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두 개의 글을 쓴다고 했을까? 코카서스 여행기를 완성해야 한다. 구독료를 받고 쓰는 글만으로도 반나절은 간다. 매일 하던 명상, 태국어, 번역 작업도 손 놓고 있다. 그런데 일을 늘리다니. 일이 진척되려면 지금처럼은 안 된다. 내가 못할 것 같아야 한다. 일이 되려면, 스스로 정한 한계쯤은 넘어야 한다. 내 여행기들은 다녀온 후에 빈둥대며 완성한다. 빈둥대는 동안은 절대 글을 쓰지 않는다. 머릿속만 바쁘게 돌아간다. 떠오르는 순간만 곱씹는다. 왜 떠올랐지? 쪽팔려서, 행복해서, 화가 나서 기억 폴더에 저장됐다. 더 쪽팔리고, 더 행복하고, 더 화나는 것들을 그중 또 고른다. 쓰고 나서 다시 또 버리고, 버린다. 아니, 줄인다(이때쯤 피골이 상접하게 된다). 남은 이야기가 여행기가 된다. 책으로 나온다. 글쟁이로, 여행작가로(굳이 이렇게 나를 좁히고 싶지는 않지만) 위기를 맞이하는데, 강렬한 기억이 점점 줄더니, 다녀와도 변변한 기억이 남아나질 않게 된다. 이 짓을 그만둬야 한다. 하던 일이니까 계속한다? 노쇄한 글쟁이들이 그래서 그따위 글을 싸질러 놓는다. 직업은 많다. 요리사, 사진작가, 작곡가, 에어비엔비 사장, 여행 가이드, 떠벌이 인문학 강사, 중년 유튜버. 이런 직업들을 물망에 놓고, 저울질을 한다. 잘할 것이다. 흥미롭기도 하다. 음악이나 사진에 대한 기술적 지식은 전무하지만 태도에 달린 문제다. 성취감이 가능하다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이 오십에 얼마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새로 시작할 수 있다'가 아니다. 새로 시작해야만 한다. 평균 수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알아서 죽는 이도 폭증할 것이다. 마라톤처럼 길어진 수명을 감당 못하고, 항복하는 사람, 안락사와 자살을 택하는 이도 흔해질 것이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다 때려치울 마음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를 냈다. 대부분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가 최고라고 한다. 정적인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행복한 멈춤 Stay'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마흔 살의 여덟 살'을 우선 꼽는다.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가 더 좋다는 사람이 놀랄 만큼 많았다. 그럴 리가? 인도가 너무 혼란스러워서였나? 자극적이어서? 막장 오르가슴의 힘인가? 어쨌든 독자의 반응을 믿기로 한다. 그렇게 글쟁이로서의 내 수명은 연장되었다.
코카서스 여행기로 장대 높이 뛰기를 새롭게 준비한다. 내 책들을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구독료를 낸 독자들에게 내 글이 전달된다. 그 긴장감이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대접을 받고 있다. 매년 수천, 수만 명이 죽어 나가는 독감이 이미 있다. 새삼 벌벌 떨 일인가? 오늘 벌어먹고사는 수많은 자영업자, 일용직 이웃들의 절규가 훨씬 무섭다. 나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밑바닥에 안착했다. 세상이 휘청이면 가장 치명적인 계층이다. 통장 잔고 백만 원 안팎이 전부인 나는, 비루하다. 구독료로 연명하는 내 삶은 단연 줄타기다. 신기한 게 이 줄이다. 위태로울수록 줄이 커진다. 줄의 너비가 평균대 정도로 넓어진다. 이 줄이 내 전부다. 여기서 놀아야겠다. 코로나로 뒤죽박죽인 세상은, 두려움이라서 기회다. 모두가 벗어나고픈 세상인데, 나는 좀 머물러 보기로 한다. 중심만 잡지 않을 것이다. 건너야 할 장애물 정도로 그치면, 중심 잡는데 힘을 다 쓴다. 전부면, 튕겨져도 보고, 매달려도 본다. 모든 관절을 쓸 수 있다. 그러다 죽으면? 거기까지 생각하면 더 좋다. 아직 그렇게까지 실감 나는 경지엔 이르지 못했다.
건강할 것 - 눈이 멀까 봐 겁이 나니까(지금도 충분히 나쁘다)
비장함도 정도껏 - 나만 비장하고, 무거운 글은 딱 질색
조급함이 바로 코로나 - 크게 볼 것, 당장의 자극보다는 끝내 보이는, 마침내 자극이 더 솔깃하다.
자부심은 역시 코로나 - 그깟 자부심으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는 필터. 나를 통해서 나온다. 나올 것이 나오면 된다. 자부심은 차라리 장애물.
손맛의 공유 - 월척이다. 어떤 문장에서는 손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독자도. 그게 내 글의 목표.
이제 첫 글이 시작된다.
(이 글은 유료 독자에게 따로 한 번 더 갑니다. 입금하신 분들 중에 받지 못하신 분들은 꼭 한 번 더 제게 연락을 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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