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는 언제나 대비해야 하니까요.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 뻐근하네요. 어랏, 간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담이 걸린 걸 수도 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걸 수도 있대요. 한국 가면 제대로 검진을 좀 받아봐야겠어요. 삶에 대한 애착이 많아요, 저는. 왜 살고 싶은 걸까요? 예전에 일본의 유명한 요트 선수였던가요? 말기암에 걸려요. 간암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여기저기서 살려주겠다, 치료해주겠다 그랬나 봐요. 그는 화를 버럭 냅니다. 내가 얼마나 살고 싶은지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나대냐고요. 말기암에 걸렸지만,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세상에 있더군요. 저는 얼마나 저를 사랑하냐면요. 요즘엔 매일 아침에 꼭 사과를 먹어요. 태국 사과는 싸지도 않은데요. 태국 바질로 끓인 차를 마시고요. 방안에 뒹구는 홍삼도 생각날 때마다 쪽쪽 빨아먹죠. 이렇게 골골대면서 몇 살이나 살 수 있을까 싶다가도요. 백오십 살까지도 산다는데, 장기전을 대비해야지. 그런 생각도 해요.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네요. 백 살 넘은 노인들이 우글우글해진대요. 장수도 장수 나름이지 이지경으로 오래 살지 몰랐다. 당황하고, 심란해하는 백 살 클럽이, 등산도 하고, 사진 동호회도 만들고, 어찌나 정정하고, 기운이 넘치는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놀랄 거예요. 노인 커플 매칭 애플리케이션이 떼돈을 벌 거고요. 이건 순전히 제 상상입니다만. 42.195km 마라톤인 줄 알았더니, 철인 삼종 경기였던 거죠. 쥐어짤 힘 다 쥐어짰더니 사이클과 수영까지 더 하라네요. 농담 아니라, 장기전을 꼭 대비해야죠. 한국에 가서 검진을 받았더니, 큰 병이라면? 저는 창백해져서는 일단 어딘가로 숨겠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이틀 후 정도엔 보험을 생각할 것 같아요. 교보생명에 매달 십만 원 이상 붓고 있으니까요. 목돈으로 주려나요? 아니면 치료비를 대신 내주는 건가요? 목돈으로 줬으면 좋겠어요. 일단 그 돈을 받고 난 후에, 그 돈을 안 쓰고 어떻게든 낫고 싶어요. 그 돈을 남겨서요. 태국 농장에 나무를 더 심으려고요. 제 이름으로 된 나무 몇 그루 없다면, 귀농해서 제가 어깨를 펼 수 있겠어요? 이왕이면 멋진 테라스가 있는 집도 한 채 거기다 짓고요. 그렇다면, 큰 병이 기회가 되려나요? 아, 아니에요. 말이 씨가 되면, 큰일이죠. 제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데요. 우리는 언제쯤 현명해질까요?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할까요? 그걸 명심한다면, 저는 정말 좋은 몰입을 할 것 같아요. 글이 안 써지고, 딴짓을 하는 건 영원히 살 것 같아서죠. 시간이 무궁무진한데, 왜 게으름을 안 피우냔 말이죠. 삶의 애착, 어리석음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요. 청소를 할 때마다 바닥에 머리카락만 수북한 게 아닌데요. 부스러기들은 저의 살점, 살점까진 아니어도 살 가루들일 텐데요. 그렇게 닳아지고, 사라져도 눈치를 못 채요. 매일 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살 것만 같아요. 아, 참! 태국 도마뱀, 찡쪽이요. 있어요. 살아 있어요. 뭔, 소리인가 싶으시가요? 제 태국 집에는 찡쪽이 살아요. 아, 제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요. 세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가 죽었어요. 그러면 두 마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통 안 보이는 거예요. 이렇게 안 보일 순 없어요. 냉장고 뒤에도 없더군요. 혹시, 혹시 딱 한 마리였던 건 아닐까? 집을 나갔다, 돌아오기를 수시로 반복하는 똑똑한 도마뱀 한 마리였던 걸까? 그게 죽었던 걸까? 매일 밥풀 몇 개와 물을 작은 플라스틱 뚜껑에 담아 주긴 했지만, 제삿밥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오늘, 너무도 힘차고, 뚱뚱한 찡쪽이 꼬리를 연신 흔들다가는 찬장 위로 사라지더군요. 내 새끼, 내 가족. 잃어버린 제 가족과 재회한 날이네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선 찡쪽을 말려먹고, 튀겨먹는다는 뉴스를 본 날이기도 해요. 정말 미개한 나라 아닌가요? 바퀴벌레, 모기, 거미까지. 벌레란 벌레는 다 먹어치우는 이 어여쁜 생명체를 볶아먹고, 말려 먹다니요? 어쩌면 그렇게 매정하고, 미개한가요? 우리 집 찡쪽이 언젠가는 저를 믿고, 저 머리맡에서 꼬리를 말고 잤으면 해요. 그 날이 올 때까지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밥을 매일 챙겨줘야죠. 예전보다 훨씬 뚱뚱해져서, 이 아빠는 종일 흡족했답니다. 오늘은 정말 일기다운 일기 같아서, 이것 역시 흡족하군요. 헤헷
PS 매일 일기를 써요. 저만의 오체투지 방식입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지구 모두에게 닿고 싶어서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될까요? 미리 감사드려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홍보하고 있어요. 책 좀 좋아하고, 여행 좀 다니신 분들이 굳이 저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시네요. 덕분에 방콕 여행이 훨씬 즐거웠다고요. 진짜 좋은 책이었다고요. 이런 책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