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일 글을 쓰냐고요?

저의 몸부림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만

by 박민우
IMG_4643.JPG 무일푼의 제가 소살리토(Sausalito)를 다녀왔잖아요. 세상에!

뭐라도 해보자는 거였죠. 사실 거룩한 시작은 아니었어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네요.


-작가님, 매일 글을 써서 팔아 보세요.


독자들이 제게 제보를 해주더라고요. 어떤 멋진 여성이 한 달 구독료를 받고, 일기를 보내 준다는 거예요. 선구자네요. 용감하고, 멋진 여성이죠. 말이 쉽지. 시작할 때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두 눈 질끈 감는 순간이 필요하거든요. 돈 이야기를 꺼낼 때는요. 이런 사람이 있는 걸 알았겠다. 저라고 왜 못 하겠어요. 나는 더, 더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겠지. 내가 누구야. 자신만만했죠. 그때 저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준비 중이었어요. 미국에서도 물가가 가장 비싼 두 도시죠. 늘 그렇든 은행 잔고는 몇십만 원뿐이었죠. 말이 되나요? 45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돌 건데, 백만 원도 없다니요? 그런 꿈을 꾸면 안 되는 사람이죠. 일기를 팔 수 있으니, 가능하겠네. 저는 열심히 알리고, 구독자를 모아요. 백 명 정도가 신청하더군요. 구독료가 만 원이었는데, 더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무사히 마쳐요. 기적이었죠.


기적


이렇게 단순하게 말해서는 안 되겠네요. 구차한 순간이 그 안에 얼마나 많이 녹아 있는데요. 퉁 쳐서 기적이라고 하니까, 쾌적하기만 한 여행 같잖아요. 갑자기 돈 이야기만 하는 글쟁이로 욕도 좀 먹었고요. 여행 중간, 중간 집에 못 돌아가는 건 아닐까? 은행 잔고를 확인하며, 벌벌 떨었죠. 제 여행이, 제 삶이 늘 그런 구차함이라 새삼스러울 것까지는 없었어요. 꿈을 꾸고,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하나의 여행은 하나의 삶이고요. 저는 지금까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삶을 살았어요. 굉장한 특혜죠. 감사함이 더 커요. 비참하다는 생각은 감사함의 오분의 일 정도?


미국 여행을 끝내고, 구독은 더 이상 받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하셔야 해요. 글을 쓰는 분이건, 그림을 그리는 분이건요. 콘텐츠를 파는 거예요. 정답은 없어요.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거고요. 여러분들은 계속 시도해 보셔야 해요. 일기를 팔든, 낙서를 팔든요. 저는 소외되는 누군가가 눈에 밟혔어요. 만 원이 없어서겠어요? 만 원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죠. 저도 그런 부류거든요. 만 원이 선뜻 나오지 않는 삶. 그게 지금 대다수의 젊은이들이죠. 늘 돈이 부족해요. 가난해요. 만 원은 커요. 그런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글이어서 슬펐던 거죠. 그래서 그냥 모두가 볼 수 있는 글이 된 거죠. 하루 수천 명이 제 글을 읽어요. 어떤 날은 몇십 만 명이 될 때도 있고요. 복 받은 삶이죠.


아, 또 하나. 이유가 하나 더 있네요. 저는 사실 한국이 불편했어요. 한참 저의 책이 화제가 될 때는, 불편하더군요. 숨듯이 해외로 돌았어요. 내가 각 잡고 한국에서 활동하면, 다 죽었으. 그런 자신감도 있었죠. 스마트폰도 없던 제가 큰 맘먹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는데요. 반응이 너무도 미미한 거예요. 부끄럽죠. 숨고 싶죠. 내가 누군데? 나 박민우야. 분하고, 치욕스러운 거예요.


저는 누구일까요?


여행하면서 책 몇 권 낸 사람일 뿐이죠. 대부부의 바보가 그렇듯 자부심은 주관적인 거고요. 이미 젊은 여행자들이 감각적인 영상으로, 훈훈한 외모로, 호흡 짧은 글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더군요. 큰 벽을 만난 것 같았어요. 지금의 십 대, 이십 대에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죠. 뭐라도 하자. 그래서 써요. 저에게 사실, 이런 막막함은 소중해요. 막막함이 없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대로 사람을 늘어지게 하죠. 젊어진 기분이 드는 거예요. 막막하니까, 저는 젊은이인 거예요. 부술 수 없는 바위를 만났고,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났어요. 지금의 이십 대도 비슷할 거예요.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몸부림을 쳐보자. 공감으로 가까워질 수도 있는 거니까. 글을 쓰는 이유가 됐죠.


아마도요. 저는 다시 구독 신청을 받아야 할 거예요. 지금 현재 은행 잔고가 20만 원 조금 넘게 있는데요. 5일 안에 교보생명 보험료로 113,000원이 날아가요. 그래서 몇만 원이 남으면 뭐라도 해야 하니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배가 불러서죠. 5일 후엔 새로운 내가 돼요. 탄생이죠.


라셋


저의 삶은 그때 또 한 번 시작돼요. 저는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살아요. 과장 좀 보태면, 자랑스럽기까지 해요. 이것도 지나치게 주관적인 자기만족이겠죠? 그렇다고요. 오로지, 저만 생각하는 밤이네요. 이상하죠? 헛헛하지 않아요. 꽉 찬 밤이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는 흔들리고, 그걸 진동이라 믿죠. 이 진동으로 지구 끝까지 닿기를 바라요. 황당하지만, 그게 저의 꿈입니다. 작은 오체투지로 봐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이, 아니면 방안의 답답함이 이 책으로 환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채운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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