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의 놀라운 한식당 풍기친구Fungi chingu

베트남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요리를 잘해요

by 박민우

2월에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여행을 꿈꿀 수 있는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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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문전박대를 두 번이나 당한 식당을 또 찾다니. 달랏의 한식집 풍기 친구Fungi chingu는 왜 이리 인기가 많은 걸까? 저녁엔 기본 삼십 분 웨이팅이다. 오전 열한 시에 가 봤다. 딱 한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미어터지는 식당, 그래 얼마나 맛있난 좀 보자. 어머니, 아버지와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한식에 중독됐다. 이전의 나는 한식이 필요 없는 여행자였다. 국물 떡볶이가 특히나 눈에 밟혔다. 아침저녁으로 으슬으슬한 달랏에서 국물 떡볶이는 얼마나 맛있을까? 외국에서 한식은 비싸다. 아, 인도는 싸다. 인도인들이 사장인 한식집은 김치찌개가 이천 원대. 이 돈으로 어떻게 한식을 먹어? 그런 가격대의 한식집이 꽤 많다. 배추김치가 아니고 양배추 김치거나, 고춧가루 맞나 싶은 의심스럽게 붉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인다. 싸 보이는 한식을 싸게 판다. 달랏엔 한식집이 많다. 아니 베트남 전체에 한식집이 바글바글하다. 그래서인지 이곳도 가격이 대체로 저렴하다.

전형적인 고깃집 분위기다. 앉으면 기본찬으로 채소와 여러 쌈장이 딸려 나온다. 해물 떡볶이, 달걀말이 김밥, 물냉면을 시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떡볶이와 김밥이 천 원대다. 방콕 한인타운 짬짜면은 만 원이 넘는다. 해물 떡볶이를 천 원대에 먹을 수 있는 곳은 한국에도 없다. 베트남이 새로운 한식의 성지다. 달걀 김밥도 천오백 원이다. 김밥에 달걀 옷을 입혀서 지졌다. 해외에서 그냥 김밥도 아니고, 달걀 김밥을 먹을 수 있다니. 붊만이라면 생수다. 물 안 시켰다. 마실 거 주문하겠냐고 해서, 안 마시겠다고 했다. 늘 밥을 먹고 카페를 간다. 물배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 안 마시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작은 생수병이 탁자 위에 올라왔다. 식당은 음료나 술로 남긴다. 안다. 나도 식당 해봤다. 그래도 강요는 아니지. 무슨 일이 있어도 뚜껑 안 따겠다. 너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지 뭐. 이미 이긴 거나 마찬가지지만. 물병을 밀어 넣고 우선 나온 김밥을 먹는다. 밥에 양념을 안 했나? 심심하다. 우리나라 체인점에선 맛소금, 미원까지 버무린 밥으로 김밥을 만다(요즘 생기는 프리미엄 김밥집은 안 넣었을 수도 있겠지만). 입에 짝짝 붙는다. 심지어 전 신라 호텔 셰프가 특급 비밀이라면서 내게 건넨 초밥 레시피에도 미원이 들어갔다(살짝 놀라 주시길). 기본찬으로 나온 쌈장에 김밥을 찍어 먹었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삼삼하게? 이 집 사장은 천재인가?


해물 떡볶이는 전형적인 단짠단짠이다. 고춧가루 국물 떡볶이라 깔끔하다. 오징어와 어묵만 들어간 해물 떡볶이지만 무조건 감사하다. 조스 떡볶이나 국대 떡볶이에 뒤지지 않는 맛이 난다. 딱 이 맛이 그리웠다. 나는 꿈을 이렇게 이루며 산다. 물냉면은 김밥과 떡볶이를 다 먹고 나니 나왔다. 배가 이미 많이 부르거든. 싸 갈까? 물냄면을 싸가서 몇 시간 뒀다 먹는 건, 미래의 사이코패스나 하는 짓이다. 팥빙수야? 냉면이야? 육수가 죄다 살얼음이다. 차가운 육수 한 술을 입으로 넘기는 성스러운 냉면 의식은 포기한다. 살얼음이 녹을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 기다릴수록 배는 더 불러온다. 억지로 밀어 넣는다.

응?


가끔씩만 허락되는 맛집 경련이다. 이럴 리가? 공장 육수겠지. 초딩 입맛이라 그런 맛도 좋아한다. 원조 집의 깊은 육수 맛이다. 천하제일 냉면 대회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맛이다. 어떤 욕심도 조심스러워, 기본 중의 기본으로 승부를 건, 장하고, 순수한 맛이 난다. 오래오래 끓이고 체에 거른 곱고, 고운 궁극의 육수가 배 한 조각과 함께 눈 앞에서 찰랑댄다.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싹퉁머리 없는 자세로 간 식당에서, 눈이 번쩍 떠지는 기쁨. 이게 진짜 맛집의 재미지. 삼천 원 냉면에서 실핏줄이 바르르 떨리는 물냉면을 만났다.

-정말요? 어떤 손님들은 사과를 넣으래요. 뭔가 부족하대요.

-한국 사람 이야기 다 들어주다간, 괴상한 맛이 나요.

영어가 유창한 매니저가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완벽하다고 했다. 정말 완벽한 물냉면이었다.

-그런데 음식이 같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따로따로 나오면, 나중에 먹는 음식은 맛이 없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한꺼번에 나오면 안 좋아해서요. 그리고 물냉면은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서요.

떡볶이에, 김치찌개, 삼겹살, 김밥, 만두를 파는 식당이다. 그런 곳에서 물냉면도 판다. 평일에도 매일 줄을 선다. 사장은 베트남 사람. 한국을 오가면서 진짜 한국 맛을 연구한다고 한다.

-물은 안 마셨어요.

계산서에 물값이 들어갔을까 봐 뚜껑 안 딴 물병을 흔들어 보였다.

-아, 물은 서비스입니다. 가져가세요.

응? 물을 공짜로 주는 곳이야 많다. 병에 담긴 새 물을 공짜로 주는 곳은 없다. 음식값이 저렴하니까 이런 걸로 남기는 줄 알았다. 이미 장사가 잘 되지만, 더 퍼주려 한다. 내게 꼬치꼬치 물으며, 더 완벽한 맛을 욕심낸다. 몃십년 후에도 살아남는 한식집이 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한 걸 본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사실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성공한 사람도 어차피 돈이나 지위는 누릴 수가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결국 성공을 해봤자 실질적인 삶은 달라질 게 없다. 스스로가 정한 최선을 넘는 최선을 다 한다. 그런 이유로 무지무지 바쁘다.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만 부러워한다. 과정의 피곤함과 고통을 보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은 몰입한다. 수중에 들어온 돈도 크게 감흥이 없다. 어차피 투자해야 할 돈이다. 굶주린 코끼리에게 매일 한 트럭의 바나나 잎을 퍼 먹이는 것처럼 끝없는 노동이다. 자기의 일에 몰입하는 자와 타인의 성공에 물입하는 자.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산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이 저에겐 거미줄입니다. 스파이더맨이 쏘는 그 거미줄이요. 제 글을 읽는 사람이 재미의 거미줄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하하. 꿈은 야무지게 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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