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니까, 또 서로가 궁금한 거겠죠?
유행 다 좋은데요. 정말 그게 예뻐요? 어글리 슈즈가 마음에 쏙 드나요? 저 진짜 기분 무지 나쁘거든요. 유행 못 한다에 백만 원 걸었어요. 죽어도 튀고 싶다. 관종 지수 백에 가까운 별종들만 신어야죠. 하이힐인가요? 공룡 대가리예요? 특이한 맛으로 신는 거죠? 설마 그게 이뻐 보이는 거 아니죠? 이름도 그래서 ugly, 흉한 놈이라고 지은 거잖아요.
하긴, 스키니 바지도 저를 열불 나게 한 아이템이었죠. 꼭 끼는 레깅스 같은 바지를 남자가 입는다고요? 홍대 인디밴드세요? 록커세요? 그럼 입으셔야죠. 회사원, 근육 아저씨는 입으시면 안 되죠. 어울리냐고요? 예쁘냐고요? 제가 스키니 바지를 살 때는, 너무 속상해서, 정말 열심히 입었어요. 내가 그렇게 속없고, 철없는 아저씨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다들 그렇게 입어대니까, 이뻐 보이기까지 하잖아요. 얼마나 간사한가요? 인간의 눈이요. 얼마나 심오한가요? 유행이란 거요.
요즘 구찌는 맥시멀리즘이라면서요? 로고만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핸드백이 안 팔리니까, 나비 붙이고, 꽃을 주렁주렁 붙인다면서요? 주먹 딸기에, 호랑이까지 신발에 프린팅을 해요? 어글리 슈즈에다가요? 명품 맞아요? 비싼 돈 주고, 안구 테러용 신발을 싹쓸이해 가는 미친놈들이 누구인가요? 비버리 힐즈의 외아들, 외동딸이고 석유부자 장손들이라요? 아이고, 말을 맙시다. 나랑 전혀 상관없는 명품 얘기지만요, 세상 돌아가는 건 알고 싶어서 곁눈질했더니요. 머리가 아파요. 속이 다 울렁거리네요. 예쁘지 않다는 것만 동의해 줘요. 특이함 때문에 재밌어서 사는 거죠? 같은 인간으로 이렇게까지 거리감 느끼게 할 거예요?
요즘 페이스북을 보면서, 새삼 어르신들의 취향에 또 마음이 가요. 이곳은 또 왜 이리 청정한가요? 꽃들이 정말 정말 좋으신 거죠? 저도 곧 따라가겠죠? 꽃만 보면 어떻게든 사진 찍으셔야, 그날 몸 안 아프시죠? 이리 좋은 꽃 어찌 나만 보나? 친구들에게 베란다 꽃 사진, 난초 사진, 손주 사진 보내는 게 낙이시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송가인인가요? 꽃인가요? 송가인인가요? 단풍놀이인가요? 송가인인가요? 손주 아, 아닙니다.
친구 신청을 주거니, 받거니 할 때도요. 어르신들은 감사의 표현이 절절하더군요. 귀하신 분이 먼저 친구 신청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멋진 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중함과 감사함이 갤럭시 액정을 뚫고 나오더군요. 우리가 인터넷을 해도, 휴면임을 잊어서는 안 되느니라. 인간계의 마지막 줄에서 안간힘을 쓰고 계세요. 너무도 인간적인 세상이라, 볼 때마다 숙연해져요. 관계 맺는 걸, 쉽게 생각했어요. 페이스북은 진짜 인간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반성합니다.
사실 저는 세대 차이가 재미있어요. 십 년, 이십 년 차이가 나는데, 모든 게 같다면, 지루한 세상이죠. 징그럽기까지 하죠. 달라야죠. 그 다름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요? 잘 즐기고 싶어요. 꼰대가 안 되는 건 노력이 필요해요. 잘 늙으면, 자연스럽게 깨어있는 노인이 되겠지 했어요. 천만에요. 시간의 힘이 얼마나 센데요. 우리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무수한 정보는 피곤해요. 새로운 지식은 두렵기만 하죠. 아는 것만 누리고 살아도, 벅차고, 충분해요. 어린 친구들과 보조를 맞춘다는 게, 큰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더라고요. 굳이 그런 노력을 왜? 불필요하게도 느껴지고요. 저는 궁금해요. 내가 모르는 세상이니까, 일종의 여행이더라고요. 말을 심하게 줄여 쓰는 걸 좋아하고, 불공정에 발끈하고, 랩을 숭배하고, 바가지 머리를 잘 소화하는, 게다가 편의점 도시락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고 있는 이십 대와 친해지려면요.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엿들어야 해요.
십 년 후의 이십 대도 궁금해요. 기성세대가 너무 어글리 슈즈만 신으니까, 꼰대 어른들에 반항하며, 단화를 신겠죠? 설마 그 정도로는 어글리라고 부르지도 마라. 더 심한 어글리로 승부 볼까요? 네덜란드 나막신 컬렉션이나 빨랫비누 밑창 컬랙션으로 어기적 어기적 막대 인형처럼 걷고 다니지는 않겠죠?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그것도 뻔한 발상이죠. 돌고 도는 뻔한 방식을 파괴하는, 개막장 유행이 올지도 모르죠. 나만은 젊으련다. 그 흉흉하고 혼미한 시대에, 백발을 휘날리며 스키니와 어글리 슈즈를 장착한 노인들이 홍대 노인정을 휩쓸 테고요.
제가 베트남 하노이에 젖은 신발을 버리고 왔거든요. 무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 걸 말이죠. 새 신발로 뭘 살까 하다가, 이리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요. 사실은 오니츠카 타이거를 몇 년 전부터 사고 싶었어요. 일본 물건 안 사야 하는 시대잖아요. 사실 저는, 사람들이 욕만 안 하면 살짝 사고 싶어요. 욕먹을 용기가 없어서요. 일단은 돈도 없지만요. 제 눈에 훅 들어오는 운동화가 안 보이는군요. 뉴발란스는 뚱뚱해. 나이키는 그냥 러닝용 같고요. 쌈빡한 운동화를 장만하겠습니다. 올해 안에!
PS 매일 글을 써요.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다가오세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정말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가세요? 어서 업어가세요. 방콕 안 가세요? 어서 업어가세요. 방콕을 가도, 안 가도 즐거워지는 책이니까요. 어서, 어서 집어가시라고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