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눈이 떠지다

말똥말똥, 이게 뭔 일인가요?

by 박민우
20191008_055021.jpg 내가 이렇게 동 트는 것까지 봐야겠니?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져요. 떠져 버렸네요. 바로 자야죠. 뒤척뒤척. 더 이상 잠이 안 오는 새벽 세 시로군요. 유튜브 귓전 명상을 틀어요. 오늘이 8일 차. 물소리 들어가며 온 몸의 기운을 쫙 뺍니다. 호흡에 집중해요. 호흡을 할 수 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라네요. 감사하며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어요. 그러다가 잠이 들어야 하는데, 말똥말똥. 잠보 박민우가 이게 무슨 일인가요? 어제 열 시에 잤으니까요. 다섯 시간이면 뭐 꽤 잔 거긴 해요. 고요함을 친구 삼아 글을 쓰기는, 싫어요. 남들 다 자는데 왜 글을 쓰죠? 남들 다 일어난 시간에 쓸게요. 오로지 글만 쓰는, 바람직하고, 투철한 작가가 저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해입니다. 유튜브에 복면 가왕 원곡 파괴자 모음집을 틀어놓고, 다시 눈을 감아요. 정동하가 부른 비련이 첫곡이네요. 세상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군요. 아침밥을 뭘 먹을까? 요즘에 쌀국수에 방울토마토 몇 개를 총총 썰어 넣어서 먹어요. 아세요? 토마토는 끓일수록 흡수율이 높아진대요. 리코펜이라는 성분이 네 배나 더 흡수가 잘 된다네요. 좋은 성분이래요. 항산화, 노화방지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방울토마토 열 개 정도를 쌀국수에 넣고 전자레인지로 2분 30초 돌려요. 국물도 더 맛있어져요. 웬만한 국물 요리에 토마토 넣어 보세요. 라면에도 잘 어울려요. 느끼한 맛을 싹 다 잡아줘요. 약간의 시큼한 맛이야 당연히 남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에요. 나중에 태국 시골로 들어가면 토마토 쌀국수, 토마토 라면 팔까 봐요. 줄 서서 먹겠죠? 돈이 된다고 해도, 오래 일하는 건 싫으니까 백 그릇만 팔아야죠. 한 그릇에 35밧, 백 그릇이면 3500밧. 하루 매출 십사만 원. 재료값 빼면 십만 원에서 팔만 원 정도겠네요. 한 달에 이삼백만 원을 벌겠군요.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라니까요. 일단 시작하면 너무 잘할 걸 알아서, 안 하는 거죠.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새벽 세 시에 일어나면 원래 개소리만 하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까요. 요즘 눈이 맑아졌어요. 노안이니까, 운명이려니 했죠.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하나? 몇 년 된 안경으로 뿌옇게 살았어요. 장애물이 있어야, 시력이 덜 나빠지겠지. 침침할 때마다 안경 바꿔주면, 노안이 기고만장 맘 놓고 심해질 걸 아니까요. 야매 건강 박사 박민우는 그런 이유로 쉽게 안경 안 맞추죠. 늘 뿌옇고, 답답한 시야로 살고 있는데요. 요즘 눈이 좋아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몸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중인 거죠? 꼭꼭 씹어먹기로 해놓고, 대충 씹고 있어요. 좀 더 오래 씹기는 하지만, 입에 물고 50번 씹기. 자체 목표는 도달하지 못했어요. 조금 천천히 먹고, 조금 오래 씹는 정도고요. 역류성 식도염은 그럭저럭 잠복 중이네요. 완치된 느낌은 아니고요. 목에 이물감이 여전해요. 명치 쪽도 좀 답답하고요. 위장이 공복 상태에선 한 주먹 크기도 안 된다면서요? 그렇게 작은 줄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평생 우리의 내장을 못 보고 죽네요.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것. 사랑이니, 신이니 형이상학적인 것만 떠올렸잖아요. 우리 내장이 그렇네요. 우리의 배를 까고, 움직이는 내장을 딱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적잖이 달라졌을 거예요. 너무 흉하고, 뜨겁고, 어떤 장기는 작고, 어떤 장기는 생각보다 크고요. 그런 것들이 움찔움찔, 꾸르륵 움직이고, 흐르잖아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요. 안쓰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겠죠. 장난감 같아서 몸이 더 우스워질 수도 있겠고, 너무 작고, 하찮아서 보듬어주고 싶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잠드는 새벽 세 시에, 집중적으로 늙어감을 알겠어요. 심해처럼 깊이 잠든 순간에, 쥐도 새도 모르게 늙죠. 잠결에 늙고, 아침이면 시치미를 떼죠. 잠이 덜 깬 상태인가 오해하지만, 하루치 늙어서 기운이 없는 거였어요. 잠을 못 자니까, 헛소리만 하네요. 헛소리 중에 진실을 스치는 뭔가도 나오지 않을까요? 잠은 물 건너갔네요. 빨래를 하고, 시장에 가서 아침 거리 좀 둘러봐야겠어요. 오늘도 어제처럼 게으르려나 봐요. 적당하게 나른하고, 크리스마스는 두 달 남은 10월 8일이로군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글로 세상 끝까지 닿고 싶어서요. 매일 글을 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가까운 학교,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하셔야 해요. 그렇게 저의 꿈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죠.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홍보 중이네요. 방콕 여행의 바이블이 되어가고 있네요. 이런 좋은 책도 있어야죠.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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