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맛집이 최고 맛집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2018년 여름의 기록입니다)
이번 주 여행학교 숙제는 떡볶이다. 각자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찍고, 알려 주세요. 나도 해야 한다. 네이버에서 경기도 광주 떡볶이를 검색해 본다. 일층 떡볶이. 떡볶이 집 이름이 일층이다. 일층 떡볶이지만, 이층에 있다면 내가 팬클럽을 만들 수도 있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점심 먹고, 여전히 더부룩. 그러니까 더 열심히 밟잖아.
-호리 국물 떡볶이로 바꿀 수 있나요?
-네, 천 원만 더 주시면 돼요. 매장 국물 떡볶이 호리 국물 떡볶이로 바꿀게요. 어? 주문표가 어디 갔지? 아, 여기 있다.
주문표가 엉뚱한 곳에 붙어 있었다. 내 떡볶이는 주방에서 블랙홀로 빨려들 뻔했어. 내 변덕이, 나를 구했다.
내 떡볶이가 불판에 올라갔다.
주문 전화 열 통. 와서 포장해 가는 사람도 세 팀, 아니 네 팀. 설거지 그릇이 수북. 주방에 세 명, 카운터에 한 명, 주방 뒤쪽에서 한 명, 그 한 명만 밥을 먹는 중. 먹는 이는 배달 담당인 듯. 오후 세 시. 점심을 먹는 이는 한 명. 나머지는 물도 못 마신 얼굴. 그래도 밀려드는 주문, 우리는 부자가 될 겁니다. 부자보다는 부자가 곧 되는 삶. 가장 행복한 사람.
나만 매장 손님. 포장과 배달 손님이 90%. 이렇게 유명한 곳이었어? 일층 떡볶이로 검색하면, 경기도 광주에 하나, 포항에 하나. 경기도 광주와 포항이라니. 평양과 서울보다 훨씬 뜬금없다. 서울에도, 부산에도, 대구에도 없다. 경기도 광주와 포항. 일층 떡볶이만이 두 도시의 유일한 연결고리.
주문이 들어오면 끓인다. 즉석떡볶이지만 당면, 양배추, 짜장 소스 안 들어간다. 흔한 분식집 스타일. 그냥 떡볶이네. 하지만 끓여서, 냄비에 담겨 나온다. 즉석해서 끓이지만, 즉석 떡볶이가 아니다.
떡볶이 양념으로 만든 파스타는 어떤 맛일까? 마카로니나 펜네를 국물 떡볶이 소스에 풍덩 담가서 끓인다면? 호리 떡볶이는 보통 떡보다 가늘다. 상 줘야 하는 아이디어. 꼭 알고 싶은 맛. 우동이라 하기엔 두껍고, 떡볶이라고 하기엔 날씬하다. 그게 빨간 국물 속에서 다소곳이 누워있다.
국물부터 떠먹어 본다. 달달하다. 새콤하다. 왜 새콤하지? 토마토 페이스트? 사과 과즙? 덜 달면 좋았을 걸. 몇 번 떠먹으니, 단맛이 증발한다. 혀의 돌기들이 새콤한 맛으로 해석한다. 달기만 했다면, 몇 술 먹고, 지쳤을 것이다. 새콤함이 떡볶이를 끝까지 먹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양념에 찌든, 포장마차 떡볶이를 선호한다. 즉석 떡볶이 집은 안 간다. 일층 떡볶이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끓인다. 양념에 찌드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늘다. 굳이 떡이 양념을 빨아들일 필요가 없다. 비빔 국수가 양념을 빨아들일 필요가 없듯, 우동이 국물 맛을 품을 필요가 없듯, 호리호리한 떡은 지 갈 길만 가면 된다.
모든 국물 떡볶이 굵기는 이 정도여야지. 애초에 시작이 굵었다고, 그게 기준이 되다니. 연약한 떡볶이는, 아름답다. 후루룩, 쫄깃.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나는 여전히 찌든 떡볶이파. 손가락 굵기여도 좋으니까, 희망 없이, 안 팔릴 거야, 양념 속에서 생을 마감한 떡볶이가 좋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조잘조잘. 사는 재미가 큰 게 아니라서요. 여러분과 이렇게 수다 떠는 재미로 써요. 담요에 발 집어넣고, 귤 까먹으면서 조잘조 잘. 지루해진다 싶으면 배 깔고, 만화책을 읽죠. 그런 겨울밤, 반가운 수다 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