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을 보았습니다. 아픈 사람을 보았습니다.

미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by 박민우
20190410_130959.jpg 통영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태국 뉴스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 구렁이, 뱀은 날씨 뉴스처럼 친근해요. 거의 매일 나오니까요. 집에서, 학교에서, 변기에서 뱀이 꼬리만 내민 채 숨어 있고요. 뉴스 기자는 냉큼 출동해서 꼬리 살랑이는 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요. 죽이면 간단할 것을. 뱀을 구하려고 벽을 허물고, 변기를 부숴요. 포대에 담아서 자연으로 방생하는 것까지 보여주죠. 오늘도 또 뱀이로군요. 학생들이 뱀이 구조되는 걸 지켜보고 있네요. 구조대는 학교 벽을 부수고 있어요. 그것까지 좋았어요. 장면이 바뀌네요. 갑자기 한 남자가 육교로 냅다 뛰어 올라가요. 심상치가 않아요. 그러더니요. 차가 오는 쪽으로 몸을 던져요. 차에 치여 죽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담고요. 자살인가? 미친 사람이었어요. 일단 무사해서 안심합니다. 운전자의 순발력이 돋보이더군요. 운전대를 틀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거예요. 일단 육교에서 한 번 엉덩이를 걸치고 뛰어내리네요. 저도 웃긴 놈이죠. 그 부분을 유심히 봐요. 완전히 미친 건 아니네. 엉덩이를 걸치는 건 본능이었겠죠. 왜 그랬을까요? 잘 뛰어내리려고요? 충격을 줄이려고요? 어차피 죽을 거면서요? 죽고 싶어도, 사이사이, 몸으로 기억하는 미련이 있었던 걸까요? 몇 년 전이긴 하지만, 방콕 골목에서 한 남자가 내 앞에서 걷다가요. 바지를 벗고, 쭈그려 앉아서 똥을 누는데요. 그 동작이 어찌나 부드럽고, 순조로운지 약간은 감탄을 했어요. 닦지도 않고, 재빨리 다시 입더군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걷더라고요. 똥은 애초에 누지도 않은 사람처럼요. 한국 버스에서요. 한 여자가요. 혼잣말을 열심히 해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죠. 왜 나를 괴롭혀? 왜 내게 시비야? 주로 자신을 가만 안 놔두는 누군가와 싸우는 내용이더군요. 미친 사람, 조현병 환자들. 그들은 왜 그렇게 됐을까요? 어떤 이유로 그들은 놓았을까요? 놓았다고 표현할게요. 끝까지 못 놓겠다 싶었던 걸 툭 놓은 거죠. 자유라고 말해야 할까요? 포기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 지점으로 숨어 버렸죠. 너무 괴로워서, 못 견디겠어서 놓았겠죠?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죠? 친하게 지내던 누나가 생각나요. 한 남자를 사랑했죠. 그 남자는 가정이 있었고요. 누나는 그 가정이 깨어지길 바랐죠. 누가 봐도 참한 누나가요. 사랑에 눈이 뒤집히니까요.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세상에서 미친 사람이 제일 부럽다면서요. 길바닥에서 동냥을 하는 여자를 보면서 울더라고요. 자기가 그렇게 될 거라면서요. 그 누나는 결국 안 미쳤어요. 잘 살아요.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요. 강남 사모님이 되었죠. 약한 사람들이 아프죠. 강한 사람들은 아플 일이 없을 거예요. 흔들리는 일도 없고요. 그들의 뇌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 두려움이 꽉 찼다는 건 알겠어요. 두려움이 꽉 차서, 뛰어내릴 용기가 되는 거죠.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다큐멘터리였어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였을 거예요. 머리가 긴 남자가요. 뛰어내리려다가요. 무서워서 포기해요. 그리고 다리를 왔다, 갔다. 한참을 서성이다가요. 결국엔 뛰어내려요. 머뭇거리면 용기가 안 생길까 봐서, 처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을 던져요. 망설이다가, 뛰어내리는 그 긴 시간이 아파요. 물리적 시간보다 더 빨리 지나갔을까요? 느리게 지나갔을까요? 처음보다 더 겁났을까요? 덜 겁났을까요? 발이 떨어지는 순간 기뻤을까요? 후회했을까요? 아픈 사람이야 언제나 많죠. 아픈 사람은 어쩔 수 없지. 잔인하지만, 다들 자기의 무게에 허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해요. 그래서 아픈 사람들이 뛰어내리고요. 이젠 세상도 놀라지 않아요. 삶을 포기하는 것조차 무덤덤해지는 세상이 됐어요. 저는 글로 조금씩이라도 위로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닿고 싶어요. 세상 끝, 저를 모르는 이들에게도요. 지금의 글 하나가, 한 걸음이 되어 조금씩 나아감을 믿어요. 2019년은 <압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분이, 이 책으로 더 행복해지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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