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우리의 죽음은 모두 반짝이는 별
굳이 택시를 타야 하는 카페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나 자신이 못 마땅하군요. up all night 카페가 너무 가기 싫은 거예요. 그렇게 좋아하더니요. 원래는 꽤 먼 곳에 있었는데, 집 앞으로 이사 왔어요. 식당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다시 연 거죠. 식당으로 오픈했을 때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요. 아니, 이 멀쩡하고, 좋은 건물이 왜 밥집이어야 하는 거지? 카페였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Up all night 같은 카페. 이랬어요. 꿈이 이루어진 거죠. 꿈이 이루어지면, 꿈이 아닌 거죠. 장사 하루, 이틀 하나요? 지겹고, 안 설레요. 글이 안 써지는 게 장소 탓이겠어요? 더 좋은 곳에 있으면 글이 나올까요? 그래도 저는 먼 걸음 하렵니다. 가서 후회하더라도요. 그랬더니요. 웬걸요. 사실 구글맵에 나온 사진만으로는 평범했어요. 평점도 4.3점. 나쁜 점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4.5점은 넘어야 인상적이거나 어마어마하게 좋거나 하죠. 4.3점이면 무난한 편이죠. 기분전환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찾았죠. 새삼 태국엔 부자 많다 싶은게요. 이거 차리는데 십억은 들었을 거예요. 커피 2,3천 원 팔아서 투자금 회수 못할 텐데요. 화려하게도 지어놨네요. 여기가 방콕인가요? 치앙마이인가요? 별천지고, 천국이네요. 별 거 있겠어? 자포자기 심정으로 왔더니, 별 거가 있네요. 자포자기 심정이 사실 아니었죠. 뭔가 있을 거야. 야트막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건 거죠. 이렇게 화사한 곳이 저를 기다리잖아요. 큰 상을 받은 하루니까요. 오전엔 딴짓하지 않기. 열심히 쓰기. 저를 다독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기웃거리기 금지. 유튜브는 음악만 듣기. 영상까지 보는 건 금지. 엄격하게 저를 가두어야죠. 갇혀도 돼요. 이런 곳이면, 갇힌 게 아니죠. 누리는 거죠. 주로 옛날 노래를 듣습니다. 가사는 흘려 들어야 글이 써질 텐데, 쓰기 싫은지 가사들이 콕콕 박혀요. 좋은 가사가 이리 많았어요. 흘려 들었던 수많은 노래들에게, 이제라도 미안해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노래였군요. 이런 가사였군요. <복면가왕>에서 손승연이 부른 <사랑, 결코 시들이 않은>을 듣고요. 원곡 가수인 서문탁 버전을 듣고요. 수자원공사 최박사가 부른 아마추어 버전까지 들어요. 글이 쓰기 싫으니까요. 좋은 노래는 이렇게나 많아져요. 관련 동영상 중에 더원이 부른 <지나간다>가 뜨네요. 오, 이 노래 좋은 노래죠. 가사도 잘 알고 있는 노래네요. 더 원 창법이 너무 요란해서요. 제 취향은 아니네요.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려는데요. 댓글이 눈에 들어와요. 노래만 듣기. 댓글 보기 금지. 스스로 정한 원칙을 또 깹니다.
내일 뇌종양 수술합니다. 그동안 많이 듣고 힘내며 살았습니다. 이제 내일.. 아니 오늘 오후 2시면 이 세상 사람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 모르겠네요.. 깨어날 확률이 30퍼센트 라는데.... 그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운명에 모든걸 맡기고 싶습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노래를 듣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더원님 좋은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서 감사합니다 이 고통이 끝나기를 기대하며 희망의 끈을 쥐고 버텨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첫 댓글이라 더 눈에 들어왔나 봐요. 사람들의 댓글이 줄줄줄 이어져요. 수술은 어떻게 됐나요? 무사하신가요? 90여 개의 댓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시청자분들 동생이예요... 유품 정리하다 우연히 휴대폰 알림을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저희 오빠는 일주일전에 좋은 곳으로 가셨어요... 힘든 투병 생활 마치고 꽃이 피기도 전에 가버렸어요.. 수술은 성공적이였지만 그 동안 너무도 쇠약해진 탓에 먼저 갔어요...ㅇ ㅏ너무 보고싶네요. 오늘 유투브 여러분들의 댓글 하나 하나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 몸 건강하시고요 오빠 소식을 제가 알리게 되어서 안타깝습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께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처음으로 수술 전 남긴 댓글을 다시 읽어요. 그리고 가사를 곱씹어요.
감기가 언젠간 낫듯이 열이 나면 언젠간 식듯이 감기처럼 춥고 열이 나는 내가 언젠간 날거라 믿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듯 장맛비도 항상 끝이 있듯 내 가슴에 부는 추운 비바람도 언젠간 끝날 걸 믿는다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며칠 전부터 아령운동을 열심히 가고 있어요. 식도암, 식도암. 머릿속으로 식도암을 외치면서요. 역류성 식도염이 오래되면 식도암이 된대요. 속병의 원인은 의외로 자세래요. 굽은 등을 펴고, 구부정한 자세로 짓누른 위장이 숨통을 트려면요. 아령을 들고 익룡처럼 날갯짓을 해야 해요. 천 삼백 개. 어제는 무려 천 삼백 개를 했어요. 식도암을 구령 대신 넣었더니,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암에 안 걸리고 싶어요. 식도염 없는 몸으로 세상을 떠돌고 싶어요. 그래서 펑펑 울어요. 살고 싶은데, 아픈 사람이 이리 많아요. 몸만 괜찮고, 다 안 괜찮아서 당장 죽고 싶은 사람도 별처럼 많죠. 수술은 성공적이었는데도, 그 성공에 힘을 다 쏟고, 그분은 별이 되었네요. 희망의 불씨로 내내 반짝이다가, 더 좋은 내일을 확신하며 눈을 감았기를 바라요. 두려움 없는 죽음은, 모든 이의 소망이기도 하니까요. 30%만 산다는 수술에 사인을 했어요. 그만큼 삶의 의지로 반짝였군요. 생의 기억은 아름다운 것들 뿐이었나요? 그 기억들만 고이 간직하고, 별로 반짝이길 바라요. 덕분에 이 노래가, 완전히 다른 노래가 되었습니다. 잘 듣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작은 글로 조금씩, 세상 끝까지 닿고 싶어요. 학교에,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제가 조금 더 빛나게 도와주실 거죠?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이 인생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