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여행, 태국의 숨겨진 보석 반나똔잔

나는 누군? 왜 여기?

by 박민우

-한국 사람들이 반나똔잔을 정말 궁금해해?


수코타이에 농장을 갖고 있는 태국 형님 기억하시나요? 제 미래가 이 형님에게 달렸죠. 밉보이지 않으면 땅 한 뙤기 준댔어요. 물론 빌려주는 거죠. 저보고 거기서 밥장사하래요. 아이고, 형님. 제가 한국 사람 일 년에 백 명은 당기겠습니다. 이렇게 제 노후는 마련됐습니다. 얼마 전에 수코타이 농장을 방문하고요. 반나똔잔(https://homestaynatonchan.blogspot.com)이란 곳을 들렸더랬죠. 누구나 반길만한 정갈한 시골 풍경이더군요.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더군요. 홈스테이라고 쓰인 집들이 많더라고요. 태국인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었던 거죠.


-내가 예약을 해놨어.


하참,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이런 말은 물론 속으로만 했죠. 고향을 한국에 더 많이 알리고 싶대요. 호의는 뭐 항상 대기 타고 있나요?


-선물을 뭘 좀 사가고 싶어요.


수코타이를 가면요. 형님의 어머님, 누님, 형님이 한 집에 살아요. 번번이 가는데, 늘 빈손이었으니까요. 염치 있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그럼, 방콕 코리아 타운으로 가자.


네. 한국 과자 몇 개 사요. 은근히 비싼 거 있잖아요. 하니 버터 아몬드 같은 거요. 방콕에선 한 봉지에 만 원 돈 합니다. 현금은 없고, 카드를 내밀었죠. 형님이 씨티은행 블랙카드를 내면서 저를 막네요. 아니, 형님! 이러지 마시죠. 영어로 말했으니까, 그 느낌이 좀 덜 살기는 해요. 강호의 양심과 도리가 살아있는 어투로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물론 통장 잔고 때문에, 객관적인 리액션이 부족하긴 했을 거예요. 말 끝이 조금만 흐려졌을 뿐이지. 어떻게든 내겠다고 했어요. 못 냈죠. 아이고, 정말 억울하고, 부끄러워요. 얼마나 거지인 게 티 났으면, 선물까지 남의 돈으로 하냐고요. 왜 신한 카드를 지갑에 넣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냐고요. 거지새끼님아! 그게 며칠 전이었고요. 오늘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서 반나똔잔으로 향해요.


-하루 묵을래? 이틀 묵을래?


이왕이면 이틀이죠. 이틀이라고 답하고, 하루라고 할 걸. 제 양심이 뒤늦게 각성합니다. 형님 지갑에서 나올 돈인데, 왜 이리 뻔뻔한지 모르겠어요. 양심은 늘 늦게 찾아와요. 그래서 언뜻 제가 비양심적인 놈으로 보인다니까요. 형님은 피렌체의 거부 메디치 가문 하고, 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자고요. 예술가는 돈 있는 사람한테 신세 좀 지는 겁니다. 명문가는 그렇게 더 빛을 발하는 거고요. 형님이 메디치 가문과 비교하면 택도 없이 가난하지만, 제가 좀 택이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제가 다 커버치겠습니다. 그러면 반나똔잔은 피렌체가 되는 건가요? 너무 나갔네요. 재미없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한 명 정도 언급했을 때가 딱 좋았는데요. 그렇죠?


-나는 집에 가서 잘 거니까 혼자 잘 수 있지? 형님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많이 외로워하셔!


우리 형님, 정말 진국이죠? 효자죠? 혼자 자는 건 좋은데요. 겨, 결제는?


-돈 있어?


이런 거 물을 때가 제일 싫어요. 거지인 거 아니까 한국 마트에서도 카드 쓰신 거 아닙니까? 왜 이러세요? 그때는 없고, 지금은 있겠어요? 사실은 있어요. 귀신처럼 어제 구독료가 들어왔어요. 확인은 안 했고요. 형님 믿고, 그냥 빈 지갑으로 왔...백 프로 거지가 아니라, 오십 프로 거지라는 말을 하려면 이렇게 길게 써야 하는군요. 없어요. 형님. 천 밧짜리 하나 있다고요. 하루에 두당 칠백 밧이라면서요. 이틀이면 천사백 밧.


-카드 되나요?


이런 시골 구석 마을이 카드가 될 리가요? 신한카드는 있어요. 약간 식은땀이 나는군요. 이쯤에서 돈 없는 게 들통나 봐요. 날로 먹는 상거지 양아치 확정인 거죠. 저의 노후가 무지 휘청입니다.


-가능해요. 체크아웃할 때 하시면 돼요.


휴, 살았어요. 이렇게 태국 촌동네에 머물게 됩니다. 가난뱅이는 늘 아슬아슬하고, 또 어떻게든 되니까, 가난한가 봐요. 반나똔잔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시죠? 하루만 기다리셔요. 아따, 개구리 소리 듣기 좋네요. 여행 스케치 '별이 진다네' 틀어 놔야겠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남고 싶어서요. 번지고 싶어서요. 쉽지 않아서 감사해요.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겠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9년간 제가 사랑했던 단골집, 카페, 태국 음식 이야기를 채웠어요. 부담 없이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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