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더 똘 ㅠㅠ
-작가님 놀러 가도 돼요?
밍씨는 여행 팟캐스트 여바라를 만드는 PD죠.
-작가님, 죄송해요.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오토바이가 터졌어요. 35만 원 중국산 중고 오토바이인데요. 석 달 탔는데, 퍼졌어요. 작가님도 태워 드리려고 했어요. 아, 미안해요. 일찍 출발했는데.
3분 늦은 게 늦은 건가요? 더 미안한 일은 따로 있을 텐데요? 밍씨는 '오늘의 황홀'이 나오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죠. 이슬아 씨라고 들어 보셨나요? 저보다 먼저 매일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선구자죠. 일간 이슬아. 진솔한 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저에게도 연재를 해보라고 했던 장본인 셋 중 한 사람이 밍씨입니다. 굳이 일간 이슬아 이미지까지 제게 보내면서요.
아시죠? 최근에 장사꾼 박민우! 돈 좀 그만 밝혀. 쓴소리 들었던 사건이요. 저는 참담한 마음으로 심정 고백을 하잖아요. 밍씨가 인스타그램에 첫 댓글을 달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런 생각 약간 들었지만, 그 순간뿐이었고, 바로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네, 뭐요? 저, 잘못 봤나요? 저도 그런 생각 약간 들었다고 했나요? 저 설계당한 건가요? 돈 좀 밝히라고 응원한 거 아니었나요? 사실 이 댓글에 제가 무너지죠. 그래서 바로, 이런 글을 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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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Limited edition ♥
페이스북 밍씨의 댓글. 또 첫 댓글입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너무 좋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밝은 건가요? 눈치가 없는 건가요? 약 올리는 건가요? 뒤통수 제대로 맞은 거 맞죠? 정수리를 지져대는 2018년 여름, 인하대 후문 태국 식당에서 다시 만납니다.
-하하하, 제가 그렇게까지 작가님께 영향을 미쳤다니, 영광영광!
밍씨는 우울증으로 한 동안 방에서 나오질 못 했대요, 여행하면서 혁명적으로 밝아지고, 틀을 깰 용기가 생겼대요. 팟캐스트는 하지만 현재 수입은 0이고요, 아버지는 광명에서 아산병원을 오가며 항암치료 중입니다. 고속도로에서 퍼진 오토바이로 저를 태워줄 작정이었답니다. 밥도 사주려고 했겠죠. 그녀는 내게 기운 내라고 합니다. 더하기, 빼기. 누가 더 불행한가? 내가 딱히, 응원받을 입장도 아니네요. 순간순간 그녀는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해요. 좋은 의도로요. 천성적으로 밝아요. 저는 분석하죠. 제 머리는 늘 그래서 거미줄, 치렁치렁. 그 먼 곳을 중국산 중고 오토바이로 탈탈탈 온 거나, 그걸 내가 탈거라고 생각한 거나, 온전한 정신도 딱히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밍씨는 밝습니다.
돈 한 푼 없어도 아이폰 X를 사요. 아버지가 소세포 폐암 제한기인데, 밍씨는 담배를 못 끊어요. 팟캐스트 수입은 0원이지만, 팟캐스트로 남들 도울 생각을 해요. 기분 나쁜 똘아이네요. 말로만 도발하지, 늘 저는 뒷걸음치거든요. 밍씨야말로 진짜 오늘만 살죠. 그 와중에 저는 그녀에게 페미니즘이 기득권 남자 말고, 90%의 평범한, 혹은 약한 남자도 품어야 한다. 괜한 이야기도 해요. 혹시 반페미니즘 꼰대로 보일까? 전전긍긍. 저는 그렇게도 남의 시선이 중요한가 봐요. 딱 세 시간만. 미리 시간까지 정했어요. 저는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 시간 정확히 엄수하고, 정확히는 2시간 53분 만에 그녀는 일어섭니다.
-작가님 야마하에서 3만 원에 수리했어요. 히히
한 시간도 안 돼 페북 메시지가 뜨네요.
똘끼가 없다면, 파도를 탈 수 없죠. 스카이 점프도 못 하고요. 날기 위해서는 똘아이가 되어야 해요. 어쩌면 새도 날개가 아니라 똘끼로 나는 건 아닐까요? 언제나 추락할 각오를 하고는, 공중으로 몸뚱이를 내던집니다. 그랬더니 날개가 생기더랍니다. 훨훨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는 아주 작은 사람입니다. 작은 사람이니까, 저의 오체투지도 아주 작은 행위입니다. 천천히, 대신 끝까지 조금씩 다가가겠습니다. 여러분에게요. 반갑습니다. 처음 뵙나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글로 하는 광대짓으로, 신명을 드리고픈 글쟁이입니다. 저를 궁금해해 주시겠습니까? 내일도 씁니다. 작고, 하찮은 사람이 작고, 하찮게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