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호불호, 그 나라 절대 가지 마!

내가 싫은 나라, 당신이 싫은 나라!

by 박민우
인도 바라나시 그립습니다.

어떤 나라가 싫었나요? 저는 필리핀이랑, 이란, 베트남이었어요. 과거형입니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 나라가 싫어지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여기에 나라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요. 필리핀은 피부로 느껴지는 치안이 참 안 좋았어요. 일로일로라는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한 달 했는데요. 마닐라면 또 이해하겠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대구 정도 도시거든요. 제1의 도시는 먹고살려고 전국에서 모이니까요. 흉흉한 범죄도 아무래도 더 많죠. 일로일로는 마닐라보다는 훨씬 낫겠지 했죠. 같은 어학원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무장 강도를 만났어요. 지프니라고요. 트럭 버스죠. 태국에서는 썽태우라고 하는. 지프니에서 칼을 든 강도를 만나서 탈탈 털렸죠. 그 친구가 운이 없는 게, 하숙집 주인을 못 믿어서 생활비 몽땅을 가방에 넣고 다녔거든요. 그걸 다 털린 거예요. 칼을 목 밑에 대는데, 어떻게 안 줄 수가 있겠어요. 필리핀 치안이 그랬어요(20년 전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좋아졌을까요?).


사람들이 그렇게 친절하다는 이란에서는요. 고등학생들이 저 못 생겼다고 놀리지를 않나(콕 집어서 일본 친구 카즈마는 잘 생겼고, 저는 못 생겼다 그랬어요. 저는 카즈마는 잘 생겼고, 저는 덜 잘 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숙소 주인이 카펫 브로셔 들고 손님마다 달려들지를 않나(눈만 마주치면 카펫을 팔려고 그런 난리가 없어요. 하루 만 원 방에서 자는 배낭여행자들한테요), 바가지에, 불친절에, 우울한 분위기까지. 중간에 터키로 도망 나왔어요. 하도 천국, 천국이라고 해서 한 달은 머무르려고 했죠. 열흘 좀 넘게 머물고 그냥 나왔어요.


베트남은 왜 그리 사기꾼 천지던지요. 잔돈은 아예 안 주고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고요. 말도 안 했는데 국물을 쌀국수에 더 얹어주더라고요. 나중에 그 돈까지 계산해서 받대요. 학을 뗐죠. 방콕에서 머무를 때 베트남계 미국인 청년을 만났어요. 예일대학에 다니는 성실해 보이는 친구였어요. 태국을 여행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갈 거라더군요. 부모님의 나라라 기대가 크다면서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해주었죠. 당장 미국 어머니한테 전화를 하는 거예요. 베트남이 사기꾼 천지라는데 사실이냐 묻더군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같은 베트남 사람끼리도 등쳐먹는단다. 절대 가지 말아라. 이랬다는 거예요. 그때 웃기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라를 좋아해 주면 반갑고, 내가 싫어하는 나라를 같이 싫어해 주면 연대감이 생기더군요.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죠. 이젠 좀 놨어요.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나라를 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나라를 다 싫어할 수가 있겠어요? 지금 저는 베트남이 너무 좋아요. 음식 맛있고, 사람들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양심적이고. 물가 저렴하고요. 베트남 사람들이 또 얼마나 친절한대요. 한국 사람에게는 더, 더 친절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치유가 되더군요. 환영받는 느낌을 주면, 그 나라가 미워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좋은 나라다. 아니다. 싸우지 마세요. 정답이 있을 리가 없죠. 자기에게 맞는 나라가 있을 뿐이죠. 인도가 특히 그래요. 인도 좋은 사람은, 인도여서 좋은 거예요. 더 좋아서, 더 깨끗해서, 더 안전해서가 아니라요. 싫은 사람은 더러워서, 사기꾼이 많아서 인도가 싫죠. 하지만 인도가 좋은 사람은, 사기꾼도, 더러움도 이유가 안돼요. 강간 이야기도, 무시해요.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면, 그걸로 혐오할 수가 없대요. 딱 사랑이죠. 논리로 따지면 사기꾼, 안 씻는 사람, 싸가지 없는 사람은 애인이 없어야죠. 사기꾼 보세요. 평균보다 훨씬 연애 많이 하지 않을까요? 더러운 사람은 인기는 좀 없겠지만, 눈이 멀면 애인의 더러움이 안 보이죠. 체취가 유난히 강한 사람도 결혼해서 잘 살잖아요. 그 냄새를 모르겠대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남들이 코를 막는 지독한 향이 안 난대요. 사랑이니까요. 좋은 거에 빠졌으니, 나쁜 것들이 용서가 돼요. 아예 안 보이기도 하고요. 애쓰지 마세요. 자기 좋아하는 나라, 남들도 좋아하기 바라지 마세요. 그 반대도요. 그냥 나와 맞는 나라를 열심히 찾아다니세요. 그러고 보니까, 제가 남미 여행할 때 아르헨티나를 그렇게 싫어했네요. 천하의 인종차별 국가였거든요. 그 나라 살기 좋다고, 형님 가족을 그리로 보냈잖아요. 잘 살고 있어요. 보세요. 싫어도, 또 그 감정이 평생 안 가요. 때가 되면, 다르게 다가오죠. 이란이 그럴까요? 필리핀이 그럴까요? 반박의 기회, 대환영입니다. 그때 또 마구 좋아하려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지구 끝까지 제 글이 닿기를 희망합니다. 학교,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널리, 널리 닿고 싶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습니다. 방콕 여행의 필독서랍니다. 이건 읽은 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저는 끄덕끄덕 동의만 할 뿐입니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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