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평면 엉덩이를 가진 글쟁이의 운동

하체야 굵어져라, 튼튼해져라!

by 박민우

다섯 시에 일어나서, 운동 갑니다. 오토바이 택시 타고, 지하철(MRT) 타도 되는데요. 오토바이 택시가 40밧(약 천 육백 원)이니까 비싸기도 하고요. 위험하단 생각을 해요. 원칙적으로 헬멧을 써야 하지만, 운전자만 보통 써요. 하긴 오만 사람이 쓰는 헬멧을 누가 쓰려하겠어요. 출근길 정성 샴푸 했더니, 땀 차고 시커먼 '공용' 헬멧을 쓰라 해봐요. 안전이 우선이지만, 인간은 선택적으로 어리석죠. 죽음도 두렵지 않은, 소중한 내 머릿결까진 아니겠지만요. 설마 죽겠어? 이런 마음으로 헬멧을 거부하죠. 요즘 오토바이 택시를 삼가야겠단 생각을 해요. 오토바이 운전자만 잘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잖아요. 뉴스에 나오는 별의별 운전자들을 보니까요. 될 수 있으면 타지 말자. 좀 느리고, 불편해도 쏭태우(미니 트럭을 개조한 마을버스)와 버스로 다니자. 싸고, 안전하고, 느린 교통수단으로 땀 삐질 흘리면서 다녀요.


부릉부릉 쏭태우

왜, 이리 아침 일찍 나서냐면요. 동네가 방콕에서도 교통체증 1위라서요. 방콕이 세계에서 교통 상황 최악이라니, 말 다했죠. 주택가 앞에서 30분 이상 차들이 꼼짝 못 할 때도 있어요. 미친 거죠. 꼭두새벽이라야 쾌적합니다. 여섯 시가 되기 전에 쏭태우 타고, 버스 타고 운동하러 가요. 요즘 잘 안 다녔어요. 차비도 아끼려고요. 움직이면 돈이다. 어디든 잘 안 나갔죠. 제가 경제 수준에 맞지 않는 비싼 피트니스 센터 멤버예요. 태국 친구 찬스로 반값에 등록했죠. 대신 1년 단위여서, 목돈을 한 번 썼어요. 그냥 내려면 월 회비가 거의 십만 원인 곳이에요. 저는 운동을 해야 해요. 글만 쓰는 사람이라 등이 굽었고요. 다리가 X자로 휘었어요. 게다가 무릎이 앞으로 나왔죠. 대충 다른 사람처럼 걷겠지. 자신의 걸음을 다들 잘 모르실 거예요. 전 세계 테마 기행 찍으면서 알게 됐어요. 이상하게 걷는다고 카메라 감독님이 다시 걸어보라 하시더라고요. 허벅지랑 무릎은 붙었는데, 종아리만 떨어져서 아장아장 걷고 있더라고요. TV 출연은 정말 좋은 거예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처참하게 생겼나, 객관적으로 얼마나 해괴한 걸음을 하는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죠. 문상건 여행작가가 자기 모습을 TV로 보고(제가 볼 땐 화면에서도 훈남이었지만요), 경이적인 감량으로 초훈남 된 거 보세요.


외모고 뭐고, 이제는 살려고 운동해요. 인간 약장수 박민우가 내린 결론은요. 자세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거예요. 자세에는 호흡도 들어가죠. 요가 선생님들 보면 피부 뽀얗고, 자세가 정돈되어 있잖아요. 균형은 보기에도 좋지만, 건강에 필수란 생각을 해요. 요즘엔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해요. 무엉덩이 체형입니다. 평면 TV처럼 굴곡 없는, 도려낸 테니스 코트 같은 엉덩이를 갖고 있죠. 즐겨 봤던 '섹스 엔더 시티'에서요. 섹스광인 사만다가 나이 많은 남자와 섹스 후에, 다 참아도 납작 흐물 엉덩이는 못 참겠어. 이렇게 불평해요. 제가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래도 젊을 때는 탱탱했겠지? 저는 젊을 때도 납작 엉덩이로 살았는데요. 앉은 자세는 구부정, 걸음은 X자, 엉덩이는 납작. 제가 왜 달리기를 못했나. 이젠 답이 나오더군요. 이런 하체로 어떻게 잘 뛰겠어요? 하나씩 개선해 나가자. 그런 마음으로 하체 운동을 해요. 스쿼트죠. 엉덩이 쭉 빼고, 앉았다, 일어섰다. 몇 개만 해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허벅지 앞쪽이 도려지는 고통이죠. 숨이 꼴딱 넘어갈 것 같고, 지금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거대한 분노가 일어요. 존재를 모욕하는 고통이죠. 이러려고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닌데요. 폭력적인 고통을 견디라고만 해요. 못 견디겠는데요. 연쇄 살인범이랑 맞짱 떠도 제가 패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순간의 10초는, 말도 못 하게 길죠. 상대성 이론이 뭐죠?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가요? 모두에게 다르게 흐르는 건가요? 물리학적으로는 전혀 이해 안 되는데,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섬광처럼 와 닿네요. 영원과 닿아있는 10초에 저는 다 죽어가요. 그런 10초가 지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심장이 발광해요. 샤워를 끝내고 나면, 오호 근사한 냄새가 나요. 페로몬 가득한 몸뚱이로 맡는 냄새요. 수상한 기대감,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감지하는 청춘의 후각이 생겨요. 잠깐이지만, 믿을 수 없이 그윽해요. 회춘했네요. 식욕이 돌아오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을 준비가 돼있어요. 세상이 이렇게 푸르렀군요. 사람들 표정 중에 밝은 표정 위주로 봐요.


죽을 것 같다며 당장 그만두라던, 내 안의 신호는 뭘까요? 협박일까요? 엄살일까요? 내게 보내는 수많은 경고, 두려움은 귀를 기울여야 할까요? 무시해야 할까요? 백 프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건 확실해요. 몸살 기운이 올 때 전 팔 굽혀 펴기를 해요. 그렇게 감기 몸살을 여러 번 쫓아냈어요. 제발 닥치고, 앓아누워. 내 안의 협박에 요즘엔 반항을 합니다. 안 들어줘요. 내 안의 잡놈이 자주 쭈구리가 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깡다구가 생기네요. 엉덩이가 수박처럼 볼록해질 때까지, 매일 지옥에 다녀오렵니다.


PS 매일 글을 써요. 세상 끝까지 닿고 싶어서요. 글쟁이의 오체투지를 응원해 주실래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가시나요? 이거 방콕 필독서입니다. 방콕 안 가시나요? 방안에 콕 박혀서 읽어도, 마냥 재미납니다. 이래저래 필독서라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직구 가족이 방콕에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