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사는 기쁨
다들 모닝 애플하고 계시죠?
이렇게 사과 한쪽 먹고 나면 장 활동이 왕성해지는 걸 느껴요.
이 방에 며칠이나 있을 수 있을까? 치앙마이로 튀어야겠다.
이런 생각뿐이었는데요.
이틀 지나고 나니까요.
저도 이제 귀농형 인간으로 탈바꿈 중인 건가 싶어요.
몇 마리 모기가 발목을 찔러도, 좀 비벼대고 사과를 먹네요.
사람은 다 변해요. 안 변할 것 같아도요.
태국 사람들 요리 잘 안 하죠.
오늘 메뉴는 무삥(돼지고기 꼬치)과 싸이클록 이싼(동북부 지방인 이싼의 소시지), 그리고 찰밥입니다.
찍어 먹는 페이스트는 우리네 고추장과 비슷해요. 양념 들어간 달달한 고추장.
종일 배가 안 꺼지는 든든 아침 식사죠.
저 꼬치 하나가 얼마일까요?
3개에 10밧입니다. 3개에 4백 원. 한 개가 아니라 세 개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에 백삼십 원 정도군요.
태국 사람들은 이거 세 개에 찰밥 정도로도 한 끼 때워요. 네, 몇백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여행자들만 가는 곳은 비싸지죠. 하루 2,3천 원으로도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도 있어야죠.
조금은 게으르고, 조금은 더 여유로운 곳도 있어야죠.
몰래 숨으세요. 이런 곳에요.
참고로 여기는 수코타이에서도 사완칼록(sawankhalok)이라는 곳이고요. 방콕에서 바로 오는 기차도 있더군요. 공항도 바로 옆이고요. 그냥 평범한 시골이긴 한데요. 위치가 기가 막힙니다. 저의 노후는 이곳입니다.
저 못 들어가게 막는 냥이 새끼입니다.
뭘 믿고 이리 자신만만하죠?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서, 한참을 놀아줬네요.
우따라딧(Uttaradit)으로 두리안 나무 사러 가요. 가는 길에 들른 카페입니다. 우따라딧은 수코타이와 붙어있는, 수코타이와 동급의 행정구역인데요. 무슨 소박한 촌동네 카페가 이렇게 고급진가요? 부티크 호텔에 온 줄 알았다니까요.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면 입가심용 차와 태국 전통 스윗을 공짜로 줍니다. 하, 참, 나.
카페 이름은 la plae la liga. 불어인 줄 알았네요. 라쁠레(la plae)는 숨어있는이란 뜻이래요. 이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네요. 혹시 요 카페만 가려고 태국 오는 오덕님 계실까 봐 이름만 밝혀요. 구글맵에 쳐보시오.
거짓말하면 안 되는 의자도 있네요.
여기서 사랑고백하시려면, 심호흡부터 하시죠.
준비되셨죠?
태국 구석구석 카페를 다 돌아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리 좋을 수가 있나요?
작정작정한 고급짐은 또 뭔가요?
두리안 나무를 삽니다.
날은 오지게 덥네요.
사실 수코타이는 두리안이 잘 안 자란다네요.
그래도 다섯 그루를 삽니다.
잘 자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두리안 잘 못 드시나요?
똥냄새와 입냄새, 음식물 쓰레기 냄새의 콜라보 두리안
저는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 안에 숨은 폭신폭신 부드러움에 눈을 뜬 순간 냄새가 안 나기 시작해요.
아니, 냄새가 천국의 카스타드 케이크로 변해요.
그런데 먹고 나면 몸이 너무 노곤노곤해져요.
맛은 좋은데, 이젠 좀 먹기가 겁나더군요. 너무, 졸려요.
세상 힙한 음식점 indy
여기서 점심을 먹어요.
뭘 또 여기까지 오신다는 겁니까? 혹시 몰라서요. 구글 플러스 코드 남겨요.
구글맵에 요걸 딱 치시면 위치 나와요.
M24Q+WR Fai Luang, Laplae District, Uttaradit
밥집이 너무 요란해.
스웩이 넘치네요.
어수선하고, 너저분해 보이는데 또 있어 보이죠?
제가 전날 갔던 할머니 밥집이요. 그 가게 이름이 카오펍 야이크리엥인데요. 카오펍이 알고 보니 이 지역 특산품이더라고요. 쌀전병에 돌돌 말아서 나오는 음식을 카오펍이라고 해요. 이 요리는 카오펍 네 가지를 국물에 촉촉 적셔서 먹는 거죠. 2,3인이 먹을 수 있고요. 가격은 100밧입니다. 4천 원이요. 너무 가난하세요? 태국 시골에서 살면 되죠.
점심 먹고 저의 주거래 카페가 된 ra biang coffee에 옵니다.
오후는 저만의 시간입니다.
노트북을 펴고요.
오늘은 코코넛 스무디를 주문합니다.
이 풍경, 이 시간
글 쓰기 너무 완벽한 조건입니다.
몸도 부쩍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쓰지 못해요.
완벽한 조건에 글이 안 써지는군요.
책을 써야 해요.
85일의 코커서스가 어서 나와야 해요.
책이 나와야만
다음 여행이 가능하죠.
생활이 가능하죠.
그런데 그냥 풍경을 봐요.
안 써지지만
큰일 났지만
저는 그럭저럭 행복합니다.
원하는 제 모습이 아니어도 나름 괜찮습니다.
정말 정말 똥줄이 타면, 쓰겠지요.
아직은 괜찮나 봅니다.
덜컹, 교보생명에서 12만 원을 빼가는군요.
한국에서 썼던 카드값이 백만 원 넘게 나올 텐데요.
안 보렵니다. 청구서를 볼 용기가 안 나는군요.
당분간은 한 달에 십만 원도 못 쓸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 코코넛 스무디를 안 마실 순 없죠.
내일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써야 해요.
혹시 안 죽으면, 또 코코넛 스무디를 사 마실 겁니다.
안 죽었으니까, 이토록 큰 행운이니까, 자축의 스무디로 건배
집 근처에서 저녁밥
네, 짐작하셨겠지만 얻어먹습니다.
혼자 주거래 카페 오는 거 빼고는 지갑 열 생각조차 안 하는군요.
기생충이라뇨?
제가 얼마나 맛있게 잘 먹고, 잘 고마워하고(하, 요즘엔 당연하게 얻어먹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 너무 좋다, 기막히게 리액션을 잘하는데요. 제 책이 나오고 나면, 형님 농장에 백만 원짜리 나무 한 그루 심어드려야죠. 제가 기증한 나무를 보고 싶어요. 오, 그렇게 생각하니까 글이 나오려고 해요. 글을 열심히 쓸 하루가 기다리고 있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제 글이 작은 위로가 되나요? 즐거움이 되나요? 그거면 됐어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을 가셔도, 안 가셔도 즐거운 책이 될 거예요. 그런 확신이 없다면 세상에 안 내놨죠. 즐겁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