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천국설에 대한 반박

치앙마이는 변했다

by 박민우


여행 작가는 치앙마이 팬클럽?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강연을 나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죠. 이제는 그냥 치앙마이요. 해요. 나의 좋음이 편견으로 굳을까 봐, 혹 실망으로 이어질까 봐. 말을 아꼈어요. 이젠 그냥 까요. 치앙마이가 좋았습니다. 놀라운 건 여행작가들이에요. 화려한 곳, 징글징글 오지, 신비로운 곳을 구석구석 뒤진 이들이 나와 같은 답을 내놓더라고요. 열 중 다섯 정도는요. 지구의 수천, 수만 도시 중에 치앙마이라니. 이건 좀 놀랍지 않나요?


왜요?


시시해요. 밋밋하고, 별거 없죠. 처음엔 뭔가 싶어요. 실망으로 눈이 가난해질 때 골목이 보이고, 골목 구석에서 벨기에 와플을 파는 벨기에 남자를 봐요. 태국인 남편과 타코야끼를 굽는 일본 여자도 보고요. 쟁반에 천 원짜리 국수를 담아서 PC방 중딩들에게 파는 프랑스 남자도 보죠. 오호, 이 사람들 왜 이러고 사는 걸까요? 내 눈에 보이는 이 지루한 풍격이 다가 아닌가 봐요.


그러니까, 왜요?


치앙마이 대학에 저수지가 있어요. 이 저수지가 건대 저수지보다 좋은가?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그냥 큼직한, 그냥 저수지죠. 저수지라서 부는 바람이 있고, 저수지라서 간질간질 한가함도 있어요. 알맞게 나무도 우거지고, 또 알맞게 카페도 있죠. 그 카페에서 그냥 커피 한 잔을 마셔요. 당연히 하아, 가볍게, 하아, 좋구나 감정이 생겨요. 굉장히 뻔한 감정이죠. 딱히 치앙마이일 필요가 없죠. 요즘 건대는 모르겠지만, 호수에 카페 있는 대학,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그 평범함이, 참 깊숙이 들어오긴 해요. 세상에서 제일 완벽한 사람을 사랑하나요? 센스 있는 말투, 표정, 손의 온도. 순간을 사로잡았던 미묘함 아니었나요? 사랑에 빠지는 이유랑 비슷해요. 딱 좋은 센스, 타이밍, 바람이 있어요.



그게 다예요?


카페들이 참 많아요. 인구 130,000명인데, 13,000명은 카페를 하거나, 카페에서 일하나 봐요. 응? 나는 카페 별로 못 봤는데? 아니에요. 다시 보세요. 숨은 열대의 카페들이 초록의 이파리를 뚫고, 커피 향을 뿜어대요. 크고 작은 호텔 안에도 다 카페예요. 모르셨죠? 보실래요?



걷지 마세요. 지쳐요. 무조건 타세요. 썽태우라는 트럭 버스를 타거나요. 오토바이를 타세요. 오토바이를 빌리세요. 오토바이나 차가 있어야, 멋진 카페들을 다 돌 수 있어요. 오토바이 안 위험할까요? 그냥 시내만 타세요. 괜찮아요. 시내를 벗어나는 건, 저는 말려요. 말려야 해요. 사고가 나서 어깨와 다리가 가 쓸렸어요. 피를 철철 흘리며 응급실로 달려간 사람이니까요. 말려요. 말릴게요. 저 말고도 꽤 많은 사람이 다쳤어요. 크게 다쳤어요. 빠이라는 곳을 가다가요. 시내만 다니세요. 괜찮아요. 그렇게 카페만 찾아다니세요. 소중한 시간을 쓸모없이 쓰세요. 허비하세요. 이래도 되나? 싶은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커피를 한 모금씩. 뭐 먹고살지? 그런 느낌이 들 때도 한 모금. 자신이 못 마땅하지만, 그런 자신이 치앙마이를 왔어요. 치앙마이에 나를 데려다줬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요.


물가가 싸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요. 요령이 없어서 그래요. 여행자들만 오가는 곳은 비싸죠. D vieng이라고, 한국 사람들한테 인기 많은 아파트 주변만 해도요. 저렴해요. 대학가 주변도요. 여행자를 피하면 여행자 가격을 피할 수 있어요. 알고 있어도, 그곳에 속하면 모르게 돼요. 떠나오니까 한국이 그리우시죠? 그 '거리감'을 사려고, 사실 여행 온 거랍니다. 머무는 곳이 그리울 수만 있다면 왜 여행 다니겠어요? 그런 사람이 복 받은 사람이죠. 일상의 고마움이 눈앞에서 멸치 떼처럼 반짝일 텐데요.


그런데요


공기가 참 안 좋네요. 2,3월 화전을 해요. 밭을 태우죠. 그래서 세계에서 3등으로 공기가 안 좋은 도시라네요. 미리 알려드려요. 여행의 질에 영향을 미치죠. 유난 떠는 거 아니죠. 내 아이를 데리고, 먼지 구덩이로 달려드는 건 용기 아니뇨. 그런 건 모험이라고 하지 말아요.


그리고, 또 그런데요


참 어엿해졌어요. 중심가에 마야 몰이라고요. 롯데백화점 같은 큼직한 건물이 생겼어요. 님만해민을 중심으로 식당가, 상가가 조직적으로 화려해졌어요. 영원한 마음의 시골로 남길 바랐죠. 여행자 대부분이 제 마음과 같죠. 그건 여행자 입장이고, 먹고사는 사람은 살아야죠. 돈 쓰겠다는 사람 잡아야죠. 중국 여행자들이 그리 돈을 잘 써요. 그리워하는 모습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일부러 찾아야 해요. 뒷골목으로, 변두리로요. 나의 치앙마이가 점점 졸아들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치앙마이에 대한 애정 못 거둬요. 식당에서 시킨 생수, 그거 절반 남았다고 굳이 뛰어와서 전해주는 소녀가 치앙마이에 살아요. 오토바이 사고로 온몸에 붕대를 감고 중국으로 넘어가던 날, 한 번이라도 더 소독하고 가라고 오토바이에 저를 태워요. 문도 안 연 병원문을 두드리면서요.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자기 일처럼 다급하게 뛰어다녔죠. 그런 태국 친구가 치앙마이에 살아요. 같은 날 국경선을 넘을 때, 돈을 내야 했는데, 그 돈을 내 준 변호사 어르신도 못 잊어요. 그분은 참 방콕에 사시네요. 말만 못 잊는다 해놓고, 찾아가 뵙지도 않았네요. 언젠가 찾아봬야지. 그런 분이 백 분은 넘어요. 제가 그런 놈입니다.


노력해야 해요


천국은 이제 없어요. 입에 넣어주는 천국은 없죠. 찾아야 해요. 노력해야 해요. 차를 렌트해서 구석구석을 도세요. 아니면 더 시골인 치앙라이로 튀세요. 물론 거기서도 구석구석 도셔야 해요.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만 보고는, 아 내 취향 아니야, 맘 접지 마세요. 외국인이 이태원, 종로만 보고, 서울 내 취향 아니야. 이러면, 좀 억울하시죠?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시죠? 모든 장소는 입체 중의 입체라고요. 360도 돌면서 샅샅이 살피세요. 마음 줄 곳은, 어딘가에는 있어요. 아, 빠이로 도망가 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저는 빠이가 그냥 그랬어요. 아프면, 심란하면, 불행하면 그냥 그래져요. 붕대를 온몸에 감고, 찜통더위를 걷는데 어떻게 예쁘게 보이겠어요? 우리는 어쩌면 아파서, 지금 여기가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안 아팠다면, 빠이는 천국이었을 거예요. 저 대신 빠이에 감탄해 주세요. 숲 속으로 몰려든 게으른 인류들이, 팔찌를 만들어 팔고. 500원짜리 사진을 팔죠. 얼빠진 개들이 사람과 동등하게 밤의 거리를 어슬렁대고요. 우리는 언제든 죽을 거고, 죽지 않은 이유를 지구에서 찾아보세요. 여기에 오려고, 살아있었구나. 여기에 오려고, 아팠구나. 자축의 맥주를 들자고요. 우리 삶의 이유가 어딘가에는 있어요. 그곳이 빠ㅇ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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