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열심히 발버둥치겠습니다
2박 3일 반나똔잔을 다녀왔잖아요. 싱크대에 밥알이 이렇게 옮겨져 있는 거예요. 아이고, 우리 찡쪽이 이리 건강하구나. 찡쪽은 태국, 아니 동남아시아 어디에나 서식하는 손가락 크기의 도마뱀이에요. 제가 사는 곳 부엌에도 한 마리 살아요. 벌레도 먹겠죠. 그런데 밥알도 먹어요. 제 방에 바퀴벌레가 자취를 감춘 이유가 요 기특한 놈 덕이죠. 매일 밥을 줘요. 아침, 저녁으로요. 겁이 많아서 사실 낮에는 안 나와요. 아침밥은 주나마나죠. 혹시 몰라서 놔두는 거죠. 부모 마음이 이런 거겠죠? 오래 떠나 있으니까요. 밥을 두 종류로 놔뒀죠. 하나는 맨밥, 맨밥이지만 흑미. 건강까지 생각하니까 흑미, 그리고 찰밥. 코코넛 밀크를 넣고 지은 거라, 달달 고소해요. 이 큰 밥덩이가 싱크대 쪽으로 왜 나와 있을까요? 그릇에 얌전히 올려줬는데요.
밥알이 굳어서 안 떨어졌던 거죠. 찡쪽 먹기 좋게 하나씩 떼어 줄까? 이 생각도 안 한 건 아닌데요. 손 타면, 인간 냄새가 싫어서 안 먹을까 봐요. 제가 요놈 생각을 이리 끔찍이 합니다. 밥알은 굳었죠. 어떻게든 먹고 싶죠. 자기 몸뚱이의 반 정도 되는 밥알을 영차영차 옮겼던 거죠. 싱크대 주변 물기에 조금이라도 녹여서, 부들부들해지면 떼어먹으려고요. 필사적이었을 거예요. 맨밥보다 찰밥을 좋아해요. 입에 딱 맞는 밥알을 입에 넣기 위해서, 온 힘을 썼을 거예요.
얼마 전 거대한 구렁이가, 그만큼이나 거대한 구렁이를 삼키다 터져 죽은 뉴스를 봐요. 둘 다 죽었어요. 어쩜 그리 미련할까요? 안 싸우면, 안 삼켰으면 둘 다 살았을 텐데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눈앞에서 꼿꼿이 서로를 노려보면서요. 물러설 곳은 없다 생각했겠죠. 먹거나, 먹히거나. 동물의 세계를 만만히 봐서는 안돼요. 둘은 서로의 존재를 분명히 알았죠. 공존은 없다. 판단이 섰을 거예요. 이전에도 여러 번 싸우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존재, 영역을 위협하는 이 놈. 죽음을 각오했겠죠. 목숨보다 더한 가치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래도 싸울 수밖에 없어요.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니까요.
페이스북 친구 중에 캐리커처 학원을 운영하는 대표가 있어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캐리커처 학원을 팔라고 매달려요. 4천만 원에 합의를 봅니다. 은행 가서 4천만 원 대출 신청을 해요. 땡전 한 푼 없었던 거죠. 인수할 자산으로 미리 대출을 해주는 경우는 없다. 은행에선 단칼에 거절하죠. 학원에 직접 와보라. 직접 와서 판단하라. 은행에 눕고 생떼를 써서 결국 대출 약속을 받아요. 약속했던 대출이 또 어긋나고, 늦어지고 돌발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합니다. 그럴 때마다 눕고, 은행 셔터 내리지 말라고 생떼를 쓰고. 그렇게 인수를 해요. 지금은 탄탄한 회사로 잘 크고 있나 봐요.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한 인생의 미래였으니까요. 전부였으니까요. 아이와 아내를 먹여 살릴 유일한 동아줄이었으니까요. 죽거나, 살거나. 구렁이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세상을 삼켜버려야 했던 거죠.
통장잔고가 3만 원이 되던 날, 제가 구렁이였어요. 찡쪽이었죠. 구독 신청을 받는다고 사진을 올리는 저는, 어떤 망설임도 없더군요.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요. 살아야겠으니까요. 누군가에게 구차하게 보여도, 돈 받는 글쓰기가 부담이 돼도, 저는 한결 명확해져서는 구독신청을 알려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해요. 그래서 제가 잘했다. 세상의 모든 억지, 과욕을 응원하자. 그런 의도는 어니고요. 돌이켜보면 신기해요. 못할 것 같은 걸 해요. 해내요. 내장이 터져 죽을 수도 있어요. 캐리커처 사장처럼 성공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발버둥이 격렬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를 기다리는 게 무엇이든, 쉼 없이 바동거려봐야 한다는 거죠. 너무 심하게 바동거리다가, 어느 순간 훌쩍 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보처럼 그런 상상을 해요. 훨훨 날 수 있으려면, 한 방울의 힘도 남기지 말고 파닥거려야 해요. 모든 새들은, 날 수 없을 거란 생각으로, 맨땅을 뛰고, 도움닫기를 하는 걸지도요. 솟구쳐 오르는 순간, 자신도 몰랐던 힘에 번번이 놀라면서요. 날개로 나는 게 아니라, 무서운 집중으로, 자신도 모르는 용기로 나는 걸지도요. 날 수밖에 없으면, 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은 더 따뜻합니다. 보이는 것만 믿어선 안돼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힘을 믿습니다. 같이 견뎌 봅시다. 우리의 이야기가, 미래의 아이들에게 많은 교훈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