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 - 방콕 동네 카페 순례기

방콕 우리 동네엔 좋은 카페가 너무 많아요.

by 박민우

1. 우리 동네에 메조 카페가 문을 열었다고요. 덩실덩실

처음 메조 카페가 동네에 생겼을 때, 만세를 불렀죠. 커피와 음료 가격은 2,3천 원 대. 와플 샌드위치도 포실포실 구수하니 입에 착 감기고요. 배터리가 한 시간이 간당간당 구형 노트북이었을 땐데요. 플러그를 꽂을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뜸해졌죠. 최근엔 플러그 꽂는 곳도 생겼더군요. 노트북족을 외면하면 커피 장사 힘들어요. 그 대단한 도시 뉴욕도 노트북 플러그 인심 야박합니다. 땅값 비싼 맨해튼이어서 그런 걸까요? 제가 뉴욕에서 노트북 쓰려고, 뉴욕 파리 바게트를 얼마나 자주 갔는지 몰라요. 이것도 국뽕인가요? 파뤼 바게트 땡스 얼뢋. 우리나라 이디야랑 가격대나 분위기가 비슷해요. 맛이나, 공간이나 무난해요. 아니, 맛있는 쪽이죠. 이디야 커피, 저만 괜찮나요?


2. 이름만 보면 더 맛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도이창 커피



도이창 카페는 아담할 때 자주 이용했어요. 길 건너로 옮겨서 재오픈하고, 커피 값을 일제히 올렸어요. 투자를 했으니, 비싸진 건 이해하겠는데요. 커피가 써도 너무 써요. 블랙커피 시키면(그땐 아메리카노 메뉴가 없었어요. 아예) 알아서 설탕까지 투하하는 만행까지. 오래 안 가서, 요즘도 설탕 알아서(?) 넣어 주는지 궁금하네요. 도이창은 태국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예요. 치앙라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죠. 풍경이 또 그리 좋다네요. 꼭 가 보려고요. 원래는 좋은 커피 원두일 텐데요. 근본 없이 바짝 볶아서, 다디단 연유 화끈하게 풀어 마셔요. 이름만으로는 굉장히 맛난 커피여야 하는데, 아닙니다. 제 말 믿고,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단쓴단쓴 커피가 취향이시면 입에 맞을 수도 있고요. 비슷한 예로 베트남 커피 카페 쓰어다가 있죠. 베트남 커피가 더 낫더라고요.


3. 파스타를 팔지 말았어야 했어 - White Balance

White Balance 여기도 자주 갔었죠. 어느 날부터 파스타를 팔더라고요. 비싸고, 양 적고, 느리고. 무슨 자신감이지? 파스타 양만 조금, 아주 조금만 많았어도 제가 정을 떼진 않았을 거예요.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동넨 장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잘 생긴 한국 손님이 왜 안 오지? 뭐가 문제일까? 뼈를 깎는 반성이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예쁜 카페네요. 우리 동네에는 괜찮은 카페가 참 많아요. 중심가도 아닌데 말이죠. 방콕 사람들에겐 나름 유명한 동네죠. 아침마다 어느 카페를 갈까, 이게 고민인 저란 놈은 얼마나 팔자가 좋은 놈인 건가요?


4. 인생 카페 - 반낀홈다오


네, 제 인생 카페죠. 아직도 이 카페를 발견했을 때의 흥분이 잊히질 않아요. 늘 지나다니던 골목,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냥 집일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 떡하니 있는 카페. 밀림에 휘덮힌 마추픽추를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이런 걸까요? 지금은 안 가요. 더워서 안 가요. 커피를 못 마셔서 안 가요. 커피도 맛나고, 분위기도 끝내 주지만 글을 쓰기엔 쾌적하지 않죠. 네, 사랑이 이렇게 변하는군요. 아이고 오지 마세요. 일부러 오지 마시라고요. 그래도 동영상 보니까, 너무 와보고 싶으시다고요? 전 분명히 오지 말라 했습니다. 구글맵에 Toy cafe & Relax를 쳐보세요. 그 카페가 아니라요. 그 카페를 마주했다 치면, 왼쪽으로 나 있는 골목이요. 그리로 들어가서 백 미터 왼쪽에 차들 주차된 가정집이 보여요.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카페 때문이죠. 미안해 죽겠어요. 매일 출근도장 찍더니요. 이렇게 매정해진 저를 좀 보세요. 여기 주인이 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팔로우까지 하는데요. 더운 바람의 선풍기, 에어컨 시원한 실내는 주인과 너무 가까워요. 선뜻 내키지가 않네요. 이렇게 간사하다니까요. 처음 갔을 때, 그 아기자기함까지 숨 막히게 좋더니요. 특유의 꾀죄죄함에도 스웩이 가득 묻어 있어요. 여전히 제 인생 카페입니다.


5. 이거슨 마법 - 믿기지 않아요. 예뻐서, 비싸서 Wood Cafe

이곳도 골목에 숨어 있어요. 방콕 사람들에겐 나름 핫플이죠. 너무 치렁치렁이긴 하지만, 밀림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고, 독특해요. 실내도 충분히 커서, 쾌적하게 밥 먹고, 인터넷 할 수 있죠. 비싸요. 커피값만 보면 이, 삼천 원 대니까 괜찮은데 세금과 봉사료가 더 붙고요(아마 17% 일 거예요). 식사 메뉴도 세금, 봉사료 합치면 7천 원, 만 원 정도 해요. 이 돈이면 시내 어엿한 곳에서 먹겠네요.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 제 책에는 소개했어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경쟁력이 있다 생각해요. 음료와 케이크 정도면 스타벅스 가격 정도니까요. 와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 가격에, 이 외진 곳에 현지인 바글바글한 거 보면, 이 공간이 확실히 예쁘다는 반증이죠. 예쁜 사진 많이 건지실 수 있어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만 열어요. 그것도 특이하죠? 작정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저처럼 종일 노트북만 쳐다볼 사람에겐 부담스러워요. 나들이 온 사람들 사이에 섞인, 고시생 느낌이 서글프더군요.


6. 주거래 카페 Up all night - 여기도 시들

방콕에 돌아오니까요. 단골 카페가 바로 집 앞으로 이사를 온 거예요. 이제 여기만 와야겠다. 크지, 커피 값 안 비싸지, 와이파이 잘 터지지. 단점이 하나도 없는 곳이죠. 그런데 매일 갔다는 이유만으로, 가기 싫어져요. 지겨워진 거죠. 정말 완벽하거든요. 흠이 없는 곳이, 가깝고, 매일 갔다는 이유로 가기 싫어요. 최근 며칠간 이곳을 외면하고 있네요. 싫증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죠. 사랑도 그래요. 처음 마음이, 평생 가는 사랑이 없어요. 주변에 보이긴 하죠. 몇십 년을 살아도 설렌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신기해요. 아마 다들 신기할 거예요. 희귀하니까 꿈꾸나 봐요. 다이아몬드가 흔하면 심장이 두근댈 리 없죠.

7. 그래서 지금 저는 스타벅스에 왔다는 거 아닙니까?

왜, 왜죠? 미쿡 시애를도 아니고. 방콕에서 왜 스타벅스를 찾냐고요. 그냥요. 너무 안 왔더니. 와보고 싶어 졌어요. 딱히 스벅에 애정 없어요. 반감도 없죠. 남들처럼 포인트 모으고, 스티커 받고, 다이어리 챙기는 사람도 아니고요. 오래 안 왔더니, 다시 찾네요. 변덕도, 싫증도, 그리움도 다 웃겨요. 다 내 감정이지만, 내 것은 없죠. 내 거라면, 내가 휘둘렀어야죠. 휘둘리는 게 아니라요. 새로 출시한 호박 라테를 큰 맘먹고 마시는 중인데요. 더럽게 맛없네요. 톨 사이즈 시킬 걸 그랬어요. 새로운 카페 몇 곳이 또 생길 거예요. 기다려져요. 마음이 떠난 곳들은, 다시 돌아갈 곳이기도 하죠. 돌아갈 생각을 하니, 또 설레네요. 저란 놈의 변덕이 이렇습니다. 스타벅스는 춥기도 오질라게 춥네요. 에어컨 재능 낭비가 좀 심하군요.

PS 매일 글을 써요. 세상 끝이 있다면, 그 끝까지 제 글이 닿기를 바라요. 매일 글 하나가, 반걸음이 되어 앞으로 나간다고 상상하죠. 자, 여러분이 도와주실 차례입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의 바이블이 됐더군요. 역시 알아봐 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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