만 술을 줬을까요? 행복을 명심했어요. 티가 났나 봐요. 큰 상을 받은 거죠. 저에게서 놀라운 에너지가 나온다는 세바스찬 말 곧이곧대로 믿을래요. 즐거운 에너지가 삽시간에 전파된다는 니콜라의 맞장구도 믿을래요. 그러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댓글들은 다 소중해요. 제 글은 완벽하지 않고요. 저도 완벽하지 않아요. 대신 매일 다가가려고 저를 씁니다. 저를 갈아서, 글을 써요. 그것만은 믿어 주세요. 술에 잠식된 제 몸을 후회하지 않을래요. 지독하게 황홀했거든요. 눈물이 찔끔 안 난 게 신기할 정도로요. 더, 열심히 다가갈게요. 기다려 주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독자는 저의 우주고요. 그 우주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 접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제 책 들고 가셔서요. 방콕 제대로 즐기고 와 주셔요. 가까운 도서관에 제 책들을 추천해 주시면 큰 기쁨이 됩니다. 이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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