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잘 도착했어요.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제부터죠. 히히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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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부지런을 떨어도 소용없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글이 사라졌어요.

인천공항에서 열심히 쓰고요. 마무리만 하면 끝.

마지막까지 비행기 안 타고 썼죠.

하도 타라고 성화여서, 마무리를 못 지었더니요.

이륙하기 전까지 정말 끝낼 수 있었 거든요.

비행기 안에서요.

승무원이 노트북 꺼라, 스마트폰도 꺼라.

어찌나 철저하던지요. 그래서 저장했죠.

분명 저장했다고요.


그 글이 없네요.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늘 잘못하지만요.

설마 제가 저장을 안 눌렀다고 생각하세요? 정말 그래요?

우리 신뢰가 거기까지인가요? 고작요?

글을 쓸 때만큼은 전부거든요.

전부가 사라진 거죠.

뭐, 또 그렇게까지 유난 떨 것까지는 없지만요.

다 이유가 있을까요?

그럴까요?


지금 저는 방콕이에요.

막 방에 들어와서요. 짐만 대충 정리했어요.

피곤하고, 콧물도 줄줄 나고요.

마음껏 몸살을 앓아도 돼요.

코카서스 3국 여행 마치고요. 쉴 틈 없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했잖아요.

앓아눕겠다 싶었죠.

신기하게도 강연은 무사히 마쳤어요.

정신력이라고 봐요.

우리의 인연을 돕는 힘도 있었겠죠.

이젠 아파도 돼요. 아플 거예요. 아마도요. 목도 따끔하고, 콧물도 오래 흐르네요.

좋아요. 끙끙대는 것도 좋아해요.

변태스럽게 아픔을 즐기죠.

큰 약속도 없는데요. 뭐.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요. 마음껏 아프죠. 에고, 신나라.

그렇게 아프면서 쉬는 거죠.


말도 마세요.

오늘 방콕 차가, 차가 어찌나 막히는지요.

어딘가에서는 20분을 그냥 꼼짝없이 서있기도 했어요.

이런 꼴을 보려고 여기 왔나 싶죠.


그래도요. 방콕이라서요.

묘한 성취감을 느껴요.

가장 좋은 곳에 오려고 먼 곳을 돌아 돌아온 기분이에요.

오늘 밤엔 뭘 먹을까요?

전 뭐든 먹어도 돼요.

맛난 거 먹으려고, 한국에서 열심히 돈 벌었잖아요.

그 돈으로 먹고, 탕진하죠. 뭐.

눈부시게 지질하고

찬란하게 궁상맞은

그런 방콕의 시간, 태국의 시간을 보여드릴게요.


어제도 사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요.

셀카봉 하나 고치겠다고 가산 디지털단지까지 간 이야기

좋은 호텔 식사에 초대받았다가, 결국엔 못 가게 된 이야기

선배 작가와의 식사, 건대역의 맛있는 도삭면, 주룩주룩 비, 대만 밀크티

그냥 다 묻어두는 이야기여야 했나 봐요.


어쩌겠어요.

대신 가장 따끈따끈한 지금을 전하니까요.

안부인사니 까요.

우리 서로 반갑게 안녕, 안녕하도록 해요.


잘 지내는 모습

행복하고, 어리석은 모습 열심히 보여드릴게요. 그래도 속상해요. 힝 ㅠㅠ. 내 글 토해내라.

생각해 보니까 인천공항 공짜 와이파이가 국내 특급 정보는 못 새 나가게 한 거죠.

내 글이 어마어마한 걸 지들끼리는 이미 알고

국정원이랑 슈퍼 컴퓨터랑 인천 공항이랑 짜고요.

지네들끼리만 제 글 읽으려고요.

그렇게 꽁꽁 숨겨서, 간직하는 거죠.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미래의 팔만대장경에 소중히 새겨두려나 봐요.

어떻게든 찾아내야 해요. 어벤저스들 보고 있으면 어서 출동해! 아이언맨 하나만 가도 좋고.


이제 샤워하고요. 저녁 먹으러 갈게요.

저 안 미쳤어요.

그냥 몸살기 조금 있는 거라니까요.


PS 매일 글을 써요. 제가 택한 오체투지입니다. 글로 당신께, 당신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두고 보세요. 모두의 마음에 제 글이 자랄 테니까요. 지금 씨앗을 심고 있어요. 혹시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 책이 없다면 추천해 주세요. 좋은 책들이 거든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이 인생 여행이 될 수 있게 이 책이 도와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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