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2026년입니다. 와!

by 박민우


IMG_7922.jpg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 천하의 악필입니다



안녕하세요. 박민우입니다. 새해 1월 1일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글로 시작합니다. 구독하시는 분들에겐 따로 이메일도 보낼 건데, 어? 왜 나는 메일로 글이 안 들어왔지? 그런 입금 구독자님들은 저에게 따로 연락을 주십사 꾀를 냈습니다. 메일 주소는 modiano99@naver.com입니다.


앞으로 저의 글을 읽으실 때 도움이 될까 싶어 저를 소개합니다. 아시다시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일명 여행작가입니다. 20년 넘게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 건강 검진 때 나온 결과를 보니 키가 175.6, 몸무게 67kg, 혈압, 당뇨는 정상이고, 위상피내상과 위염 소견이 있습니다. 1973년생이니까 만으로 51세, 만나는 사람 있습니다. 6살 많은 형이고, 요즘말로 썸남입니다. 태국에 애인이 있다. 가끔 다른 사람도 만날 거다. 이렇게 말하고 시작된 관계입니다. 오픈릴레이션십(상대방의 허락하에 다른 이들도 만나는)이라고들 합니다.


챗gpt에 저의 사진을 업로드하고 얼굴 평가 좀 부탁했더니, 얼굴로 덕 볼 수준은 아니랍니다. 돌려 돌려 말하지만, '못 생겼다'로 들립니다. 큰일입니다. 게이는 얼굴로 먹고사는데, 피부과 시술이라도 받아야 할까 봐요. 종로의 게이바 사장님이 그렇게 저를 구박했는데, 저의 외모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요? 못생긴 손님도 따뜻이 챙겨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잘 생긴 게이바 사장님!


경기도 광주에 살고 아버지가 치매 환자이십니다. 착한 치매라 얌전히 집에 잘 계십니다. 약이 잘 받는 건지 증세가 나빠지는 징후는 아직 없습니다. 운동을 안 하셔서 다리에 너무 근육이 없으셔요. 그런 이유 때문에 가끔 옷에 실수를 하십니다. 최근 2주간 그런 일이 없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매일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이라도 나가야 하는데, 효도를 못하는 대신 소원 일기를 쓰고 매일 읽으며 잠이 듭니다.


-아버지의 괄약근 기능이 좋아지고, 아파트 단지 안을 마음껏 돌아다니실 정도로 튼튼해지셨다.


소원은 과거형으로 써야 효과가 좋다해서 이렇게 썼어요. 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미신이나 믿는 한심한 놈으로 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현실만 직시하는 것보다, 희망을 보는 게 훨씬 덜 가혹하니까요. 희망이란 단어가 엄연히 있으니, 희망을 활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꿈속에서도 소원 글을 중얼중얼 읽습니다.


-통장 잔고가 1억을 넘겼다. 오늘도 돈이 또 들어왔다.


이런 구절도 있는데, 2026년 돈방석에 앉을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지금은 총 7백만 원 정도 있는데, 이중 3백만 원은 하나카드에서 꾼 돈이니까, 4백만 원이 전재산인 셈이네요. 금세 천만 원 되고, 1억 되는 과정을 생중계하겠습니다. 1억이 들어오면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신라호텔 뷔페라도 가야겠습니다. 10만 원 넘는 망고빙수도 명수대로 다 시켜서 먹어 보렵니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삼십 분 이상 명상을 합니다. 새해엔 명상을 습관 들여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별거 없어요. 눈을 감고 끊임없이 조잘대는 내 소음을 듣다 보면 무아지경 비슷한 순간과 맞닥뜨리게 돼요. 정신적인 진공상태라고 해야 하나? 세상이 하나로 정렬되고, 잡념으로 탈진한 뇌가 꼿꼿해지는 경이로운 순간이 옵니다.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지만, 명상 이후로 한결 평화로워졌습니다. 아버지 치매만으로도 버거운데, 어머니까지 앓아누우시면 솔직히 막막하죠. 막막했습니다만, 이젠 눈 감은 세상에 의지합니다.


정갈한 침묵과 깨끗한 어둠의 세상 속에서 저는 유유히 스쿠버 다이빙을 즐깁니다. 매일 30분의 규칙적인 멈춤으로 저의 뇌는 꽤나 탄탄해졌습니다. 아무런 위기도, 어려움도 없는 세상 무슨 재미로 사나요? 그러니 저의 삶은 마냥 재밌다 하겠습니다. 오늘 영하 십도 엄동설한이지만 달려볼까 합니다. 1월 1일을 달리기로 시작하면, 2026년은 내내 달리는 박민우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2026년 구독자님들 정말 반갑습니다. 1년간 우리에게 일어날 모든 일들도 이미 환영합니다. 모든 일들은 꼭 일어나야 했을 뿐이고, 성장으로 이어짐을 믿습니다. 우린 모두 죽습니다. 대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죽음이라는 확실한 골인지점이 있어, 이 순간은 생명을 얻습니다. 1분 1초가 애틋합니다. 그 애틋함을 열심히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아 보겠습니다. 견디지 않고, 누리겠습니다. 결국 우린 죽을 거니까요.


그럼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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