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각오도 없이 나댔냐?
상황설명: 저는 통장 잔고, 전 재산이 50만 원 정도를 오르내려요. 구독신청을 받으면서, 수익이 껑충 뛰게 되죠. 0에 가까워지면 죽은 목숨, 멀어지면 산 목숨이 됩니다. 통장 잔고가 200만 원이 됐으면, 우량아로 다시 태어난 거예요. 부활한 거죠. 2019년 12월의 일기입니다.
(이런 동영상을 매일 올려요. 영상은 베트남 달랏에서 찍은 거네요. https://www.facebook.com/modiano99 https://www.instagram.com/parkminwoowriter/)
잘해보고 싶은 아침이었어요. 그 어느 때 보다도요. 어젯밤 늦게 반나똔잔, 그러니까 태국 시골에서 방콕 집으로 돌아왔어요. 피곤하기는 한데, 의욕이 솟더라고요. 얼마 전에 새로 태어난 신생아잖아요. 무일푼의 아기가 구독료로 이백만 원 이상을 손에 쥔, 거의 어른처럼 쑥쑥 자랐어요. 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두려움
이 없는 삶이어야죠. 과거는 몰라요. 아뇨. 과거는 없어요. 새로 태어났으니까요. 무슨 헛소리인가 싶지만, 제가 정한 규칙이 그래요. 무일푼이면 죽은 거고요. 돈이 불어나면, 아기로 태어나 조금씩 자라는 걸로 정했어요. 제 인생이니까, 제 마음이죠. 글쟁이로 글을 써도 되고, 돈을 써도 되는, 허락받은 하루입니다.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하루죠. 그래서 아침 인사를 하려고 옥상에 올라갔어요. 셀카봉에 갤럭시 노트 9를 꽂아서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긴 글로는 안 되겠다. 영상으로, 짧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하자. 이렇게 정했죠. 미스터 굿모닝, 혹은 미스터 스마일. 별명까지 준비했어요. 매일매일 올리는 게 중요하죠. 상큼하고, 개그스러운 사람이 돼보자. 그래서 빙글빙글 돌면서, 아침 인사를 했어요. 욕을 먹을 리가 없죠. 아기들이 좀 예뻐요? 얼마나 싱그러울까요?
-동영상은 그냥 뷰만 올려주셔도 되세요 ^^
님께서 이렇게 댓글을 다셨죠? 동영상 올리자마자요. 너무 친절하셔서, 저도 댓글 보면서 웃었어요. 제가 상처 받을 게 걱정되셨죠? 그래서 미소로 문장을 마무리한 거잖아요. 걱정도 되지만, 쓴소리도 참을 수 없으셨던 거죠? 옥상에서 보이는 주택가 풍경이면 충분한데, 눈치도 없이 나불댔군요. 잘하셨어요. 안 참길 잘하셨어요. 저 관심종자예요. 각오 없이 올렸겠어요? 괜찮아요. 괜찮고 말고요. 백 명이 다 좋아하면, 그게 오히려 실망스럽죠. 논란도 되고, 부정도 되는 존재여야죠. 화제가 되려나 봐요. 열 중에 여섯이 환영하면 대만족입니다. 넷에겐 실컷 짓밟히더라도요. 동기부여가 되는 걸요. 더 열심히 하라는 거죠? 분발해서, 까칠한 자기 같은 사람을 설득시켜 보라는 거죠?
왜? 왜 내게 손찌검이야? 말로 한다고, 다 비폭력인가? 내가 아프면 손찌검인 거야. 남자가 그런 걸로 발끈하냐고? 사랑받고 싶었는데, 누군가가 내게 침을 뱉으면? 보기 싫으면 그냥 지나치면 안 돼? 왜 나를 바꾸려 들어? 새로 태어났다고. 이제 아장아장 걸음마였다고. 설레기만 한 하루였는데, 와장창 깨져버렸어. 다시 과거의 쭈글이가 됐다고. 그러게, 왜 오버하냐고? 깝치지 않았으면, 안 들을 소리였다고? 알겠어. 당신 말대로, 꺼져줄게. 더러워서 안 해. 나만 좋자고 하는 거야? 당신! 생각할수록 용납이 안돼. 공손하지만, 잔인했어. 더 잘난 연예인도 마음껏 씹는 세상에, 나 놈 하나 훈계질이 무슨 대수냐고? 상처가 너무 쉬운 세상이야. 나라도 발끈해야 해. 나라도 뭔가를 해야, 세상 모든 악플들이 우물쭈물할 거야. 그래, 악플도, 나도 같이 꺼지자고. 공평하게!
오늘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종일 다퉜죠. 결과요? 천사가 졌네요. 휴우. 그 사람을 차단해버려요. 속 시원하더라고요. 오래 못 가는 속 시원함이지만요. 이상적인 나는, 알아요. 흘려들어야 마땅한 한 줄로, 일을 키웠다는 걸요. 이런 구구절절 해석이, 무안할 정도로 사소한 댓글이란 것도요. 상처가 두려운 게 아니라, 상처가 평생 갈까 봐. 못 이겨낼까 봐 무서워요. 밤이 되니까, 참 사소한 일이 되네요. 그 사소함을 낱낱이 분해하고, 분석한 하루였네요. 밤의 저는 악의 없는 댓글을 용서해요. 그리고, 저도 용서해요. 약한 사람끼리 만나서, 부질없이 부딪혔어요. 상처조차 희미한, 참 의미 없는 헛발질. 기억에서조차 머물 명분도 없는 허망함으로, 할퀴고, 물어뜯었어요. 아무런 개운함도 없는, 싸움이었죠. 나나 심각한 하루였어요. 아프지 말아요. 저도, 당신도. 수고한 하루니까요. 어쨌거나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쓸수록 저는 작아지고, 세상은 커지죠. 저의 귀도 밝아져요. 저의 성장은 여러분 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