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스트립바도 가보고(옛날 이야기)

평균적인 사람과 많이 다르면, 약간 외롭다. 나쁜 건 아니고

by 박민우

(2018년 여름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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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망권 아파트가 3억도 안 합니다. 경기도 광주 태전동 쌍용 아파트 매물 많아요)


어머니가 만 원권 한 장과 OMR 카드를 주신다. 이게 뭐예요? 아버지 복권 사와. 이렇게만 가져가면 돼요? 일단 받는다. 만 원은 왜 받았지? 복권을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카드로는 못 사나? 그것도 모른다. 그걸 파는 가게는 간판이 따로 있나? 눈여겨본 적 없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정말 복권 가게가 있네. 이디야 옆옆옆 복권가게. 두 명의 남자가 뭔가를 적고 있다. 카운터에 여자. 만 원과 OMR 카드를 내민다. 영수증 같은 걸 준다. 이게 복권이구나. 약간 정리가 된다. 아버지가 OMR 카드에 번호를 입력하셨구나. 우주의 기를 모은 일확천금 번호. 그 번호가 찍힌 영수증. 통계는 포기했지만, 확률은 곧잘 푼다. 복권은 사기. 그럴듯한 사기. 아버지는 일확천금을 노리시지만, 누구보다 성실하시다. 용돈 10만 원을 아끼고, 아껴서 금 열 돈 목걸이를 사신 분이다. 아버지의 유일한 씀씀이는 매주 만 원어치 복권 사기. 나머지는 어머니의 목걸이 값. 로맨티시스트.


복권도, 화투도, 카드도, 보드 게임도, 카지노도 내겐 못 견디게 지루한 놀이. 아르헨티나 살타에서 페르난도 형님(한국사람)이 나를 카지노에 자주 데려가셨다. 돈도 주셨다. 자비로운 페르난도 형님, 살타의 예수님. 왜 내게 베푸셨나요? 받은 돈은 다 써야 한다. 과일, 숫자, 가로, 세로, 잭팟, 아, 몰라. 돈이나 빨리 떨어져라. 일확천금. 내 것일 리가 없다. 그것만은 확실. 그따위 마음가짐, 될 리가 있어? 카지노로 팔자를 고친 이들은, 박민우와는 마음 가짐 자체가 달랐다.


그러니까 또 생각나는 뜬금 기억. 어머니의 남동생, 외삼촌이 괌에 사셨다. 나는 이십 대 후반. 최초의 해외여행지, 괌. 삼촌은 나를 스트립 바로 데려가더니 1달러를 한 뭉치 안겼다. 너도 어른, 너도 사내, 좋지, 인마. 정말정말 많은 1달러가 내손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대 위 여자들에게 줬다. 한국에서 온 재벌 2세에 반한, 스트립 걸은 나를 무대 위로 끌고 온다. 나를 눕힌다. 내 웃옷을 벗긴다.



있는 힘껏 내 배를 손바닥으로 갈긴다. 이건 누가 봐도 폭력, 싸대기를 갈겼으면 코피가 터졌을 것이다. 악, 나는 비명을 지르고, 여자는 남은 달러를 다 가져갔다. 벌게진 얼굴로 내려왔다. 돈을 그렇게 퍼주고, 맞아야 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면 흥분이 돼?


아, 그냥 가요. 진짜


어릴 때 늘 무서워하던 삼촌이었다. 좋으면 좋다고 그래. 삼촌 표정은 딱 그거. 어릴 때부터 삼촌이 눈치는 좀 없다고 생각했다. 방에 돌아와서 배부터 까 본다. 선명한 손자국. 충격적으로 아팠다. 거기 앉아있던 아저씨들은 처맞는 내가 부러웠을까? 눈치 없는 삼촌이 또 가자고 할까 봐, 저녁만 되면 나는 아프고, 피곤해야 했다.


Orange jok. 해석 가능한 사람? 90년대 날라리. 돈도 있고, 유학도 다녀온 강남의 스무 살, 그건 오렌지족이고. Orange jok은 뭐냐고? 새로 연 동네 족발집. 오렌지가 들어갔으니 일단 상큼한 아이디어. 여보야는 제목 천재. 사장 부부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림. 족발이 맛있다면, 이름이 무슨 상관. 돼지 족발과 오렌지. 서로 살닿기도 싫을, 두 생명체. 우리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껍질로 족발을 삶아요. 이러면 완전 대반전. 그렇다면 캘리포니아 족발이라 해야지. 내가 더 제목 천재.


Orange jok 옆 가게는 아찌 떡볶이, 맛있을 듯. 셀렉토 커피도 새로 열었네. 예전 분당에서 봤던 프랜차이즈. 여러 커피콩, 농도 조절, 좀 복잡하게 주문해야 하는 카페. 한때 단골 카페는 새 카페로 바뀜. 안쪽의 안쪽, 아무도 안 들어올 구석. 웬 식당? 이제 막 문 연 식당. 이름은 스푼 스토리. 규모가 상당. 파스타, 스테이크, 피자, 라이스, 쌀국수가 주 메뉴. 쌀국수? 다 팔아먹겠다. 의욕이 천지를 흔듦. 쌀국수 한입, 피자 한입. 베트남과 이탈리아 허락 없는 혼종 교배. 치킨나라 피자 공주가 망했어야 했어.


터줏대감 노릇하던 OK마트는 추석 전 폐업 결정. 진로 마트도 진즉에 사라짐. 새로 생긴 마트들은 식자재를 앞에 붙임. 식자재마트. 도매상 느낌으로 손님을 꼬드기는 중. 우리가 더 싸요. 이기는 자만 살아남는다. 네가 무너질 때까지, 미친 듯이 싸게 팔겠다. 하나가 죽어야, 하나가 산다. 로마 콜로세움, 노예들의 혈투. 경기도 광주 마트 전쟁이 딱 그거. 지금까지는 이기는 자 없이 계속 죽어나감. 이길 거라 자신하고, 모두가 죽어나가는 무시무시한 호러물.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없다. 굉장히 작은 벌레들이 오종종 몰리고, 싸우고, 물러난다. 알면 엄청 재밌겠지? 알려고 해 본 적 없다. 월드컵 때, 홀로 시내를 걸었다. 건물에서, 아파트에서 나오는 박수 소리, 비명 소리에 넣었군, 졌군. 야구장에선 야구공이 안 보여서 놀랐다. 뭐가 보여야 재밌는 거 아닌가? 스마트폰도 없던 때. 야구는 무슨 재미로 볼까? 콩이 성냥에 맞아서, 담을 넘겼대. 저게, 안 보여? 저 콩이, 저 성냥이? 야구장의 사기꾼들. 보이는 척, 즐거운 척. 내겐 씨알도 안 먹힌다고. 이 거짓말쟁이들아.


공이 잘 보이는 농구, 재밌더라. 그때 고대에 서장훈만 있었어도, 상처 덜 받았지. 서장훈이, 이상민이 고대를 능멸했다. 가끔 이기고, 대체로 졌다. 현주엽은 좀 더 잘했어야지. 여고생들 너네도 나빠. 연대에서 그렇게 빽빽 고대를 저주하니 우리 주엽이가 힘이 나겠어?


뮤지컬 예매를 시작합니다. 승부는 1분. 1분 안에 표를 사야 한다. 1분이 지나면 표는 없다. 컴퓨터 앞에서 떤다. 침이 꼴깍. 마우스와 키보드도 덩달아 긴장. 순식간에 표가 동 나는 세상. 공연장이 꽉 차고, 표를 못 사서 슬픈 사람 천지. 나는 그들과 같은 시공간에 사나?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배우에 열광하고, 응원한다. 외톨이 느낌.


멀리 떨어져서 산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가 섬이라면서요.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섬은 움직일 수 없으니, 글을 씁니다(뭐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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