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라 - 기적의 위장약

답은 이토록 가까이에 있었네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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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예민한 사람일까요? 예민해서 소화가 안 되는 걸까요? 뭐, 저라고 젊을 때부터 소화가 안 된 건 아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명치 쪽이 늘 답답했죠. 한약도 먹어보고, 간헐적 단식도 해봤죠. 간헐적 단식은 요즘은 쉬고 있어요. 저는 살 빼려고 한 게 아니라, 건강 때문에 했어요. 처음 간헐적 단식을 할 때는, 충격적이었어요. 한순간에 우르르 소화가 되는 거예요. 굶어야 하는구나. 바짝 약 오른 위장이, 헐레벌떡 소화시키는구나. 그러다가 또 소화가 안 되더군요. 조금이라도 불편한 자리에선 대번에 얹히더군요. 명치를 손가락으로 꼭 누르는 게 버릇이 됐어요. 그래서 명치 쪽은 동전 크기로 새까매요. 어디서 옷 벗기가 좀 부끄러워요. 배꼽 위에 검은 동전이 있죠. 배꼽 위의 까맣고, 흉물스러운 점. 365일 내내 소화불량은 아니라서요. 늘 회복을 기대하죠. 회복되는 것 같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와요. 일단 안색이 안 좋아요. 그리고 마르더군요. 왜 이렇게 말랐냐, 아프냐, 피곤해 보이냐. 늘 듣는 말이죠. 제가 사람들을 잘 안 만나려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를 백이면 백 듣게 돼요. 자주 듣다 보니 위축되더라고요. 뭔가 큰 병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병원부터 달려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죠. 교보생명에서 2년 전에 검진받은 걸로는 멀쩡합니다. 최근에도 혈액검사를 했는 때 별 이상 소견은 없었고요. 소화불량에 역류성 식도염은 이제 늘 끼고 살아요. 최악으로 심할 때는 잠도 못 잘 정도였죠. 지금은 약간 불편한 정도예요. 이러다가 위암, 이러다가 식도암이 되는 건 아닐까? 아니겠지. 괜찮겠지. 두려움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들더라고요. 두려움을 아예 쌩까는 거죠. 두려움이 너무 두려워서 쌩깠더니, 긍정적인 인류로 진화했어요. 축하해 주세요. 문뜩 걱정이 좀 심하게 된다 싶으면 유튜브를 봐요. 한의사가 밥을 꼭꼭 씹어 먹으래요. 이런 정보를 볼 때는 화가 나요.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이를 3분간 닦아라. 이런 류의 흔하디 흔한 잔소리잖아요. 침 속에는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가 있다네요. 생물 시간에 배운 것도 같은데요. 그땐 시험 문제를 맞히는, 기계적 정보였어요. 이젠 내 몸을 지켜줄, 비밀의 패스워드로군요. 이 아밀라아제가 위장에서는 한 방울도 안 나온대요. 죽처럼 묽어지기만 한다는군요. 참다 참다못한 췌장이 그 탄수화물을 소화시킨대요. 거기선 아밀라아제가 나오니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간 그렇게 혹사되고 나면 당뇨병이 되고, 췌장암이 된대요. 제가 그 누구보다 대충 씹어요. 삼켜요. 두려움 때문이에요. 허기가 지면 일단 반가워요. 살이 찔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이때를 놓치면 안 돼요. 실컷 먹으면, 얼굴에 살이 오르겠죠? 폭식을 해요. 그리고 또 체기에 괴로워하죠. 몰랐어요. 위에서도 화끈하게 모든 걸 소화시킬 줄 알았죠. 저는 머저리였어요. 삼키는 것만 연연했죠. 어릴 때 형에게 늘 먹을 걸 뺏기던 트라우마도 한몫했죠. 제때 먹어치우지 않으면 뺏긴다. 이런 강박관념이 허겁지겁 먹게 해요. 럭비선수처럼 거대한 서양 친구들이 음식 남기는 걸 보고 놀랐어요. 저는 안 남기거든요. 먹다 보면 다 먹어지는 거 아닌가요? 중간쯤에 갑자기 먹기 싫어질 수도 있군요. 저런 덩치 큰 사람들조차도요. 저는 훨씬 왜소한데도 끝까지 먹고, 더 빨리 먹고, 더 많이 먹었더라고요. 천천히, 꼭꼭 씹어라. 지금 사흘 째 꼭꼭 씹는 중이에요. 엄청난 변화가 왔어요. 일단 많이 못 먹겠어요. 꼭꼭 씹는 게 너무 지겨워서요. 자연스럽게 밥은 반공기 정도만 먹게 돼요. 식곤증도 엄청 줄었어요. 먹고 나면 꼭 자야했 거든요. 지금은 훨씬 가벼워요. 졸음이 까무룩 오는 정도로 개선됐어요. 꼭꼭 씹었더니, 속이 훨씬 가볍네요. 그래요. 이 방법도 두고 봐야죠. 처음엔 반짝 효과를 보지만, 나중엔 시들해지는 경우도 많아서요. 하지만, 지금까지 시도했던 어떤 방법보다 확신이 드네요. 꼭꼭 씹어 보세요. 답은 나에게 있다. 멀리 돌아온 기분이네요. 적게 먹는 것도 두렵지가 않아요. 많이 먹어도 어차피 살로 안 가더군요. 즉, 제대로 씹으면 제대로 살로 갈 거라 믿어요. 폭식보다는, 바르게 먹는 게 중요했던 거죠. 희망이 사실은 치유보다 더 중요해요. 희망만 있으면 돼요. 실마리를 찾았으니까요. 잘 먹어볼게요. 그리고 한 달 후쯤에 한 번 더 후기를 올릴게요. 같이 잘 씹어 봐요. 치유의 힘은 언제나 준비돼 있는 거였어요. 우리 몸을 믿어보자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닿고 싶어요.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학교,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여러분 덕에 저의 오체투지는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게 돼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열심히 알리고 있어요. 방콕을 가건, 안 가건 이 책은 큰 즐거움이 될 거예요. 제가 썼지만, 누구보다 제가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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