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황홀 연재를 시작하면서 드리는 글
이 글은 구독 신청해 주신 분들, 아닌 분들에게 동시에 올리는 마지막 글입니다. 구독 신청해 주신 분들께는 메일로도 발송하니까요. 메일로 이 글을 못 받으신 분들은 댓글로 꼭 좀 달아 주세요. 빈틈 많은 인간이라, 이메일 주소도 또박또박 못 옮기는 멍청이인 거죠.
구독 신청은 딱 한 번만 올렸어요. 불필요한 이들에게 '강매'가 되면 안 된다.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는지 모르실 거예요. 다행히도 없네요. 가까운 지인들, 얼굴부터 아는 이들 중엔 신청이 없어요. 아, 한 명 있다. 규성아! 1년 치 구독료 입금했으니, 꼬박꼬박 잘 읽어야 해. 내가 글을 쓰길 잘했어. 인연의 심지가 이렇게 튼튼해졌으니까.
저는 야심가입니다. 모르셨죠? 지질하고, 소박을 지향하나 욕심도 많아요. 흘리는 말이 아니라, 이제 한국을 넘어서 저를 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요. 이름부터 알리자. 일단 한국에서 누구나 알 정도의 지명도가 있어야겠다. 그래서 SNS에 열심히 글을 올렸죠. 경솔한지라, 성급하게 판단컨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올린 건 아니지 싶어요. 자동차 공회전 같은 느낌? 물론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이 적지 않았죠. 페이스북이 각 잡고 글을 읽는 곳인가? 인스타그램이 그런 곳인가? 아닌 것 같아요.
스마트폰을 엄지로 쉴 새 없이 내리면서 SNS를 하는 이들에게, 저의 긴 글은 억지에 가깝죠. 유료로 전환하면서, 한편으로는 편해요. 기다렸던 이들에게만 다가가니까요. 입장권을 끊고 온 관객과 소극장에서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침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까지 봐주실 분들이죠. 출퇴근이 바쁘고, 당장 <런닝맨>이나 <나 혼자 산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 이 필요한 사람들 앞에서 줄타기를 하고,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진 않았나 싶어요. 짧고, 부담 없이 다가가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구독료로 이백만 원 약간 넘게 들어왔습니다. 큰돈을 쾌척해 주신 분들이 계세요. 큰 빚입니다. 큰 빛이기도 하고요. 부담이 아예 없을 순 없지만, 즐겁게 느끼고, 밝은 에너지로 쓰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modiano99)와 브런치(www.brunch.co.kr/modiano99)에는 뉴욕 여행기를 올릴 겁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어요. 즐겨 주세요. 무지 재미납니다.
현직 작가님들(너무도 잘 나가시는), 음악가님들, 화가님들이 구독을 많이 해주셨어요. 까칠한 눈으로 봐도, 제 글이 괜찮나요? 자부심으로 안고, 글을 써도 될까요? 해외에서 제 글을 기다리시는 독자님들! 모국어가 유난히 반가운데, 그중에 제 글도 있다는 거죠? 백수인데도 굳이 구독신청을 해주신 님. 저의 글이 힘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스팸메일부터 싹 청소하고 제 메일을 기다리신다는 독자님, 새벽 네 시에 넣은 메일을 그 즉시 확인해 주셨던 그때 그 독자님. 불쏘시개로 쓸게요. 제가 아프면 같이 아프고, 기쁘면, 병도 낫는 선생님. 제가 요즘 건강 관리 엄청나게 합니다. 연결의 힘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저와 적당한 거리가 편한 님들, 구독은 다음으로 미루신 독자님들 역시 깊은 감사드려요. 야심 있는 놈이라요. 지구 끝, 에스키모인들에게도 읽혀야 해요. 아직 멀었죠. 저의 글이 그런 힘이 되려면, 더 까칠하고, 더 냉정한 독자님들이 계셔야 해요. 저를 끊임없이 단련시키고 계십니다. 저의 성장을 기대해 주세요.
12월입니다. 발랄해져서 찾아가겠습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같이 기대해 봐요.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