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백만 원 작가, 글쟁이 사형선고 땅땅땅

글로 먹고살 수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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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낮잠을 또 얼마나 잔 건가요? 한 시간? 한 시간 반?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코카서스 여행기를 서둘러 완성하고요. 작년에 머물렀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여행기도 정리해서요. 세 권의 책으로 목돈을 벌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 돈으로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형님 사는 아르헨티나도 다녀오고, 혼자 멕시코도 다녀와야 하는데 말이죠. 땡 빚을 져서라도요. 제 돈으로 책 펴내서, 그 책 캐리어에 가득 싣고 전국 돌아다니면서 팔면요. 권당 만 삼천 원만 받아도요. 그게 다 제 돈이 되는 거죠. 인세 10% 천 원, 이천 원이 아니라요.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떼부자가 얼마 안 남았죠. 작가가 얼굴까지 들이밀고 파는데, 사람들이 안 사겠어요? 눈앞에서 저자 사인도 해줄 건데요. 이건 뭐, 알프스 거닐던 암소가 스스로 젖 짜서, 밀크 셰이크를 만들어주는 거랑 같잖아요. 이러는데도 안 사겠어요? 천만 원은 뚝딱 생기지 않을까요?


매일 인터넷 서점 Yes24로 들어가서 제 책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의 판매 지수를 봐요. 판매지수가 4,254군요. 1쇄를 천오백 부 찍었다고 해요. 그게 다 나가고, 2쇄를 찍었는지는 몰라요. 2쇄를 찍었다고 해도요. 총 2천 부도 안 나갔을 거예요. 그 정도 판매된 책의 판매 지수가 4,254예요. 이 책을 쓰려고 방콕에 머문 건 아니지만, 방콕에 머문 횟수가 9년, 10년이 다 되어가고요. 먹었던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어요. 먹었던 식대만 적게 잡아도 2천만 원이죠. 책 1쇄 인세를 받아요. 그래서 제가 챙긴 돈은 삼백만 원이죠. 밥값으로 백오십만 원 정도 출판사 지원이 있었어요. 신나게 먹었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제 책이 왜 이리 안 팔렸나? 신세 한탄을 하려는 게 아니라요. 책으로 먹고 살려는 작가의 시대가 종말 되었음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잘 팔리는 작가가 있잖아? 있죠. 그들의 숫자가 형편없이 적어요. 꽤나 성공했다 싶은 작가들조차 1년에 몇천만 원을 못 버는 경우가 훨씬, 훨씬 많습니다. 실수익을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끝났어요. 노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한 직업군이지만, 글쟁이들은 조직이 피로하고,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요. 제가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 역시 판매 지수가 10,000이 안돼요. 이 책은 작가 자신을 갈아 넣어서 썼어요. 젊은 작가들을 저격하는 건 아니지만, 무게감과 완성도가 다른 수준이죠. 꼭들 사보셔야 해요. 한강의 채식 주의자를 좋게 보셨나요? 채식주의자도 괜찮았어요. 뒤로 갈수록 좋더군요. 안녕 주정뱅이가 더 좋아요. 더 지독하고, 더 아파요. 네이버 평점이 10점 만점에 7.64더군요. 허허. 8점도 안 주네요. 왜죠? 평가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9점이냐, 아니냐도 아니고요. 7.64라뇨? 제가 다 억울하네요. 긴 글, 무거운 글이 짐이 되는 시대인가 봐요. 엉성해도요. 쉽고, 아예 더 엉성한 쪽이 지금 원하는 글일 수도 있죠. 출판사와 사인하고 책 내면 그게 어디냐? 그게 그렇게도 명예로운가요? 작가에게 가장 부족한 건 현실감각이죠. 스스로가 쓰고 싶은 글 말고, 세상이 원하는 글이 뭔지는 알고 있어야 해요. 그런 글을 쓰기 싫으면 안 쓰더라도요. 그리고 저처럼 보따리상을 결심하든, 손글씨 책으로 승부를 보든 변화를 모색해야 해요. 수익으로만 봤을 때, 종이책 작가들에겐 사형선고가 내려졌어요. 작가의 생계에 대해서 아무도 고민해주지 않아요. 알아서 그만두어야 할 직업이 됐어요. 출판사들도 오늘, 내일 합니다. 작가만 힘든 게 아니라, 종이책 사업 자체가 몰락의 시점에 와 있어요. 1, 2년의 노동 값이 2,3백만 원입니다. 그게 매우 매우 평균적인 작가의 수입입니다. 출판물 작가로 먹고살 수 있다?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따리상을 하겠다는 거고요. 저도 몸부림을 쳐보는 거죠. 혹시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까, 기대감도 있습니다. 세상이 원하지 않는 희생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미련하게 자부심만 챙기지 마세요. 작가는 늘 질문하고, 궁리하고, 변신해야 해요. 그런 시대입니다. 억울해만 하지는 말자고요. 누가 등 떠밀어서 쓰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세상 끝까지 닿기 위해서 쓰겠습니다. 전 좀 미련하겠습니다. 왜 이 글을 쓰는지 모르겠네요. 잠이 덜 깨서일까요? 글을 다 쓰고 나니 잠이 확 깨네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글로 세상 끝까지 닿으려면, 매일 쓰고, 매일 작은 감동이라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작은 소망에 닿아있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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