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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헤니처럼 생겼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만

여러분은 만족의 길에 안착하셨나요? 부럽사옵니다

by 박민우

2019년 12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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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보시나요? 잘 못 느끼실 거예요. 주눅 들었더군요. 호탕하게 웃던 웃음이 사라졌죠. 나불대도 되나? 함부로 해맑아도 되나? 내가 꼴 보기 싫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면 어쩌지? 제 동영상을 기다린다. 고맙다. 해외 생활의 낙이다. 이런 감사의 댓글들이 안 들어와요. 내가 꼴 보기 싫은 누군가를 우선 떠올려요.

확증편향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요. 믿고 싶은 것만 가려서 읽는 거요. 어려운 말로 확증편향이라고 해요. 박민우가 못났다. 꼴 보기 싫다. 그런 말이 왜 더 착착 감길까요? 기다렸다는 듯이요. 자석처럼 빨아들여요.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적은데도 말이죠. 왜죠? 반갑나요? 재미있나요? 그런 감정이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훨씬 객관적인 시선일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을 의심함으로써,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부정적인 의견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인다고요? 발전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요?


거짓말

거짓말이죠. 적어도 저한테는 거짓말이네요. 완벽을 꿈꿔요. 완벽해서, 모두에게 환영받는 존재면 좋겠어요. 다니엘 헤니 같은 얼굴이면 소원이 없겠어요. 적어도 내 외모로 누가 입도 뻥끗 못할 테니까요. 그런 얼굴이어야 자신 있게 세상에 대고 큰소리 칠 수 있으니까요. 못났으면 찌그러져 있어야죠. 어딜 함부로 나대나요? 저를 자학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살아요. 패배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저는 이렇게 물러납니다. 온갖 핑계를 덕지덕지 묻힌 채 사라지고픈 거죠. 세상을 두고두고 증오하면서, 외진 곳에서 낚시를 하고픈 거죠. 완벽한 사람이 절대로 되어선 안돼요. 열등감에, 핑계에 푹 파묻혀 사는 재미를 모르시는군요.


그래요. 저를 학대하는 게 즐거워요. 아닌 줄 알았어요. 즐기는 거더군요. 어릴 때 건전지 끝에 혀를 대면서, 쇠맛을 탐닉하더니요. 석유곤로가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를 킁킁대더니요. 중독성이 엄청나더군요. 괴로움을 스스로 선택해놓고서, 괴롭다고 해요. 재미나서요. 씹을수록 고소해서요. 놓기만 하면 되는데 안 놔요. 좋아서 매달리는 고통 없으신가요? 박민우 미쳤냐? 저만 미친 걸로 할까요? 아뇨. 여러분도 여러분의 의지로 괴로워하고 있어요. 감옥을 스스로 짓고 있죠. 저는 못 속여요. 2019년이 끝나가요. 딱 좋네요. 2020년부터 새 감정으로 집을 지을까요? 홀가분해지는 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지 말고요. 목욕탕 가서 때도 벗기고요. 오래간만에 바나나 우유 하나 쪽쪽 빨면서, 괴팍하고, 똘아이 같은 감정을 목욕탕에 두고 와요. 이렇게 고백하고 나니까요. 홀가분해요. 떳떳해졌어요. 저를 비하하는 재미, 이제 놓으려고요. 노력으로 매력을 만드는 큰 상을 우리 모두 받았으면서요. 타고나는 것들이 더 부러우세요? 모든 사람은 100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외모, 어떤 사람은 성격, 어떤 사람은 운동 신경, 어떤 사람은 그림. 조금 더 많은 게 있을 뿐이죠. 결국 100의 인간입니다. 진심으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줘야 할 내가, 늘 트집 잡고, 내쫓길 준비만 했습니다. 오늘 글 정말 굉장하지 않나요? 이 글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 못했어요. 그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여러분이 원하셨잖아요. 시침 떼지 마시고요. 주문이 와서, 제가 씁니다. 배달의 민족 어플 안 써도, 이렇게 배달 가능합니다. 오늘 글 꼭꼭 씹어서 드셔요. 저, 오늘 숙면할 것 같아요.

충분한 밤입니다. 저는 차를 끓이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제가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어요. 태국 방콕에서 갈 곳도 없이 갇혀 지내요. 그래도 지금은 우주를 날죠. 여러분이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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