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살찐 고등어
치앙마이에 오실 건가요? 혹시 저 때문에 치앙마이 비행기표를 끊는 분들이 있을까 봐요. '우리' 치앙마이에서 조금이라도 건져 가셨으면 해요. 오길 잘했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툭 튀어나왔으면 해요. 다가오는 1초, 1초 꿈뻑꿈뻑 지나칠 뿐이지만, 응? 어느 1초는 눈이 번쩍 떠지죠. 모으고 싶은 1초들로 바구니가 가득해져요. 평생에 몇 번은 그런 1초들이 어야죠. 치앙마이에 오신다면 제가 좀 도울게요. 작심하지 말고, 힘 빼고 들러보세요.
우리는 열심히 정보를 검색해요. 맛집, 카페가 이미 머릿속에 가득해요. 그곳들은 연예인이 되죠. 연예인의 실물을 영접하러 갑니다. 화면발과 실물이 얼마나 다를까요? 마음속 연예인을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어요. 맛집 탐방의 재미죠. 제가 추천하는 곳은 연예인 지망생쯤이라고 해두죠. 저에게는 그냥 우연이지만, 여러분께는 연예인이 될 수도 있겠어요. 더울 때, 커피였으면 했을 때 지나쳤던 작은 카페예요. 배낭 여행자들이 바글바글한 타페 게이트에서 바로예요. 남자 둘이 커피를 우려요. 아이스라테를 시켰죠. 더웠어요. 에어컨 냉기 덕분에요. 살겠다. 안심합니다.
"얼마나 달게 해 드릴까요?"
덩치 큰 바리스타가 물어봐요. 태국에선 흔치 않아요. 아메리카노에 시럽 듬뿍 커피도 얼마나 많은데요. 누가 내 아메리카노에 설탕 칠했어? 소중한 쓴맛이 와장창 무너지죠. 완전 성질 버리는 순간이죠. 마이 싸이 남따안(설탕 넣지 마세요)를 외워 두세요. 작고, 허술해 보이는 카페일수록 강조하셔야 해요. 저는 약간만 달게요라고 답해요. 약간만 단 커피. 이거 어려워요. 누군가에겐 썰렁하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달죠. 바리스타는 점쟁이어야 해요. 관상 보고 딱, 너는 이게 '약간'이지? 꾸짖듯 맞추는 사람이어야 하죠. 네, 여기 바리스타는 점쟁이네요. 족집게네요. 커피와 우유만으로는 좀 거북한 그 지점에서, 당분이 정의롭게 등장하십니다. 저에게는 인생 라테 근처까지 갔어요. 유명한 카페가 치앙마이에 참 많아요. 그래서 여기를 추천드려요. 그런 카페들 가느라요. 여긴 안 오실 걸 알아요.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드렸어요. 이곳도 연예인이 된 거죠. 연예인 지망생. 데뷔가 힘든 중소 기획사의 연습생 정도랄까요. 여러분이 응원해 주시면 프로듀스 101로 데뷔 가능합니다. 앉아서 사람 구경하세요. 누군가의 얼굴에서 나를 찾아보세요. 누군가의 젊음에 내 한 때의 젊음이 있고, 누군가의 여행에 내 여행도 있죠. 치앙마이에서 시간은 그런 식으로 쓰는 겁니다.
태국 형님 덕에 발견한 곳이죠. 네, 현지인들만 바글바글, 아담한 술집이에요. 치앙마이 핑강을 끼고 있어요. 강 풍경을 보면서요. 똠양꿍에 맥주 한 잔. 캬! 누군가의 상처, 내가 연고를 발라주고 싶은 밤이 돼요. 왜 노래를 하지 않나요? 가만히 있어선 안 되는 밤이죠. 떠들썩한 술집이고요. 술값은 안 비싸죠. 안주도, 밥도 안 비싸요. 4명이서 3만 원 정도면 푸짐하게 즐기실 수 있어요. 강 건너는 울긋불긋 수채화 같은 야시장이에요. 어디나 그림이에요. 그림처럼 예쁘지만, 바로크 시대 그림처럼 완벽하지 않죠. 유치원 벽에 붙은 그림처럼, 오목조목, 알록달록, 당당해요. 이런 곳에서 취해 보세요. 생선 튀김도 꼭 드셔 보시고요. 제가 여기서 먹고, 속이 약간 불편해지긴 했어요. 배탈까지는 아니고요. 혹시 모르니까 배탈, 설사를 대비한 구급약 정도는 챙기세요. 거길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정색하지 마세요. 제가 좀 피곤한 성격이라요. 누구라도, 아프지 않고, 탈 나지 않고, 핑강의 밤 풍경을 기억하길 바랄 뿐이죠.
참, 참! 핑강 주변도 공략해야 할 곳이에요. 시장통 근처라서 잘 안 오게 되는 곳이죠. 이곳에 카페, 맛집 많아요. 치앙마이 핑강 카페, 치앙마이 핑강 맛집. 이렇게 검색해 보세요. 좋은 곳들이 강 주변에 참 많아요. 강이야, 뭐, 딱히 대단하고, 수려하지 않습니다.
"작가님 Khao soi Khun yai에서 카오소이를 드셔 주세요."
아, 또 카오소이야? 치앙마이에서 매일 카오소이를 먹었어요. 카오소이 먹으라고 귀한 돈을 씨티은행 계좌로 보내주셨죠. 저 배가 불렀죠? 저 못 됐죠? 카오소이 숙제가 반갑지 않았어요. 내가 쏠 테니 맛있는 걸 먹어 달라. 이런 황홀한 숙제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도 투덜대며 가요. 다른 거 먹고 싶어요. 주차장 같은 공터 안쪽에 있더군요. 신기하죠? 자리가 꽉 찼는데, 딱 한 테이블이 남았어요. 바람이 자잘하게 목덜미를 식혀주네요. 걸어오느라 더웠어요. 열 살의 아이가 소풍 전날 꿈꾸던 날씨네요. 닭고기가 들어간 카오소이를 고릅니다. 1등 카오소이를 새롭게 만나는 순간이네요. 카오소이는 코코넛 밀크 때문에 너무 느끼해서도 안 되고, 묽어서도 안 되고, 짜도 안 돼요. 이 균형을 못 잡아서, 흔한 카오소이 집이 되죠.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삼각형이 팽팽한 카오소이네요. 제게 카오소이 숙제를 내주신 분은, 신이었을까요? 너의 편견을, 너의 찌푸림을 다 알고 있다. 일단 가보렴. 가서, 놀라고, 반성하렴. 한 젓가락, 한 젓가락이 신의 은총이로군요. 고행의 순례길을 각오했는데 말이죠. 양이 좀 적어서, 더 감사했어요. 불편한 속, 배 찢어질 필요 없이, 맛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엄마 품처럼, 훅, 안겨서 나오고 싶지 않았죠. 그런 맛이었어요.
이 카오소이 옆에 Rich garden house가 있어요. 부띠끄 호텔이고요. 어제 제가 올린 동영상에 나온 호텔 겸 카페이기도 해요. 1차로 카오소이 드시고요. 여기서 또 제대로 밥이나 케이크, 커피를 드세요. 제가 엄청 고마우실 거예요. 담아가야 할 1초들이 넘치는 노다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