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받은 사랑을 공개합니다

박민우가 세상 최고 부자입니다

by 박민우
20190828_183201.jpg

-할머니 누구세요?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세요? 설마 귀신은 아니죠?


조지아 트빌리시의 한 호스텔이로군요. 숙소 주인이어도 그렇지. 제 방에 함부로 들어와도 되나요? 노크도 없이요. 너무 당당한 걸 보니, 귀신이 맞나 봐요. 꿈이겠죠? 꿈이 아닐까요? 잠결에 꿈과 현실을 어찌 구분할까요? 오늘 새벽에 일어난 일이죠. 조지아일 리가 없죠. 조지아 할머니라고 생각했던 여인은 어머니였고요. 빨랫감이 있나 들어오셨던 거죠. 잠결에 조지아라고 확신했네요. 잠꼬대로 영어가 뒤섞이고, 내가 있는 곳은 대체로 한국이 아니죠. 입맛도 다국적이라, 어쩔 땐 피자가, 어쩔 땐 똠양꿍이 고향 맛이 돼요. 네, 저는 지구인이 됐어요. 다른 별에 몇 번 놀러 가면, 우주인이 될 거예요.


20190828_131157.jpg 노릇노릇 떡갈비, 캬

선물이 왔어요. 초창기부터 독자였던 윤희 님이 수제 육가공품과 복숭아를 보내왔어요. 천상 도시인으로 살 줄 알았던 윤희 님이 귀농을 하다니요? 인산염, 아질산염이 안 들어간 소시지라니요? 떡갈비도 어찌나 고급스러운 맛이 나던지요. 담백하고, 깔끔해서 온 가족이 넋 놓고 먹었네요. 소시지에 인산염이 들어가야 뽀득뽀득 식감이 좋다네요. 허니 포레스트는 식감을 좀 양보하더라도, 건강을 택했네요. 이름도 잘 지었죠? 허니 포레스트. 꿀이 흐르는 숲에서 만든 소시지로군요. 보통의 소시지는 라면 같은 거에 넣어먹기가 꺼려졌거든요. 이렇게 깨끗하게 만든 소시지는 얼마든지 넣죠. 인스턴트 음식에 수제 소시지 넣을 생각을 하는 저도 웃기네요. 그깟 라면 안 먹으면 더 좋을 텐데요. 그래도, 이왕이면요. 네이버, 다음에서 허니 포레스트를 검색해 보세요. 이런 소시지도 있구나. 많은 분들이 반가워하실 거예요. 아이에게 믿고 먹일 소시지가 흔치 않잖아요.


윤희 님!


오늘 이 선물은 너무도 소중해요. 글 쓰며 산다는 자식 놈은 늘 거지꼴이죠. 생활비 한 푼 안 보태죠. 나이는 먹어가죠. 우리 죽으면 사람 꼴로 살 수 있으려나. 어머니, 아버지는 늘 그 걱정이죠. 이리 큰 선물이 왔어요. 맛있다는 말 좀처럼 안 하는 아버지까지 노릇노릇 떡갈비를 어찌 잘 드시던지요. 이웃에게 받았다는 복숭아는 얼마나 또 뽀얗던지요. 껍질까지 먹으라 하셨으니, 무농약일 텐데요. 그래도 이리 이쁘고, 이리 과육이 넘치는군요. 태어나서 맛본 복숭아 중에 최고라고요. 어머니, 아버지 입이 귀에 걸렸어요.


1567036038912.jpg
20190827_163812.jpg

숙경님!


스타벅스 음료 쿠폰 때문에요.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탔어요. 꽤나 먼 곳에 있거든요. 이마트 건너편, 경기도 광주 최고 번화가에 있죠. 나들이가 됐어요. 굳이 어머니, 아버지와 꼭 같이 마셔야 한다고 음료 쿠폰 세 개를 보내셨잖아요. 어머니, 아버지는 망고 바나나, 저는 딸기 음료를 시켰죠. 아버지는 옷장에서 가장 좋은 셔츠를 골라 입으셨네요. 스타벅스가 큰 나들이거든요. 젊은이들이나 가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가는 스타벅스에서요.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제일 비싼 음료를 시켰네요. 자식 덕에 이런 호강을 다 하는구나. 몇 번을 그 말씀만 하시네요. 부산 아지메 숙경님 덕인데도요. 이러니까 부산이 늘 가까워요. 동생이 하는 기찰 국수는 요즘 어떤가요? 워낙 능력자 셰프니까요. 당연히 대박이겠지만요. 요즘 신메뉴도 출시했던데요. 부곡동 기찰 국수 한 젓가락 하고 싶네요. 날씨까지 우중충해서 그때 먹었던 뜨끈한 국물이 절로 떠오릅니다.


더의선 한의원 원장님


보내주신 약 잘 받았습니다.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좋아졌어요. 제가 요즘 양배추즙도 먹고 있는데요. 선생님 주신 알약이 훨씬 좋아요. 몸이 건강해야 글도 잘 나올 거라 하셨죠? 부담 갖지 말고 받으라 하셨죠? 어떻게든 건강해질래요. 이미 건강해졌어요. 열심히 관리하고, 열심히 쓸게요. 어머니, 아버지께 훌륭한 원장님이 약도 보내주는 작가라고 자랑했어요. 방에 틀어박혀서 시간만 축내는 줄 알았더니, 영양가 있는 글을 쓰나 보네. 저를 보는 눈이 달라지셨더라고요.


이제 방콕으로 떠나는 아들,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 오느냐만 물으세요. 그래도 자식이 있어야 하나 봐요. 스마트폰 쓰다가 궁금할 때마다 묻고 싶은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만만한 아들이 최고니까요. 오늘 저보다 부자인 사람 있나요? 이렇게 든든한 사람이 있을까요? 글을 왜 쓰겠어요? 관심받고 싶어서 쓰죠. 공감하고 싶어서 쓰죠. 저는 얕은 사람이라서요. 증거가 필요해요. 눈에 보이는 응원이 절실하죠. 대놓고 저를 응원하는데요. 계속 쓰면 됩니다. 기쁨의 힘으로 한줄한줄 채워나가면 돼요. 매일 오체투지를 한다고 떠들어대잖아요. 고행 속에 깨달음이 있다. 각오 단단히 하고 사막을 걸었더니요. 오아시스가 이렇게 빨리 찾아왔어요. 고행만이 아님을 알았으니, 저의 글엔 물기가 촉촉해지겠네요. 히죽히죽 웃으며, 천천히 천천히 써볼게요. 나를 모르는 당신께 다가가 볼게요. 당신도 저만큼 행복해져야 하니까요.


PS 매일 글을 써요. 글로 세상 끝까지 닿고자 하는 욕심으로요. 천천히, 달팽이처럼 꾸준히 쓰겠습니다. 닿겠습니다.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이 있나요? 추천해 주세요. 매우 좋은 책들이니까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방콕으로 떠나실 건가요? 이 책이 인생 여행지로 만들어줄 거예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과문! 저의 형편없는 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