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의가 뭘까요?
-오래간만에 여행기를 보려고 들렀는데요. 실망이 크네요. 작가님의 생각이 다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독자가 다 작가님과 입장이 같은 건 아닐 텐데요.
페이스북으로 이런 메시지를 받았어요. 깜짝 놀랍니다. 정말이네요. 그런 생각 안 해봤네요. 지금 생각해 볼게요. 저와 연결된 분들은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요? 열의 일곱 정도는 저와 비슷할 테고요. 열의 셋 정도는 다르겠죠. 극단적으로 다르거나, 아니면 어중간한 사람들도 있겠네요. 다시 정리할까요? 저랑 비슷한 사람이 열의 다섯, 어중간 한 이들이 열의 둘, 저와 반대인 사람이 열의 셋 정도? 의외로 댓글로 싫은 소리는 안 달더라고요. 굳이 부딪히지 않고, 지나치는 거죠. 길바닥에서 패싸움을 외면하듯이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생각을, 지나치죠. 가끔은 천천히 지나치면서, 그들의 생각을 헤아리기도 하고요. 제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했군요. 서초동 집회에 저 대신 참석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장기전이 될 것 같네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맙시다. 이런 짧은 글과 함께 류근 시인의 글을 두 번 공유했네요. 글을 쓰는 사람은 상상력도 덕목이죠. 상상해 봐요. 그분들은 왜 화가 났을까요?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는 어땠는지를 생각해요. 처음엔 이해해 보려고 애를 써요. 모두 같은 생각일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엔 지치더라고요. 페이스북에서 그들의 글을 안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네요. 한 달간 글이 안 보이게 해요. 그래도 아예 막는 건 너무 정 없어서요. 한 달마다 같은 짓을 해요. 못 보겠더라고요. 증오에 가득 차서, 같은 세상을 저주하는 모습을요. 지금의 제 모습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왜 지금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과 같은 입장일까요? 제가 약자라고 생각해요. 검사에게 취조라도 받으면, 바지춤에 오줌부터 질질 싸겠죠. 요즘엔 더 무섭더라고요. 자, 여기서 시각 차가 등장하겠네요. 조국이란 인간이 하자가 있으니 파헤치는 거지. 장관을 욕심내는 조국이나, 조국을 끝까지 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치까 떨리게 싫거든. 그래요. 자식을 외고에 보내고, 의전원까지 보내는 강남 좌파의 모습. 충분히 화가 날만 해요. 평소에 특목고를 비판하던 사람이기도 했으니까요. 위선적이어서 더 꼴 보기 싫다? 그것도 이해가 가요. 표창장을 위조했을 것이다. 딸아이가 거짓으로 꽉 채워진 자소서를 썼다더라. 수십 명의 검사가 매달려요. 이 지점에서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검사들? 누구보다 가방끈 긴 사람들이요. 그들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킬까요? 다들 외고에 다니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친척, 사돈 댁도 다 그런 아이들 뿐일 것 같지 않나요? 그들이 세상 처음 보는 엄청난 비리인 양 조국 식구를 물어뜯죠. 장관도 우리가 결정한다. 그들의 자신감이, 패거리의 힘이 섬뜩하지 않나요? 여기서 또 갈리겠죠. 네가 어떻게 아냐? 조국처럼 더럽게 애들 키우는 집이 흔하냐? 우리는 깨끗하거든. 사기칠 기회조차 없거든. 검찰도 깨끗할 거거든. 네, 저도 짐작 정도인 건 인정해요. 검찰들은 아이들 교육에 유난히 관심 없는 집단일 수도 있죠. 공정한 기회가 미친 듯이 지켜야 할 정의라면, 그게 검찰의 진심이라면 책임자부터 처벌해야죠. 관여한 대학교, 외고 관계자들부터 줄줄이 소환해야죠. 비리의 온상부터 척결해야죠. 그래요. 저는 그들의 진의를 의심합니다. 그들이 무섭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갈갈이 찢어발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금이 저려요. 잘못이라도 저지르면요. 그들이 구둣발로 내려찍어도 살려만 달라고 싹싹 빌 것 같아요. 오줌 질질 싸면서요. 저, 정의롭지 않아요. 무서워요. 평범한 사람들을 지켜줄 것 같지 않아서 작은 소리로 개기는 거예요. 일제시대 순사처럼 무서워요. 제가 못나고, 두려운 게 많아서 작게, 아주 작게라도 소리를 냈어요. 목숨까지 걸라면 못했죠. 비겁한 작자니까 남의 글 공유나하고 앉아있죠. 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이 서초동에 모였어요. 우리는 약하니까 촛불을 들어요. 더 약해질 수도 있지만 내 새끼를, 우리의 미래를 위해 거리로 나설 용기 정도는 있어요. 어떤 조직이든 무서운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견제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두려움을 이해해야 약자의 편에 서지 않겠어요? 우리가 두렵듯이, 검찰도,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두려워해야죠. 두려움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야죠. 그래야, 제가 마음껏 놀러 다니죠. 내 나라가 조금은 덜 무섭고, 따뜻해질 테니까요. 떠돌이 글쟁이도 그런 바람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매일의 글로 천천히, 조금씩 세상 끝까지 닿고 싶어서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저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어요.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는 2019년 신간이네요. 방콕 여행을 두 배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세 배까지 가능합니다. 그런 책이 아니라면 세상에 내놓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