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코타이에 와 있어요.

자연은 제게 평화를 주지 못하네요, 큰일이네요

by 박민우
20190922_104332.jpg 세제 향에 오늘은 더 잘 적응하리라 봅니다.

제 노후는 이곳에서 보낼 거라서요.

가끔 방문해요.

큰 의미가 있는 곳이죠.


수코타이는 방콕과 치앙마이 사이에 위치해 있어요.

한국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이죠.

유적지, 사원이 많아요.

왜 수코타이에서 노후를 보낼 거냐면요.

이곳에서 저는 뭘 해도 돼요.

농장에서 밥집을 해도 되고, 농장 입구에 간이 카페를 운영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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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람이자, 지인이자, 은인이자, 가족 같은 형님이 이곳에(고향에) 땅을 사서요.

농장을 일구고 있거든요.

별의별 나무를 다 심어 놨어요.

망고, 바나나, 코코넛 나무는 기본이고요. 아보카도, 대추, 무화과 등 태국에선 흔하지 않은 나무들까지 계속 입점 중이죠. 저수지에서는 물고기들이 벌써부터 엄청 나와요.

무릉도원이 될 거예요.

땡전 한 푼 안 내고, 이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어요.

부러우시죠?


20190922_111446.jpg 창문만 열면 밀림이랍니다.

펜션도 지을 거고요. 평상도 만들 거고요.

저는 이곳에서 장아찌를 담글 거예요.

깻잎 장아찌, 마늘장아찌, 양파 장아찌, 태국 이파리들로 만드는 향긋하고, 특이한 장아찌들에다가요.

밥만 내와서 팔려고요.

박민우 장아찌 집이죠.


왜 장아찌냐면, 빨리 나오잖아요.

손님이 많아도 당황할 필요가 없잖아요.

평상에서 밥에다 물 말아서요.

이런, 저런 장아찌를 반찬 삼아 먹게 하는 거죠.

마당에서 깻잎, 상추 직접 뜯으라고 시킬 거고요.

삼겹살도 알아서 구워 먹으라고 하면 되니까요.

탱자탱자 주인은 놀고먹는, 그런 밥집을 열고 싶은 거죠.


아, 그런데 제가 이곳만 오면 제대로 못 자요.

형님 집이 30년 된 집인데요.

저녁만 되면 끓어요.

벽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와요.

이번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요.

아이고, 감사해라.

독방에서 쾌적하게 자겠네 했죠.


손님 대접을 너무 잘해 주셔서요.

새 이불보, 새 베개에서

세재 향, 섬유 린스 향이 진하디 진하네요.

밀폐된 방에서요.

세재 향에 머리가 아파 오더니요.

아침이 되니까요.

열이 나네요.

또 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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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에 이미 시장은 북적북적

저도 참 지랄 맞네요.

그렇게 싸돌아다닌, 이골이 난, 닳아빠질 대로 닳아빠진 여행자가요.

저를 극진히 대접해 주는 곳에서 헤롱대고 있어요.


사실 지금까지 가난하게 살아도, 돈 없어도

여기서 정착하면 되겠지

믿는 구석이 있었죠.

믿는 구석에서 저는 지금 아파요.

탈출하고 싶어요.


믿는 구석이 사라질 위기죠.

저는 죽을 때까지 불안해야 하나 봐요.

어떤 대비도 허락되지 않나 봐요.


그래서 좋다고요.


끝까지 아슬아슬, 그렇게 살아볼게요.

모든 대비로 안락한 삶도, 지겨워할 저를 아니까요.

마음껏 궁금해하려고요. 불안해하려고요.


앞으로 4일 정도 더 머물러야 해요.

과연 제가 이 집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떠날까요?

아프면서까지 이곳에 있는 건 미련한 거잖아요.

최소한 하루는 더 있어 볼게요.

내일의 제가 궁금해요.

의외로 잘 적응한다면요.

이곳의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고양이 세 마리와 친해질 수 있거든요.


새벽에 제가 오줌 누러 가기만 해도

쫑긋

얼마나 주의 깊게 저를 지켜보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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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코타이 귀농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많이들 놀러 오세요.

여기가 습하고 더워요.

그래서 좀 더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이 우선 마련되어야 하는데요.

그런 집 짓기도 곧 시작될 거예요(그 프로젝트에 제 돈도 일부 투자되는 게 소원입니다)

<태국에 마음의 고향 한 칸 마련>

요게 사실 제 다음 프로젝트입니다.

당장은 좀 더 돌아다닐 거지만.


빨리 이 찌뿌두둥함이 날아가야 할 텐데요.

욱신욱신 괴롭네요. 흑흑


PS 매일 글을 써요.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글밖에 모르니까요.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제가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래요? 가까운 도서관에, 학교에 제 책이 없다면 신청해 주세요. 박민우의 책이 전국의 도서관에 모두 깔렸으면 해요.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 2019년엔 요 책을 알리고 있어요. 방콕 가시는 분들은 꼭 챙겨 가셔요. 참 좋은 책이, 재미나기까지 하답니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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