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박민우 Mar 12. 2019

무인카페 주인이 나를 쓰레기로 만들었다

공짜 손님 아닙니다만

여기는 실제 사건 장소가 이 나라요. 인하대 앞, 완전 사랑스러운 무인카페입니다


'어? 무인카페다.'


가슴이 뛴다. 동네에서 가슴이 다 뛰어보네. 카페를 좋아한다. 커피 말고, 카페를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면 깊은 잠을 못 잔다. 그래도 마신다. 카페에 앉아있고 싶어서 마신다. 녹차 라테나 다른 것도 마시는데 커피가 제일 싸니까. 결국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가끔 카푸치노 마신다.


경기도 광주, 허허벌판 아파트 공장에 무인 카페라니. 작은 카페는 좋지만, 잘 안 들어가진다. 주인과 나. 너무 가깝다. 내가 무얼 하는지, 얼마나 오래 있는지 다 알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고, 내가 마신 메뉴의 가격을 생각하게 된다.  


무인카페니까 난 자유롭다.


카드로만 계산한다. 기계에 신한 카드 넣고, 라테를 고른다. 라테도 고작 2천 원. 내가 이 와중에 더 싼 1,500원 아메리카노를 마셔야겠어? 있을 땐 써야지. 오래간만에 부유하다.


심지어 커피맛도 괜찮다. 썩 좋다. 우유 거품이 홋카이도 목장 맛이로군. 텀블러에 즉시 옮겨 담는다. 오래 뜨거워야지. 오래 앉아있을 거야.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아메리카노도 한 잔 더 마신다. 두 잔 3,500원. 아주머니 셋이 오고, 뒤이어 셋이 더 온다. 아는 사이. 테이블이 합쳐지고, 귤이 등장한다. 내게도 귤이 온다. 감사합니다



저 이 느낌 싫어요. 귤 먹어야겠죠? 맛나게 먹어야겠죠? 또 주지는 마세요. 강력한 익명성에 숨고 싶다. 일단 굉장히 바쁜 척 노트북을 두들긴다. 60대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등장한다. 여자들과 인사하고, 빈 테이블을 치운다. 기계를 점검한다. 사장님이구나. 사장님이 나가지 않고, 한 시간 째다. 청소는 끝난 것 같은데, 테이블에 앉아서 창밖을 본다. 일어나야겠어. 짐을 정리한다. 무인카페인데 사장님 너무 오래 계시네요. 이 이상한 불편함, 나만 느끼는 건가요?


"저, 무인 카페라고 공짜 카페 아니니까요. 커피는 좀 마셔 주세요."

"네, 저 두 잔이나 마셨어요. 이 텀블러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여기에 옮겨 담았어요."


왜 서둘러 나온 거야. 등신아! 뭔가 침착하게, 여유롭게, 당당하게 내가 두 잔 손님임을 증명했어야지. CC TV 까세요. 이게 제일 좋았어. 당당하고, 확실해 보이잖아. 아니, 내가 얼마나 거지 같았으면. X발, 내가 졸로 보여? 그 한 마디 하려고, 지키고 있었던 거야.


욕을 한다. 두리번거린다. 혼잣말이어도, 아무도 몰라야 한다. 나는 잠시 부르르 떤다. 굴욕감, 억울함. 불편한 감정이다.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상처가 된다. 딱지가 남는다. 그런 손님이 많았겠지. 시달리다가, 참다가, 이러다간 가게 문 닫겠어. 그런 마음일 때 나를 봤겠지. 그는 오래 가게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제 내가 얻어야 할 것을 생각한다.


그가 보았던 세상, 해석한 세상은 틀렸다. 자기만의 각막에 갇혔다. 오해하고, 확신한다. 대부분 그렇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그러니까 우리의 해석을 과신하지 말 것. 그 해석으로 증오하거나 자학하지 말 것. 잠시의 진동 정도로 생각할 것. 그래서 나는 부르르 떨고, 부르르 가라앉았다. 버스를 기다린다. 커피 두 잔. 일찍 잠들기는 틀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73년 생의 스무 살, 땡처리합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