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도대체 왜 꾸는 걸까요?
그래서 정확히 몇 시에 비행기가 뜬다는 거야?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죠. 차가 막히네요. 메일을 확인해 봐야겠어요. 항공권이 메일로 온 게 있을 거예요. 갑자기 네이버 메일이 형식이 바뀌었네요. '항공권' 키워드를 치면요. 검색이 되어야 하는데요. 이번엔 좀 더 정확히 키워드를 넣으라네요. 어떤 항공사인지, 언제 출발인지를 알아야 메일이 검색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날짜를 어떻게 검색하라는 거죠? 날짜를 입력할 칸을 못 찾겠는데요. 차가 너무 막혀요. 비행기가 한 시간 후에 출발하는 건 아닐까요? 확인만 하면 되는데요. 어디에도 날짜를 입력할 칸은 없이 없어요. 비행기는 이미 떠났겠죠? 이미 늦었겠죠?
새벽 악몽이었어요. 휴우. 꿈이었군요. 왜 꿈에서는 늘 절망적이기만 할까요? 늘 쫓기고, 헤매고, 시험 문제는 못 풀고, 혼나고, 후회하는 걸까요? 너무 쉬운 문제를 다 풀고, 쿨쿨 자는 꿈을 꾼 적이 없네요. 목적지를 뚝딱 찾아내는 꿈도 꾼 적 없죠. 늘 길을 잃고요. 목적지는 늘 안 찾아져요. 왜죠?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실제로 악몽보다 더 악몽 같은 하루가 있었어요. 고1 때였네요. 시험 과목을 잘못 알고 시험 치러 간 거예요. 무슨 과목이었는지는 또 기억이 안 나네요. 시험공부를 전혀 안 한 한 과목을 풀어야 했죠. 친구 영석이랑 저는, 매일 놀았어요. 둘 다 나름 모범생이었어요. 그런 우리가 무슨 과목을 보는 날인지 조차 몰랐으니까요. 대단한 일탈이었죠. 매일 밤마다 막연한 미래, 부당한 독재 정권, 성에 차지 않는 세상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토론을 하고요. 삼양 사거리 지나 재래시장에서 도넛을 사 먹었어요. 놀이터 그네에 걸터앉아서 내일부터는 공부하자, 헛된 다짐만 했죠. 친구들은 이미 기본 정석 수학을 끝내고 실력 정석 수학을 본다더라. 성문 기본 영어를 끝내고, 성문 종합 영어를 본더더라. 우리도 그런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내일부터는 공부만 하는 거다. 그런 다짐을 하기 위해서, 늘 놀았어요. 도서관에 가방만 놔두고, 바깥으로 돌았죠. 걷고, 토론하고, 고민하고, 후회했어요. 무엇보다 그 시간이 참 즐거웠죠. 공부를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즐거움만 한 게 또 있을까요? 시험지를 전부 찍고는요. 둘 다 큰 충격을 받아요. 아무리 공부를 안 했어도, 그 지경까지는 처음이었죠. 영석이와 나는 그 일을 기점으로 조금씩 멀어졌어요.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요. 뭔가 크게 잘못된 삶을 살고 있어. 그런 각성이 둘에게 상처로 남았죠. 다 영석이 탓이에요. 그 모범생이 어떤 과목을 시험 치는 지 몰랐을 리가요. 저만 바보가 된 거라고요. 그때는 의심하고, 남탓 하기 바빴죠. 충격적이기만 했어요. 그날의 모든 게요.모든 시험 문제가, 꼬불꼬불 아랍어 같았어요. 평화롭고, 느긋했던 대가는 가혹했죠. 화생방 가스실처럼 뿌옇고, 숨도 쉴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순간이 오지 않으려면, 대비해야죠. 평상시에 열심히 불안해해야죠. 강박증은 꼭 있어야 해요. 그 트라우마가 여전히 저를 괴롭혀요. 요즘 제가 코카서스 여행기를 쓰잖아요. 매일매일 열심히, 마음먹은 만큼 쓰지를 못 해요. 다시 고 1 때의 제가 되어서 삼양동 도넛을 먹고 있죠. 만화방에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읽고 있어요. 무엇을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즐거움에 푹 빠져서요. 후회해요. 행복해하죠. 꿈속에서 비행기를 놓쳤다고 확신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건 꿈이야. 소릴 질러요.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요. 저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소변을 봐요. 삶의 암호도 같으려나요? 이건 꿈이거든. 꿈이라고 자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빠져나간 건 아닐까요? 자각하지 못한 우리만, 멍청하게 아웅다웅, 싸우고, 지치는 건 아닐까요? 꿈이 너무 생생해서요. 지금 손에 잡히는 현실이 의심스럽네요. 글이나 써야죠. 어제보다 열심히
PS 매일 글을 써요.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한계를 넘는 고통이 있어야 깨달음에 도달하겠지요. 매일 글 정도 쓰는 걸로 그런 큰 욕심을 내선 안 되겠죠? 천천히라도, 닿고 싶습니다.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이 없다면, 추천해 주세요.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어서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강력 추천합니다. 좋은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