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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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긴 왜 이렇게 평점이 높죠? 비싸겠죠? 오, 평점이 높은데 안 비싸네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까칠한 후기를 남길까요? 뒷담화 좀 살살해주세요. 잘난 너님은 비싼 곳에서 제대로 드시든가요. 당신 때문에 이 식당이 더 완벽해지고, 그래서 더 비싸지면 천벌 받아요. 받아야 해요. 구글맵 식당 중에 이 가난뱅이가 갈 수 있는 식당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싸구려 20% 식당에서 고르고 고르는 거예요. 이거다 싶은 식당을 발견하면, 종일 그 식당 생각만 해요. 문 열 때까지, 시간이 그렇게 안 갈 수가 없어요. 나 같은 사람도 낙이 있어야죠. 먹는 재미없으면 여행작가 진즉에 때려치웠어요. 카즈마(TMI 저랑, 남미, 아시아를 같이 다닌 인생 여행 친구)랑 뭘로 제일 많이 싸운 줄 아세요? 자기 배 안 고프다고 한 끼 건너뛰려는 그 새끼가 괘씸해서 싸웠어요. 다 그게 그거니까, 아무거나 먹자고 해서, 그래서 싸웠어요. 카즈마, 너는 여행할 자격 없어. 먹는 거가 진짜 여행이야. 뭐, 나는 걸신들려서 이러는 줄 알아? 현지인들이 혼을 담아 요리를 하는 거라고. 사막 보고, 만년설만 보면, 여행 끝? 똥폼과 허세의 화신아. 먹겠다는데, 왜 내가 네 눈치를 봐야 하는 건데? 왜, 내가 이런 걸로 너를 설득해야 하는 건데? 말 길어지니 왜 이리 서럽냐? 관둬, 관둬. 그래, 아무거나 먹어. 나도 입맛 다 사라졌어. 그렇게 말씨름을 하고, 정말 대충 먹어요. 아침을 기다리죠. 카즈마보다 일찍 일어나서 홀로 시장통에서 배 터지게 먹었어요. 이게 자유다, 이게 여행이다. 이러면서요. 난 먹어요. 그 재미로 쏘다녀요. 먹는 거 관심 없으면, 집에서 세계 테마 기행 봤죠. 전 먹어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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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놀이해 보신 분? 이거 진짜 재미납니다. 구글맵 식당 뒷담화는 재미 중 참 재미죠. 문제의 식당을 구글맵 스트리트 뷰로 다시 봅니다. 간판이 보이고요. 입구도 보이죠. 내가 저 문으로 들어갈 겁니다. 나는 평균보다 더 까칠할까요? 관대할까요? 식당 후기가 문학이죠. 참 문학이죠. 감정을 이처럼 뜨겁게,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표현하는 문학이 있었던가요? 지금 문학은 엉뚱한 짓만 하고 있어요. 식당 후기, 시월드 뒷담화, 일진들의 개소리, 홈쇼핑 상품 후기, 돈 몇 푼에 양심 파는 댓글러들을 모셔야 해요. 그들의 주옥(혹은 지옺) 같은 말과 글이 오늘의 문학입니다. 말이 샜어요. 어쨌든 외국 놀러 오시면 구글맵을 켜세요. 경쟁 식당의 모함, 사이코패스의 난도질. 짜고 치는 고스톱을 찬찬히 읽고, 가볍게 감동하세요. 엄한 시집은 잠시 덮어 두시고요. 구글맵 문학을 처절하게 낭독하세요. 식당들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가야죠. 꿈틀꿈틀 뒷담화의 당사자를 만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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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워낙 비싼 샌프란시스코라서, 5달러 내외의 파격적 맛 집은 없어요. 대신 양은 많죠. 2인분 양을 10달러에 팔아요. 그렇다고 정 없이 반만 먹고 그러기 있기? 없기? 2인분 양을 한 번에 먹어야죠, 그게 미쿡의 정량이에요. 1인분만 먹는 1인, 인간미 없지 않나요? 뭐든 풍족한 나라잖아요. 미친 듯이 자라는 옥수수에 깔려 죽지 않으려고, 콘칩 입에다 붓는 거예요. 팝콘 먹으려고 영화 보고, 하겐다즈 먹으려고 TV 봐요. 먹을 게 없으면 영화 안 봐요. TV를 왜 보죠? 미국 사람을 보면, 저는 중국 사람이 떠올라요. 미국 못지않은 대식가가 중국이죠. 중국 사람은 밥을 젓가락으로 밀면서 먹어요. 그릇 수도 안 세요. 두세 그릇은 기본이죠. 젓가락을 염전 밀대처럼 써요. 두 나라가 으르렁대잖아요. 먹는 것만 봐서는 비슷해요. 엄마 젖이 떨어져라 빨아대던 새끼 돼지를 닮았어요. 똑 닮았어요. 지금 미국과 중국을 무시하는 거냐고요? 인종차별주의자냐고요? 아뇨, 아뇨. 이제 한국 이야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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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사실은 대식가 원조국이죠. 임진왜란 때 첩자를 보내 한양을 점거한 왜군의 동태를 살펴요. 쌀의 양을 보고, 한 달이면 철수하겠군. 그랬대요. 한 달이 지나도 꼼짝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직접 나서서 쫓아냈다고 해요. 왜군 식사량이 조선군의 3분의 1이었대요. 간헐적 단식을 나라 전체가 하고 있었던 거죠. 19세기 조선에서 순교한 가톨릭 성인 마리니콜라앙투안 다블뤼의 기록을 보면 조선 사람 1인 1닭은 기본이고요. 1리터의 고봉밥에 참외 2,30개를 먹어 치우는 조선인도 나와요. 아이의 배를 만져보고, 확실히 빵빵해질 때까지 밥을 먹였대요. 풍년이면 중국 사람 하루 먹을 양을 한 끼로 먹는다는 상소문도 있고요. 믿기시나요? 안 믿기죠?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마른 민족이에요. 우리의 전통을 거스르는 행위인 거죠. 라오스의 집돼지처럼 살았던 기억을 왜 부정하시죠? 예뻐 보이려고요? 잘 생겨 보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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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통신 기자로 일할 때였어요. ‘와니와 준하’ 영화 촬영장 공개 날이었죠. 김희선 씨가 주인공이었어요. 김희선이니까 당연히 예쁘죠. 그런데 미모보다도, 깡마른 몸이 더 놀랍더군요. 연예인들 중에 안 뚱뚱해 보이는 사람은, 말랐다는 말로도 부족해요. 어깨가 하나 정도 없는, ‘좁은’ 사람이에요. 완전히 다른 인종이죠. 그렇게 좁은 몸과 얼굴을 가지고, 왜 같은 인종인 척하는 걸까요? 김희선 씨가 기자들을 보자마자, 화면보다 많이 뚱뚱하죠? 이 말부터 하는 거예요. 웃기려고 그러나? 기다렸는데, 뚱뚱 망언을 마무리도 안 하고 다른 말로 넘어가더군요. 김희선 씨 그러면 안 돼요. 그 말 다시 주워 담아 주세요. 최소한의 지방도 없어서, 겨울이면 피부와 뼈가 달라붙지 않나요? 의자에 앉으면 뼈가 먼저 부딪혀서 많이 아프죠? 진심으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그렇죠? 연예인들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요. 그들이 기준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겠더군요. 외모가 돈이고, 넘볼 수 없는 화면발과 옷태가 돈이니까요. 남다른 기준으로 혹독하게 관리해야죠. 암요. 이해해요. 단지, 당시에 너무나 가녀린 사람 입에서 ‘뚱뚱’이란 단어가 나와서요. 당황했어요. 더 살쪄도 충분히 더 예쁠 거예요.
제가 왜 이렇게 허튼소리만 계속하고 있죠? 코르동 블루 이야기를 하려고 했거든요. 어쩌죠? 어떻게 마무리하죠? 코르동 블루라는 식당 얘기는 언제 하죠? cordon bleu 구글 평점 5점 만점에 4.5점. 악플은 없어요. 10달러에 어마어마한 양을 준다네요. 내가 과연 4.5점을 줄까요? 그 이야기를 하려고요. 내일 해야죠, 뭐.
PS 매일 글을 씁니다.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천천히, 오래 다가가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님께로요. 그런데 오늘 글은 웬 미친놈처럼 횡설수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