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먹고살 수 있을까요?

매달 5일 신한카드 명을 받든 온 저승사자를 만나요.

by 박민우

매달 5일은 카드 결제일이에요. 조마조마하죠. 맨 정신으로 결제금액 확인이 쉽지 않네요. 2일에 확인을 했어요. 백만 원이 넘을까? 넘지 않을까?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썼을까? 태국행 비행기 편도 값, 하노이 비행기 왕복권을 끊었죠. 태국에서 관광 비자로 90일까지 머무를 수 있어요. 90일이 끝나기 전에 어딘가를 다녀와야 해요. 백만 원이 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으로 신한카드 앱을 열었죠. 구십만 원대에서 선방했군요. 휴, 살았어요. 씨티은행에서 신한 카드로 백만 원을 보내요. 매달 3만 원씩 미얀마 아이에게 보내주는 돈이 있어서요. 꼭 맞게 보내면 안 돼요.


살았어요.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 때마다, 궁금해요. 적군에게 쫓겨서 벼랑 끝에서 뛰어내릴 때 공포와 비슷한 공포일까? 어림도 없는 소리죠. 벼랑 끝이 훨씬 더 무섭죠. 이제 80만 원 정도가 남았어요. 매달 보험료에 연금까지 내요. 답이 없는 상황이죠. 글을 쓰면서 사는 건 억지란 생각을 해요. 다른 삶으로 이동하는 게 맞죠. 그럴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어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택한 일로, 또 다른 기회가 열릴 테니까요. 지금은 일단 코카서스 여행기에 몰두하려고요. 아직까지 우선순위는 여전히 글쟁이입니다. 저는 좀 어리석은 것 같아요. 몰랐는데 미련한 것도 같고, 집착도 좀 있어요. 글을 아직까지는 좀 더 써보려고 해요. 코카서스 여행기를 1인 출판으로 내서 천 권 이상 팔아 보려고요. 책 값은 만 삼천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은 안 들어가고, 글로만 채워진 책이요. 천 권을 팔면 천삼백만 원이 생겨요. 비용은 (빚을 져야겠지만) 오백 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팔백만 원이 남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팔아도 천 권 팔기가 힘든 시대인데요. 제가 맨땅에 헤딩하듯이 전국을 돌 거예요. 얼마나 간절한가에 달렸죠. 제가 제 삶을 얼마나 지키고 싶은가. 간절함이 닿는다면 2천 권은 또 못 팔겠어요? 전국 대도시를 돌면서, 카페 어딘가에 앉아서, 벼룩시장에 자리 하나 내달라고 해서 팔아보려고요. 그 순간이 제겐 다시 없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비참함이란 단어는 적절하지 않죠. 우린 다들 순간순간 비참해요. 똥을 누는 순간은 어떤가요? 내 안에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냄새와 온기가 가득한 물건이 항상 담겨있죠. 그래요. 인간, 별 거 없어요. 까놓고 보면 해골에다가 피부만 덮어 놓은, 사실은 해골이고, 사실은 기생충의 숙주죠. 발버둥 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미리 발버둥 치는 거 말고요. 닥친 화급한 상황에서 마땅히 몸부림치는 거요. 그런 제 삶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느끼한 사색 없이, 나약한 변명 없이 똥줄에 돌진하는 거죠. 세상은 혼란스럽고, 정의라는 말들이 함부로 날뛰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저의 신한카드 결제일이기도 해요. 토요일이라 아마 월요일 출금이 되겠죠. 저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화급한 글쟁이가 가장 빛나는 거 모르셨죠? 저는 힘차게 날겠습니다.


PS 서초동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방콕에서 응원합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세상 끝까지 닿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여러분의 도움으로 더 멀리 닿고 싶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이 두 배 이상 즐거워지는 신비로운 책입니다. 제가 썼지만, 강력 추천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 좀 다녀본 자의 인종차별 고백(아시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